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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 유일한 프로야구 2곳 구단주...이승엽·이대호와 남다른 인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계 총수 중 유일하게 프로야구단 2곳의 구단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일본 프로야구 진출도 적극적으로 돕는 등 야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신동빈 회장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이승엽, 김태균, 이대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1995년 일본 지바 롯데마린즈 대표이사 겸 구단주 대행을 역임하다 2020년부터 구단주를 맡고 있다. 또 한국 롯데자이언츠의 구단주이기도 하다.신 회장은 ‘라이언킹’ 이승엽의 일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엽은 일본에 진출하면서 2004~2005년 2년간 롯데 마린스에서 활약했다. 특히 2005시즌은 정규리그 30홈런과 함께 일본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롯데 관계자는 “2004년 당시에는 한국 선수들의 일본 진출 초창기라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이적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며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서 협상 과정에서 에이전시를 소개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이승엽의 영입을 지시했고, 롯데마린즈는 2005년 우승이라는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이어 김태균도 2010년과 2011년 롯데마린즈에서 뛰면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2010년 타점왕을 차지했고, 김태균은 그해 팀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신 회장의 결단으로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며 다시 주목을 끌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하위권에 머물렀던 롯데의 돌풍을 주도하며 ‘부산 야구의 봄’을 다시 불러일으킨 바 있다. 최근에는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데려오면서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와의 인연이 가장 주목을 끌었다. 구단주로서 직접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대호의 은퇴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챙기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신 회장이 은퇴 선물로 준비한 ‘10번 반지’도 화제가 됐다. 당초 이대호의 반지만 준비했는데 신 회장이 ‘커플 반지’가 좋겠다고 의견을 내서 추가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가 ‘반지 선물’에 본인이 직접 쓰던 1루수 미트를 신 회장에게 전달했는데 아이처럼 좋아하는 구단주의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신 회장은 이대호가 은퇴사에서 “앞으로 더 과감하게 지원해주시고, 특히 성장하는 후배 선수가 팀을 떠나지 않고 잘 성장하게 보살펴달라”고 당부하자 통 크게 화답하기도 했다. 롯데지주는 롯데 자이언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190억원 유상증자에 의결했다. 넉넉해진 ‘실탄’으로 롯데는 박세웅, 노진혁, 유강남과 대형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신 회장으로선 유통 라이벌 SSG랜더스의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구단과 스킨십을 높이기 위해 그는 올해 통 큰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4~5월 15년 만에 구단 최다 연승인 9연승을 달리자 38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선수들에게 안겼다. 롯데 구단은 “신동빈 구단주가 1군 코치진, 선수단, 트레이너, 통역, 훈련 보조 요원 등 총 54명에게 고급 드라이어 혹은 헤드셋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선수 개개인에게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지금처럼 '하나의 힘'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으로 후회 없이 던지고, 치고 또 달려주십시오. 끝까지 응원하고 지원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지속적인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신 회장은 젊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롯데 자이언츠의 시스템을 사장단회의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하반기 사장단회의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사례를 강조하면서 “조직문화 혁신과 공정한 인사를 하라”고 경영진에게 주문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1.2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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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이 관례된 롯데, 올 시즌 뒤 어떻게 흘러갈까

