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극적 잔류, 펑펑 눈물 쏟은 김도균 감독 “기적이 일어났다, 올해 다들 너무 힘들었다” [IS 승장]
“기적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수원FC의 극적인 K리그1 잔류가 확정된 순간.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유독 힘들었던 올 시즌 여정, 자신뿐만 아니라 선수들과 팬들 모두가 느꼈을 힘든 감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리그1 잔류에 성공한 김 감독은 이 결과를 '기적'으로 표현했다.김 감독이 이끈 수원FC는 9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연장 접전 끝에 5-2로 제압했다. 수원FC는 K리그1 11위, 부산은 K리그2 준우승팀 자격으로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2차전 결과를 더한 1·2차전 합산 스코어는 6-4. 수원FC가 극적으로 다음 시즌에도 K리그1 무대에 잔류를 확정하는 순간이었다.어려운 고비를 모두 극복한 드라마 같은 잔류였다. 수원FC는 앞서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원정에서 1-2로 졌다. 2차전에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하필이면 이날도 전반 15분 만에 선제 실점까지 허용했다. 후반 중반까지도 수원FC는 좀처럼 만회골을 넣지 못했다. 골대만 두 차례나 강타했고,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이 취소되는 불운까지 더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원FC에 강등 먹구름이 드리우는 듯했다.그러나 경기 막판 드라마 같은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후반 33분 김현의 만회골로 추격의 불씨를 지피더니, 후반 40분엔 이영재의 추가골까지 나왔다. 1차전 1-2 역전패 열세를 극복하고 1·2차전 합계 스코어 동점을 만드는 순간이었다. 기세가 오른 수원FC는 연장전에서만 3골을 몰아넣었다. 결국 수원FC는 1차전 1-2 패배를 홈에서 5-2 승리로 설욕했다. 벼랑 끝에 몰렸다가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애써 감정을 추스르고 기자회견에 나선 김도균 감독은 “누구라도 내 입장이었으면 울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힘들게 시즌을 끌고 왔다. 다들 정말 힘들었을 거다. 선수들도, 구단 식구들도, 그리고 팬들도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면서 “이번 시즌 들어오면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컸다. 한편으론 감사한 마음도 있었다. 오늘도 끝까지 운동장 찾아와 주셔서 응원해 주신 덕분에 힘을 냈다. 잔류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여러 생각이 났다. 그래서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고 했다.김 감독의 설명처럼 올 시즌 수원FC는 힘겨운 시즌의 반복이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외국인 핵심 공격수 라스의 방출 악재뿐만 아니라, 애초에 선수단 연령이 높은 편인 데다 시민구단 특성상 선수 보강 등에 어려움마저 있다 보니 시즌을 치를수록 처지는 팀 전력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시즌 내내 힘겨운 생존 싸움을 이어온 선수들을 지켜봤고, 그런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을 바라봐온 김 감독 역시 시즌 내내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잔류가 확정된 직후 뜨거운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김도균 감독도 “모든 분들이 힘들었던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 매 경기 힘들지만, 그래도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고 팬들께도 감사함을 전해드리고 싶다. 잔류하긴 했지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온 아픔을 잘 되새겨서 내년 시즌엔 이런 아픔 없이 잘 1부리그에 잔류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많은 격려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치열했던 난타전 끝에 극적으로 잔류 드라마를 쓴 이날 경기에 대해선 “길게 할 얘기가 없다.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고,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해줬다”며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 정말 쉽지 않은 경기였다. 실점하고 끌려가면서 어려웠는데, 선수들이 후반전에 잘 뛰어줬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체 선수들이 오늘 경기에서 큰 투혼을 보여줬다. 그런 투혼이 승리의 요인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이어 “첫 실점을 안일하게 했다. 분위기가 처진듯한 게 있었다. 전반전은 리드를 당하고 나왔지만, 그래도 후반전에도 충분히 득점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거라고 얘기를 해줬다. 힘든 상황에서도 득점을 만들어내려고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줬다. 역전을 할 만큼 선수들이 대단한 활약을 한 경기였다고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김도균 감독은 “두 번째 골대 강타 이후 경기 흐름이 주춤했다.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 하지만 조금의 주춤함을 전환시켜서 계속적으로 공격 루트를 찾았다. 이광혁 선수, 윤빛가람 선수가 잘해줬다. 그런 파상공세가 득점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며 “4-2 상황에서 ‘좀 버텨야 하는데, 실점하면 안 되는데’라고 할 때 실점을 했다. 다행히 (2분 만에) 한 골을 넣게 돼서 그때 (잔류) 안심이 됐다”고 돌아봤다.극적으로 1부 잔류에는 성공했지만, 수원FC가 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도균 감독은 “3년을 잘 버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시즌이 가장 어려운 시즌이 됐다. 사실 ‘수원FC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시즌 내내 들었다. 선수들의 연령도 높고 기동력도 떨어지고 있다. 어떤 쪽으로든 많은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이어 “좋지 않았던 점들을 되살펴보고 그런 부분들을 보완해야 한다. 수원FC가 사실 많은 돈을 써서 선수를 영입할 상황은 아니다. 최순호 단장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는 방법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꼭 필요한 방법이다. 어쨌든 (성장과) 병행하면서 1부에 계속 살아남아야 한다. 1부에 계속 잔류하고, 경쟁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선 정말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수원=김명석 기자
2023.12.09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