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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트카드 보이스피싱도 매출로 잡은 편의점, 뒷짐 진 구글

경북 문경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 5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재고가 맞지 않아서 그런다. 판매 중인 구글 기프트카드의 식별번호를 몇 개 달라"는 본사 직원의 전화에 아르바이트생이 순순히 응했는데, 알고 보니 사기였던 것이다. 뒤늦게 이를 알아채고 회수하려 했지만, 이미 사기범의 계정에 등록돼 손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한 달 뒤 편의점 정산금에는 피해액 130만원의 약 5%에 해당하는 7만원이 기프트카드 판매액으로 포함돼 있었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매출로 잡힌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 5일 전국 점포에 본사 직원 사칭 보이스피싱 예방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최근 주말 근무자를 대상으로 도용한 사원증 사진을 제시해 신분을 확인시킨 뒤, 카드 교체 및 재고 확인을 이유로 식별번호를 요구했다. 이에 회사는 근무자들에게 관련 사례를 공유하고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전국편의점알바생모임'에도 유사한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CU 편의점의 한 직원은 본사 직원처럼 프로필을 꾸민 카카오톡 계정에 85만원어치 기프트카드 식별번호를 찍어서 보냈는데, 사기라는 것을 인지하고 곧바로 환불을 시도했지만 승인이 거절됐다고 했다. 구글 기프트카드는 뒷면의 16자리로 이뤄진 영문과 숫자의 조합을 앱마켓에 등록하면 쓸 수 있다. 1만원 정액 상품부터 최대 20만원의 충전 상품이 있다. 게임 앱 아이템이나 유튜브 콘텐트 등을 살 때 활용할 수 있어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 인기다. 지금까지 기프트카드 보이스피싱은 개인을 상대로 주로 이뤄졌다. 그러다 범행 대상이 기프트카드 판매가 많은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신속한 대처가 힘든 고령자와 사회 초년생들이 주로 일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건당 피해 규모는 100만원선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 전반적으로 보이스피싱이 이뤄지고 있다"며 "본사 차원에서 교육 등 피해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피해 보상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기프트카드 보이스피싱 피해도) 하나의 금액권이다. 그 자체는 (매출로) 잡힐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프트카드를 판매하는 구글도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기 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채널은 온라인 채팅이 유일하다. 일단 계정에 기프트카드가 등록되면 환불은 불가능하다. 피해 사례를 공유한 한 블로거는 사기범의 정보를 문의했는데 '경찰에 연락하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전했다. 구글 고객센터 홈페이지에는 '천천히 진행하기' '내용 확인하기' '아무것도 보내지 않기' 3가지 수칙을 올려놨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자 세븐일레븐 점주들은 본사에 개선 요구사항을 직접 전달했다. 결제기기 화면 내 팝업 메시지 표출과 원하는 곳에 한해 구글 기프트카드 철수를 요청한 상태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기프트카드 결제가 연속으로 이뤄지거나 금액이 높으면 결제기기 화면에 경고 문구를 띄우도록 조치했다. 편의점에서 고액 충전권을 판매 등록한 뒤 실제 계정에 연동되기까지 지연시간을 두자는 의견도 나왔다. 전화를 끊은 뒤에 사기당한 것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수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구글의 개발 지원이 필수라 현실화 가능성이 작다. 편의점을 타깃으로 한 보이스피싱 사례가 급증하면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하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피해 예방·보상 활동은 펼쳐지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과 관계자는 "전화나 메시지로 이뤄지는 대출·주식 사기는 이동통신 3사, 금융위원회와 힘을 모아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구글 기프트카드 관련 사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관련 부처에서 정책적인 부분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07.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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