올 시즌 종료 후 롯데 자이언츠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28일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롯데는 이종운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른다. 서튼 감독의 퇴진은 사실상 자의 반 타의 반이다. 팀 성적 부진 속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건 사실이나, 구단의 압박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월 코치진의 항명 사태와 코치진 개편은 서튼 감독의 입지를 좁히는 모양새였다. 성적 외에도 구단 고위층의 압박으로 서튼 감독의 스트레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 몰린 롯데가 돌파구를 찾고자 수석 코치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감독 사퇴 시 일반적인 수순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종운 감독대행은 8년 전 롯데 정식 사령탑으로 팀을 이끌다가 1년 만에 물러난 바 있다. 경남고-롯데 출신으로 2014년 10월 말 3년 계약으로 지휘봉을 잡았으나, 첫 시즌 8위(0.462) 부진 속에 1년 만에 경질됐다. 이 감독대행은 이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퓨처스(2군)리그 감독을 거쳐 올해 롯데 2군 사령탑으로 다시 돌아왔다. 1군 사령탑이 몇 년 지나 2군 감독으로 복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여기에 한 차례 경질한 전 감독에게 어수선한 팀 상황을 '재정비 해달라'고 부탁한 셈이다. 성적 부진이든 다른 이유에서든 한 차례 내친 지도자를 다시 불러와 감독대행까지 맡기는 건 이례적이다. 과거의 선택이든 현재의 선택이든 둘 중 하나는 잘못됐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KBO리그 초창기에는 전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롯데에선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강병철 전 감독은 롯데 지휘봉을 세 차례나 잡았다. 양상문 감독도 2004~05년 롯데 사령탑을 역임한 뒤 2019년 다시 2년 계약으로 친정팀에 복귀했다. 구단 관계자는 "이종운 감독대행 선임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감독 선임은 시즌 종료 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년 팀 롯데는 지금까지 총 20명(복수 이상 포함)의 정식 감독을 선임했다. 2008~2010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물러난 뒤엔 계약기간을 채운 사령탑이 조원우 감독밖에 없다. 그마저도 2017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뒤 3년 재계약을 맺었지만, 2018년 7위(승률 0.479)에 그쳐 1년 만에 물러났다. 그 외 2010년 이후 양승호-김시진-이종운-양상문-허문회-서튼 감독이 성적 부진 속에 일찍 짐을 쌌다. 28일 기준으로 롯데는 잔여 38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종운 감독대행의 잔여 시즌 성적에 따라 올 시즌 종료 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단장의 거취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성민규 단장은 3년 계약 만료 후 지난해 재계약했다. 성 단장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수한 자원을 많이 뽑아 미래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여준 직접적인 성과는 기대 이하다. 자신이 직접 뽑은 두 사령탑(허문회, 서튼)이 불명예 퇴진했고, 이 과정에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FA(자유계약선수)와 트레이드 영입도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단장의 거취 등에 관한 이런저런 소문은 올시즌 내내 꾸준하다.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마지막인 롯데는 10개 구단 중 가장 오랜 기간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게 '비정상이 관례'처럼 반복되는, 롯데의 차가운 현실이다.이형석 기자 2023.08.30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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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튼 감독 사퇴, 한때 3명이던 외국인 사령탑 이제는 전무하다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KBO리그에 외국인 사령탑이 모두 사라졌다. 롯데는 "서튼 감독이 27일 KT 위즈전 종료 후 건강상의 이유로 감독직 사의를 표했다. 