축구
190㎝대 외인 공격수가 13명, 농구·배구 아니고 축구였네
농구도, 배구도 아닌데. 2020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는 유난히 키 큰 외국인 공격수가 많다. K리그1과 2를 합친 22개 팀에 키 1m90㎝ 이상인 외국인 공격수가 13명이다. 지난해 우승팀 전북 현대는 키 1m96㎝인 벨트비크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중국(상하이 선화)으로 떠난 김신욱(1m97㎝)을 대신하기 위해서다. 남아공·네덜란드 이중국적자인 벨트비크는 네덜란드 리그 출신이다. 울산 현대도 최전방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비욘 존슨(1m96㎝)을 데려왔다. 노르웨이 대표인 존슨은 2017~18시즌 네덜란드 1부리그(덴 하흐)에서 19골을 터트렸다. 부산 아이파크는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서 빈치씽코(1m93㎝·브라질)를 영입했다. 역시 K리그2 대전 하나시티즌도 전남 드래곤즈에서 바이오(1m97㎝·브라질)를 데려왔다. 전남은 쥴리안 크리스토퍼센(노르웨이)까지 영입했는데, 키 1m98㎝인 그는 리그 최장신 공격수다. 수원 삼성의 보스니아 리그 득점왕 출신 크르피치(1m87㎝) 등 1m80㎝ 후반대 공격수는 셀 수도 없다. 기존의 대구FC 에드가(1m91㎝·브라질), 경남FC 제리치(1m95㎝·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FC서울 페시치(1m90㎝·세르비아) 등까지 포함하면 장신 공격수는 그야말로 대세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최근 2~3년간 ‘제2의 말컹’ 찾기가 유행이다. 장신 공격수를 성적을 낼 수 있는 확실한 카드로 여긴다”고 분석했다. 농구선수 출신 말컹(1m96㎝·브라질)은 2017년 경남FC의 승격을 이끌었고, 이듬해 득점왕에 오르며 팀을 준우승에 올려놨다. 이후 70여억원의 이적료까지 팀에 안겼다. 지난해에는 광주FC 펠리페(1m93㎝·브라질)가 K리그2 득점왕에 오르며 팀을 승격시켰다. 박진섭 광주 감독은 “외국인 장신 공격수는 힘이 좋아 상대 수비에 부담을 준다. 펠리페는 큰 키에도 스피드, 유연성, 기술을 갖췄다”고 자랑했다. 결국 이들을 막는 건 장신 외국인 수비수다. 인천 부노자(1m97㎝·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울산 불투이스(1m90㎝·네덜란드) 등이 있다. 한준희 위원은 “2000년대 초반에는 모따, 나드손 등 별로 크지 않은 브라질 테크니션이 유행했다. 하지만 요즘은 팀들에 재정적 여유가 없어 몸값이 적당한 장신으로 실리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큰 키가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오사구오나(1m94㎝·나이지리아)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인천 무고사(1m88㎝·몬테네그로)의 경우에는 제공권보다 발재간에 의존한다. 한 에이전트는 “세계적으로도 1m90㎝대 스트라이커가 많지 않다. 외국에 문의하면 ‘농구 선수 찾는 거냐’며 웃는다. 장신 공격수를 쓴다는 건 전술적으로 높이 띄우는 롱볼 축구 하겠다는 건데, 트렌드에도 맞지 않는다. 일단 뽑고 보는 방식으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0.05.07 0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