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롯데, 30대 중반 투수에게138억...투자 대비 미미한 효과
138억. 롯데가 지난해 30대 중반 FA( 프리에이전트) 투수 3명에게 쏟아부은 액수다. 시즌 종료를 앞둔 평가는 변명의 여지없이 실패다. 롯데는 지난해 11월 FA 자격을 얻은 불펜 투수 윤길현(33)과 4년 38억에 계약했다. 당시 구단은 "저평가된 선수지만 셋업맨으로 활용 가치가 뛰어난 투수다"고 했다. 그리고 곧바로 당시 현역 최다 세이브(177개)를 기록 중인 손승락(34)과 4년 60억에 계약을 체결했다. 의도는 명확했다. 약점 보완이다. 롯데는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5.43) 최하위, 블론 세이브(18개) 최다를 기록했다. 그룹 차원에서 직접 불펜 강화 지시를 했다고 알려졌다. '통 큰 배팅' 으로 희망에 부풀었다. 시즌 종료가 다가온 현재 두 선수에 대한 평가는 참담하다. 21일 대구 삼성전이 모든 걸 말해 준다. 롯데는 8-2로 앞선 7회말 윤길현이 선두 타자 이흥련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뒤, 김상수와 박해민에게도 연속 안타를 맞고 추가 실점하며 추격을 허용했다. 바뀐 투수 박시영이 구자욱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윤길현의 실점은 3점으로 늘었다. 롯데는 8회초 김상호의 솔로홈런으로 한 점 달아났다. 하지만 8회말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투수 손승락도 무너졌다. 박해민에게 우익 선상 3루타를 맞았다.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후속 박한이에게 희생플라이까지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다. 롯데 선발 박세웅은 9경기 만에 승 수 추가에 실패했다. 손승락은 불명예스러운 승리를 얻었다. 후반기부터 불 지르는 경기가 많아졌다. 윤결현은 후반기 25경기에서 3승4패·5홀드·평균자책점 6.29를 기록했다.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은 0.429에 이른다. 리그 불펜 투수 평균(0.340)보다 크게 높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부진이 이어지자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 며 필승조 대신 추격조로 내보내 부담을 덜어 주고자 했다. 하지만 반등은 없었다. 시즌 블론 세이브는 리그 최다인 8개다. 손승락은 올 시즌 44경기에서 17세이브·평균자책점 4.18을 기록 중이다. 후반기는 17경기 5세이브 평균자책점 6.00. 주목할 만한 기록은 승 수다. 팀 내 3위인 7승을 올렸다. 이 중 3승은 동점을 허용한 뒤 타선의 도움으로 얻은 것이다. 최근 4경기에서만 2번이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뒤 승리투수가 됐다. 8월 말에는 오른팔에 통증이 생겨 한동안 세이브 상황에 등판하지 못하기도 했다.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라는 말은 야구계 속설이 아닌 정설이다. 두 선수는 30대가 훌쩍 넘었다. 롯데는 이 위험을 안았다. 풍부한 경험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두 선수의 동반 활약으로 이긴 경기보다 내준 경기가 더 많았다. 4년 40억에 계약을 체결한 선발투수 송승준도 실패했다. 그 역시 30대가 꺾인 2014년부터 하락세였다. 구단은 프렌차이즈 선수의 공로를 인정했다. 송승준은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8.71로 부진했다. 올 시즌 롯데 불펜진은 블론 세이브 17개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이브도 22개에 불과하다. 붙박이 마무리 투수가 없던 지난해 19개와 차이가 적다. 선발진은 올 시즌도 5인 로테이션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138억을 투자한 첫해, 효과는 미미했다. 안희수 기자
2016.09.23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