구단은 숙고 끝에 서튼 감독의 뜻을 존중해 수용한다"고 28일 밝혔다. 잔여 경기는 이종운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감할 예정이다. 2019년 마무리 훈련부터 롯데 퓨처스(2군)리그에 합류한 서튼 감독은 2021년 5월 허문회 감독이 경질되면서 1군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서튼 감독은 부임 후 53승 53패 8무(승률 0.500)를 기록해, 부임 전 12승 18패(승률 0.400)로 꼴찌였던 팀을 8위로 올려놓는 지도력을 인정받아 기존 2022년까지였던 계약을 1년 연장해 2023년까지 보장받았다.그러나 최근 7연패 속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성적 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해져 사퇴를 결정했다. 2021년 외국인 사령탑은 역대 가장 많은 3명이나 됐다.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이 나머지 9개 팀 감독에게 와인을 선물하는 '와인 투어'를 하자 상대 팀 감독들도 선물을 마련해 제공하는 문화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웃은 외국인 사령탑은 없다. 서튼 감독의 사퇴로 KBO리그에서 외국인 사령탑은 전무하다. 맷 윌리엄스 감독은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놓은 2021년 12월, KIA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리빙딩 임무를 부여받은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인 지난 5월 중순 경질됐다. 서튼 감독은 올해 초 롯데가 선두 경쟁을 펼칠 때만 하더라도 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 재계약에 도전했다. 과거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2008~2010년),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2017~2018년)이 각각 계약 기간을 채웠지만 재계약엔 실패했다. KBO리그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로이스터 감독은 2008~2010년 세 시즌 연속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화끈한 공격 야구로 부산의 야구 인기를 다시 불러모았지만 포스트시즌(PS)에서 아쉬움을 남겨 재계약을 하진 못했다. 힐만 감독은 외국인 사령탑 최초로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면서 당연히 재계약 대상이었다. 그러나 가족 건강상의 이유로 미국으로 돌아갔다.서튼 감독은 6월 초 롯데가 선두 경쟁을 펼칠 때까지만 하더라도 포스트시즌 진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성적 부진 속에 극심한 스트레스고 결국 쓸쓸히 짐을 싸 퇴장했다. 당분간 KBO리그에서 외국인 사령탑을 만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형석 기자 2023.08.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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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역대 최다 이닝 포수' 강민호 "모든 공은 의미가 있다"

강민호(37·삼성 라이온즈)는 매 경기 KBO리그 ‘포수 출장 최다 수비 이닝’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시즌째 뛰며 총 1만 6006과 3분의 1이닝(14일 기준)을 소화했다. 2022년 ‘포수 레전드’ 박경완(현 LG 트윈스 코치)을 넘어 이 부문 1위로 올라섰고, 지난 13일 역대 최초로 1만 6000이닝 고지를 밟았다.20대 초반부터 한국 야구 안방을 이끌어갈 선수로 기대받은 강민호는 입단 3년 차였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AG) 야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며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이후 지난 2021년 열린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8개 국제대회를 치렀다. 강민호는 프로 무대 최정예 멤버가 출전하기 시작한 1998 방콕 AG 이후 가장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한 포수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역대 포수 최다 홈런(316개) 타점(1142개) 경신, 세 차례 자유계약선수(FA) 계약, 골든글러브 6회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남긴 강민호지만,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인 포수에게 ‘최다 수비 이닝’과 최다 국제대회 출전은 가장 명예로운 훈장일 것이다. 틀린 공 배합은 없다 강민호는 데뷔 3년 차였던 2006시즌, 전 경기(당시 126)에 출전하며 1040이닝을 소화했다. 리빌딩 기조 속에 저연차부터 기회를 얻었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전국구 인기 구단’ 롯데의 부흥기(2008~2012시즌)를 이끌며 KBO리그 대표 스타로 올라섰다.탄탄대로만 달린 건 아니다. 