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앞으로 9연승 하면 우승이래요" 상상만 해도 즐겁다, '얼굴 팅팅' 피곤해도 심우준이 항상 웃는 이유 [준PO 2]
"피곤하죠. 하지만 너무 즐겁습니다."2년 만에 돌아온 가을야구, KT 위즈 내야수 심우준의 얼굴엔 항상 미소가 가득하다. 치열한 순위싸움에 5위 결정전, 와일드카드 결정전 등 시즌 막판 전 경기를, 그것도 체력 소모가 큰 유격수 자리에서 소화하면서도 심우준은 싱글벙글이다. 심우준은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부을 정도로 피곤하다"면서도 "하지만 너무 재밌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심우준은 지난해 KT의 가을야구 무대에 함께 하지 못했다. 2022시즌 후 상무 야구단에 입대해 올해 가을에야 제대했기 때문이다. 2023시즌 치열했던 한국시리즈(KS)를 팀원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TV로만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인지 심우준에겐 올해 가을야구가 정말 소중하고 즐겁다. 심우준은 "역대급 시즌 아닌가"라며 "너무 재밌다. 더 오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심우준은 "어제 득점권에 타석에 들어섰는데 신기하게 떨리지가 않더라. 이번 포스트시즌(PS)에서 두 번째 득점권 타석이었는데도 둘 다 긴장이 안됐다. 그랬더니 오히려 편하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며 덤덤해 했다. 긴장감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자신감이 커지고, 심우준은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두르고 공격적으로 뛰게 된다고.
자신감은 곧바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심우준은 전날(5일)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쐐기 적시타를 때려내며 팀의 3-2 승리를 이끈 바 있다. 2-1로 앞선 5회 1사 2루에서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로 2루 주자 배정대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간결하고 적극적인 스윙에 안타를 만들어냈고,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다시 득점권 기회를 만들어내며 심우준은 포효했다. 심우준은 "(수비가 홈 승부를 할 것을 알고) 2루로 뛰려고 했다. 코치님의 지시도 있어서 더 자신있게 뛰었다. 1루 베이스에서 살짝 미끄러져서 고민도 했는데 자신 있게 뛴 게 세이프까지 이어져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라며 웃었다. 부담스러울 법한 빅 게임이지만, 심우준만큼은 확실히 즐기는 모습이었다. 덤덤하지만 놀란 점도 있다. 바로 KT의 마법을 재확인한 것이다. KT는 올 시즌을 또 최하위로 시작했지만, 또 가을야구 무대에 올랐다. 특히 시즌 막판엔 SSG 랜더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연승을 거듭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두산 베어스에 2연승을 거두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최초의 정규시즌 4위 팀이 됐다.
이에 심우준은 "'역시 KT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지금껏 쌓인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우린 첫 가을야구 진출(2020년)부터 한국시리즈 우승(2021년), 도전(2023년)까지 단기전 경험은 다 해봤다. 그 경험이 최근 경기에 다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경험은 무시할 순 없는 것 같다"라며 자신도 놀랐다고 덧붙였다. 현재 KT는 정규시즌 막판부터 7연승 중이다. 심우준은 "팀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앞으로 9연승만 더 하면 우승이라고 하고 다닌다"며 웃었다. 심우준의 말대로 준플레이오프에서 두 경기를 더 이기고 플레이오프 3연승, 한국시리즈 4연승까지 9연승을 하면 우승한다. 심우준은 "멀어 보이지만, 해보고 싶다. 물론 힘들다는 건 당연히 알지만 그만큼 선수들 분위기가 좋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지금처럼 즐기면서 열심히 뛰어서 더 높은 곳을 노려보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4.10.06 1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