이름을 알린 뒤에도 강민호의 수비력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저연차 시절을 돌아본 강민호도 “그때 난 포수도 아니었다”라고 했다. 공 배합은 연차가 쌓일수록 혼란을 느꼈다고 한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선 진갑용(현 KIA 타이거즈 코치),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박경완이라는 한국 야구 대표 포수들과 함께 뛰며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된 것. 2008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재리 로이스터 당시 롯데 감독의 적극적인 ‘몸쪽 승부’ 방침도 포수였던 강민호에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거듭된 실패 속에 강민호는 단단해졌다. 그는는 “당시 사인을 낼 때 (안타나 홈런을) 맞을 것 같아서 무서울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멘붕(멘털 붕괴)에 빠져 보고, 힘들어하다 보니 또 다른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만의 공 배합이나 루틴이 그 시기 만들어졌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문연 코치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게 자신의 야구 인생 중 가장 잘 한 일이라고도 돌아봤다. 강민호는 2009 WBC에서 롤모델이었던 박경완과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그는 “경기 중 선배님의 눈빛은 정말 차갑고 냉정하게 느껴졌다. 중요한 순간에도 차분한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라고 당시 느낀 바를 떠올렸다. 강민호가 박경완의 공 배합까지 따라 한 건 아니다. 조언을 구하긴 했지만, 이미 그때도 ‘정답이 없다’라는 것을 알았기에 참고만 했다. 강민호는 데뷔 20년 차인 올해도 “상대 타자는 만날 때마다 약점과 강점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일단 내 머릿속 정보와 최근 데이터 사이 차이가 있으면 염두에 두기도 하지만 (상대 타자가) 전혀 다른 타격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그때마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순발력 있게 반응해야 한다. 그래서 공 배합에 정답은 없다”라고 했다.투수와 포수가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 안타나 홈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타자 약점을 공략해도 통하지 않을 때가 있는 게 야구다. 그래서 강민호는 나쁜 공 배합도 없다고 본다. 그는 “모든 포수가 많은 고민 끝에 사인을 낸다. 공 배합에 정답은 없지만, 정해진 오답도 없는 것 같다. 투수와 포수가 전략과 계획을 갖고 승부에 임했다면, 결과를 두고 ‘나쁜 선택이었다’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공은 이유와 의미가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자신의 선택을 믿으려고 했다. 베테랑 포수가 된 강민호는 실점에 실망한 후배 포수들에게도 "틀린 공 배합은 없다"라고 강조한다. 공 배합 의도를 물어보고. 답을 들은 뒤 “그게 정답”이라고 말해준다. 강민호는 “결과가 안 좋으면, 더 잘 기억하게 마련이다. 투수도 많이 맞아봐야 성장하는 것처럼, 포수도 자신의 공 배합으로 많이 맞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쾌한 포수의 단호한 리드 강민호는 포수에 대해 “투수가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포지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주전이 자리를 비웠을 때 그 여파가 큰 게 또 포수라는 포지션이다.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지 알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민호는 저연차부터 선배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당시 한문연 배터리 코치는 팀 투수들에게 “강민호의 사인도 믿고 던져봐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강민호는 그런 지도자의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서 더 많이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 과정에서 강민호는 포수는 책임감과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만의 공 배합을 정립한 뒤엔 의견 차가 있을 때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며 투수를 이끌었다. 그게 선배라고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5년 선배’ 투수 송승준(은퇴)과의 호흡을 떠올린 강민호는 “변화구 구사를 선호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송)승준이 형의 공은 (타자) 몸쪽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자주 보여줘야, 다른 구종이 효과적으로 통할 수 있었다”라고 돌아보며 “두 번 연속 몸쪽 직구 사인을 내도 승준이 형이 고개를 흔들면, 내 몸을 타자 몸쪽으로 옮겨 앉아 기존 사인을 고수했다. 어쩔 수 없이 던지게끔 말이다. 그렇게 이끌어야 할 때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가급적 투수가 원하는 구종과 로케이션을 들어줬지만, 승부처에선 단호했던 강민호다. 그는 지금도 투수들에게 “두 번 연속 같은 사인을 내면 나를 믿어달라”라고 당부한다고. 외국인 투수와의 관계에서도 강단이 있었다. 간혹 자신의 커리어나 실력을 맹신하고, 공 배합 주도권을 쥐려는 투수가 있었다. 2021시즌 삼성 소속으로 뛰었던 마이크 몽고메리가 그랬다. 강민호는 “전문 용어를 쓰며 자신이 원하는 공만 던지겠다는 선수였다. ‘나는 16~17년 째 KBO리그에서 뛰며 타자들을 상대했었다’라고 다그친 기억이 있다”라고 돌아봤다. 상대적으로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투수와의 관계. 강민호는 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도, 때로는 목소리를 높였다. 강민호는 2019년 4월 2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소속 투수 덱 멕과이어의 노히트 노런을 이끈 바 있다. 평소 강민호는 유쾌하다. 베테랑이 된 뒤에도 그가 풍기는 기운은 밝다. 강민호도 "성격이 외향적이고,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서 얘기하는 것도 좋아한다. 투수에게 먼저 다가서는 게 편하다. 나는 천성이 포수에 어울린다"라며 웃어 보였다. 그런 강민호가 진지할 때, 단호할 때는 그만큼 승부에 집중하는 것이다. 투수도 그 기운을 느끼는 것 같다. 강민호는 2023시즌도 팀 리더로서 안방을 지키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8.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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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잠실] '브랜든 무실점 9K+김재환 부활포' 거침없는 이승엽 호, 창단 첫 11연승 질주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는 두산 베어스가 기어이 1982년 창단 이후 팀 최다연승 기록을 새로 썼다.두산은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서 8-5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7월 1일 이후 월간 11경기에서 전승을 이어갔다. 시즌 성적은 44승 1무 36패를 기록, 같은 날 패한 1위 LG 트윈스와 승차를 4.5경기로, 2위 SSG 랜더스와 승차를 3경기로 줄였다. 두산과 달리 최근 3연패로 여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진 롯데는 시즌 42패(39승)를 기록, KT 위즈에 밀려 리그 6위로 추락했다.이날 경기로 두산은 창단 후 첫 11연승 달성을 기어이 이뤄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창단한 두산이 5284경기 2707승 107무 2470패를 기록한 끝에 거둔 성과다. 지난 2000년 김인식 전 감독이, 2018년 김태형 감독과 올해 이승엽 감독이 10연승을 이뤄낸 적 있지만, 기록을 11연승까지 이은 건 이 감독이 처음이다.KBO리그 전체를 돌아봐도 11연승은 지난 2020년 NC 다이노스가 9월 2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와 더블헤더 1차전부터 10월 1일 창원 SK 와이번스전까지 기록한 11연승 이후 1027일만의 기록이다. KBO리그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은 SK가 2009년부터 2010년에 걸쳐 기록한 22연승이다. 단일 시즌 기준으로는 2009년 SK가 19연승을 남긴 바 있다.한편 이승엽 감독도 역대 국내 감독 데뷔시즌 최다연승 신기록 보유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종전 기록은 1997년 천보성 당시 LG 감독, 1999년 이희수 당시 한화 이글스 감독, 2000년 이광은 당시 LG 감독과 지난주까지 이승엽 감독이 기록했던 10연승이다. 외국인 감독까지 기록을 넓혀도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2008년 기록했던 11연승과 타이기록이다. 로이스터 감독의 기록을 5439일만에 재현한 셈이 됐다. 투타 모두 두산이 우위를 점한 경기였다. 두산 선발 브랜든 와델은 제구 난조로 5이닝 소화에 그쳤으나 5피안타 1볼넷 1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승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1.04에서 0.87까지 떨어졌다. 주자를 쌓고도 고비마다 탈삼진을 유도, 롯데 타선을 꽁꽁 묶는 데 성공했다.타선은 8안타 5볼넷을 기록한 가운데 타선의 장타가 돋보였다. 선취점은 주장 허경민이 만들었다. 허경민은 3회 말 정수빈이 출루해 만든 기회 때 좌익수 키를 넘어가는 대형 2루타로 선취 타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후속 타자 김재환이 롯데 선발 나균안의 초구 스플리터를 공략,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터뜨렸다. 올 시즌 부진했던 그가 지난 4일 이후 21일 만에 기록한 홈런이다. 두산은 호세 로하스의 후속 적시 2루타까지 이어지면서 4-0으로 단숨에 리드를 벌렸다. 두산 타선은 5회 한 번 더 폭발했다. 흔들리는 나균안을 상대로 선두 타자 허경민과 김재환이 연속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롯데는 나균안을 강판하고 진승현으로 불을 끄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두산은 2사 후 양석환이 적시타를 터뜨렸고, 롯데 좌익수 신윤후의 실책이 더해져 앞선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두산은 이어 7회 허경민의 희생 플라이로 다시 한 점을 더해 7-0으로 승기를 굳혔다.롯데는 7회 초에야 만회점을 얻었다. 6회부터 구원 등판해 있던 이영하를 상대로 선두 타자 김민석이 밀어쳐 좌전 안타를 뽑았다. 빗맞은 안타가 나오자 이영하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고, 이는 결국 실점의 빌미가 됐다. 후속 타자 니코 구드럼 타석 때 포일이 나왔고, 결국 구드럼이 2타점 적시타를 쳐 스코어보드의 0을 끝냈다.그러나 이미 뒤집어진 분위기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7회 초 1사 상황에 박치국을 올려 불을 끈 두산은 7회 말 양석환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로 팀의 최다연승 확정을 자축했다. 롯데는 9회 초 손성빈의 2타점 적시타, 안치홍의 희생 플라이를 더했으나 끝내 역전을 이루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연승의 새 역사를 향해 걸어가는 두산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이날 상위 팀이던 1위 LG와 2위 SSG가 패하면서 지난달 1위와 11.5경기까지 벌어졌던 승차가 4.5경기까지 좁혀졌다. 2위 SSG와 승차는 단 3경기에 불과하다.상승세를 이어갈 동력도 충분하다. 연승 기간 잦은 우천 취소 덕에 투수진 연투가 적고, 선발 투수들도 대부분 휴식일을 길게 가져간 덕에 체력 소진 없이 연승을 이어오고 있다. 연승이 꺾이더라도 분위기만 이어간다면 후반기 '미러클'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7.2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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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의 곰, 기어이 10연승 채웠다…새내기 사령탑 새 역사 향하는 이승엽 호

두산 베어스가 후반기 첫 경기에서 기어이 10연승을 이뤄냈다.두산은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와 원정 경기에서 5-2로 승리했다. 이로서 지난 1일부터 9연승을 달리다 전반기를 마쳤던 두산은 10연승을 이어갔다. 10연승은 김인식 전 감독 시절인 2000년, 김태형 전 감독 시절인 2018년 세운 구단 최다연승과 타이기록이다. 구단의 역사인 동시에 새내기 감독으로서 리그 역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감독 중 부임 첫 해 10연승을 거뒀던 건 1997년 천보성 당시 LG 트윈스 감독, 1999년 이희수 당시 한화 이글스 감독, 2000년 이광은 전 LG 감독까지 총 3명 뿐이었다. 부임 첫 해 리그 최다연승 기록은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2008년 11연승을 달성한 바 있다. 두산이 오는 22일 KIA전까지 승리한다면 로이스터 감독과 나란히 서게 된다.이날 두산은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내세웠지만, 선취점은 KIA가 가져갔다. KIA는 2회 말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2루타와 이우성의 우전 적시타로 한 점을 먼저 얻었다. 이후 KIA 선발 마리오 산체스의 호투 속에 5회 초까지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두산은 5회 말부터 산체스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먼저 5회 말 1사 상황에서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가 우월 홈런을 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4와 3분의 1이닝 동안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던 산체스는 피홈런 후 달라졌다. 6회 허경민에게 2사 후 역전 좌월 솔로포를 내줬고, 7회에는 양석환에게 2루타, 로하스에게 볼넷을 허용해 연이어 위기를 맞았다. 산체스를 믿었던 KIA는 뒤늦게 구원 투수 최지민을 등판시켰지만, 그는 첫 타자 박계범에게 사구를 던져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연승 기간 콜업돼 타율 0.411 맹타로 9연승을 이끌었던 내야수 박준영의 방망이가 다시 터졌다. 박준영은 최지민과 풀카운트에서 이어지는 치열한 승부 끝에 싹쓸이 3루타를 터뜨리며 이날의 승기를 확실하게 굳혀냈다. 책임 주자 두 명이 모두 들어오며 산체스의 자책점은 4점으로 늘었다. KIA는 8회 소크라테스의 홈런으로 1점을 만회했지만, 두산의 10연승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는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10승(3패)을 올렸다. 지난해 10승 투수가 아무도 없었던 두산이 2년 만에 배출한 첫 10승 투수다.투타 조화로 미소 지은 두산은 22일 KIA를 상대로 11연승에 도전한다. 외국인 에이스 알칸타라가 만든 10연승의 바통을 국내 에이스 곽빈이 잇는다. 그는 전반기를 8승 2패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한 바 있다.한편 2위 SSG 랜더스와 3위 두산 베어스가 승리하고 1위 LG 트윈스가 패하면서 세 팀의 승차가 조금씩 좁혀졌다. LG와 SSG의 승차가 1.5경기, 두산과 승차는 5.5경기가 됐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7.2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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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연승 위해 에이스 알칸타라 출격…상승세 KIA 넘을 수 있을까

전반기 막판 9연승으로 7월 전승을 지키고 있는 두산 베어스가 10연승을 위해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출격시킨다.두산은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후반기 첫 경기에서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을 펼친다.두산은 7월 9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전반기를 마쳤다. 6월까지만 해도 치열한 중위권 싸움 속에 하위권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지만, 새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의 활약과 타자 호세 로하스의 부활, 양의지의 각성, 깜짝 스타 박준영의 등장 등에 힘입었다. 9연승 막판 우천 취소가 이어지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 아쉽게 전반기를 마쳤지만, 적절히 휴식 후에 후반기에 들어가는 것 역시 두산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전력 핵심이 선발진인 만큼 올스타 브레이크가 적절한 휴식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후반기 막판 곽빈 등 주축 선발들이 우천 취소로 쉰 것도 호재다. 에이스 편대를 나란히 후반기 첫 시리즈부터 쏟아부을 수 있게 됐다.첫 시작은 에이스 알칸타라가 끊는다. 알칸타라는 올 시즌 17경기에서 9승 3패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 중이다. 리그 최고 에이스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미 106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할 정도로 매 경기 꾸준하다. 올 시즌 KIA전에서는 2경기 나서 12이닝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다만 KIA의 최근 상승세를 무시할 순 없다. 나성범과 김도영이 합류한 후 KIA 타선은 7월 득점, 홈런 등에서 1위를 달릴 정도로 뜨거웠다. 시즌 내내 중심을 지켜준 최형우에 소크라테스 브리토도 동반 상승 중이다. KIA 역시 7월 9경기에서 7승 2패로 상승세가 막강했다. 6연승을 달리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1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패해 연승을 마감했다.KIA는 대체 외국인 투수로 와 KT 위즈와 데뷔전에서 6과 3분의 1이닝 1실점(평균자책점 1.42)으로 호투한 마리오 산체스가 나선다. 산체스는 데뷔전에서 노련한 변칙 투구로 KT 타선을 요리해 강한 인상을 남기고 전반기를 마쳤다. 외인 투수 전면 교체를 선택한 KIA로서는 산체스의 후반기 기세에 포스트시즌 도전이 달려있다. 두산이 KIA를 상대로 10연승 혹은 11연승 이상을 기록한다면 이승엽 감독이나 팀 입장에서는 가볍지 않은 기록을 얻게 된다. 10연승은 두산 팀 최다연승 타이기록이다. 또 베어스 감독 데뷔 시즌 최다 연승 신기록인 동시에 KBO리그 국내 사령탑 데뷔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이어 11연승까지 달성하면 구단 최다연승 신기록, 2008년 제리 로이스터 당시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데뷔 시즌 11연승 기록까지 깰 수 있다. 지난 15일 올스타전에 참가했던 외야수 정수빈은 "연승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다가 10연승인데 11연승을 해서 감독님께 신기록을 선물하고 싶다"고 다짐한 바 있다. 11연승까지 이룬다면 1, 2위 팀 추격에도 가속이 붙을 수 있다. 두산은 이미 지난 2019년 8경기 차를 뒤집고 통합 우승을 거둔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7.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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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의 진심 합심] 힐만 감독의 스위트 룸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넓은 거실부터 보입니다. 높은 층에서 내려다 보는 전망도 좋습니다. 가족들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아빠, 여기서 지내는 거야?” 아이가 벌써 신이 났습니다. 호텔 스위트 룸입니다. 아빠는 어깨를 으쓱합니다. “어, 그래. 감독님이 우리 가족들 편히 지내라고 이 방을 주셨어.”2018년 여름 무더웠던 어느 날, SK 와이번스 야구팀의 현장 직원 A가 가족들을 널찍한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에어컨 바람이 빵빵하게 나오는 서울 도심의 고급 호텔에서 A 가족은 이틀간 머뭅니다. 시즌 단위로 운영되는 야구단 생활에서 여름 휴가는 고사하고 아이들 방학이나 가족들 경조사에 신경 끄고 살던 A. "평일에도 밤늦게 들어오거나 원정을 다니니까 아이들 얼굴 보기가 힘들죠. 이렇게 원정 때 감독님 큰 방을 선수나 직원들 가족이 쓰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가족들이 더 좋아하고 자랑스러워 해요."트레이 힐만 당시 SK 감독 아이디어였습니다. "나는 그냥 일반 방이면 돼요. 선수, 직원 가족들이 찾아오면 함께 편히 지내게 제 방을 주세요."그래서 와이번스의 스위트 룸의 배정 원칙은 다른 팀과 달랐습니다. 프로야구팀 감독님들에겐 원정경기 때 호텔 스위트 룸을 드립니다. 비행기 좌석도 비즈니스 석을 제공하는데 팀의 리더로서 걸맞은 예우와 대접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자신의 방을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합니다. 선수와 직원의 행복을 선택합니다. 그의 진심을 보여주고 무엇을 얻었을까요. 존경과 헌신이었습니다. 저는 팀에서 일할 때 다른 팀 감독님이 어떤 리더십을 보이는지 궁금했습니다. 리더십에는 정답이 없고 저마다 스타일이 다릅니다. 그래서 팀의 훈련 방식, 대화 스타일, 인터뷰 워딩 등을 찾아 봅니다. 상대팀의 훈련시간에 맞춰 미리 도착해 살핍니다. 제가 모신 김경문 감독님이 상대팀을 분석하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감독의 말과 행동은 감독 개인의 리더십 뿐만 아니라 감독의 파트너인 코칭스태프, 그리고 프런트 조직과 호흡도 잘 맞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감독이 생각하고 말한 것을 코치와 프런트가 진심으로 이해했는지, 조율됐는지는 금방 드러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엇박자가 나고 결국 좌초합니다. 야구만 그럴까요. 세상사 비슷합니다. 어쨌든 그런 합심을 끌어내는 것도 감독의 역량입니다. 스위트 룸 이야기를 들려주며 뿌듯해 하던 A에게서 저는 당시 SK 야구의 합심을 느꼈습니다.힐만 감독의 스토리를 다시 꺼낸 건 최근 코칭스태프 보직이동으로 요란한 롯데 야구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롯데 야구도 로이스터라는 훌륭한 외인 감독의 경험이 있지만 그의 ‘no fear’ 야구는 프런트의 벽을 넘지 못한 미완성이었습니다. 힐만의 사례는 한국과 미국의 다른 문화와 야구전통 아래서 어떻게 자신의 철학을 구현해 냈는지 공부할 수 있는 좋은 리더십 교재입니다. 그는 한국, 미국, 일본 프로야구에서 모두 감독을 지내고, 한국과 일본에서 최정상에 오릅니다. 감독으로 정말 성공한 분입니다. 한국서 2년만에 팀을 우승시키며 강팀으로 이끄는 많은 스토리를 만듭니다. 끝내기를 맞은 투수, 결정적 실책을 한 내야수를 꼭 끌어안는 장면. 투수 박종훈은 우승 당시 인터뷰에서 “제 속사정 털어놓은 건 힐만 감독님이 처음이었어요. 선수 이야기 많이 들어주던 아버지 같은 분이세요”라고 말합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힐만은 지략에 앞서 ‘코칭=사랑’이라고 설명합니다. 힐만 감독은 프런트 고위층과 코치 운용을 놓고 담판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런 스토리는 외부로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기강을 잡기 위한 그의 정보력과 판단에는 구성원 다수의 지지와 신뢰가 스토리가 돼 내부 조직에 퍼지고 쌓였기에 가능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힐만의 스토리에는 여러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이질적인 문화를 경험하는 외국인 감독에게, 그리고 그와 함께 하는 분들과 팀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자리가 단순히 관리자(manager)여선 안된다 입니다. 감독 스스로 선수, 코치, 프런트로부터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도와야 합니다. 당신의 스토리는 누구를 위해 쓰여지나요.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3.07.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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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소문난 잔치에 풍성한 볼거리...혈전 예고하는 광주 2차전

소문난 잔치. 볼거리가 풍성했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3연전 첫 경기 얘기다.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3연전 첫 경기에선 롯데가 7-4로 이겼다. 롯데는 2008년 8월 30일 이후 14년 8개월 2일 만에 9연승을 거뒀다. 2008년은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부임한 첫 시즌으로 롯데 야구의 부흥기가 도래한 시기이기도 하다. 투수 김진욱·타자 김민석 등 당시 야구공을 잡지도 않았던 선수들이 주역이 돼 화려한 시절을 재연하는데 앞장섰다. 이 경기는 투수 운영, 작전 구사, 경기 집중력 모두 품격이 있었다. 패한 KIA도 마찬가지였다. 김종국 KIA 감독은 선발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를 4회 초 수비 시작 직전 바꿨다. 앞서 5점을 내줬으니, 바꾸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빠른 대처로 평가할 수 있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도 결단을 주저하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컨디션과 표정 모두 안 좋았던 선발 투수 박세웅이 5회 말 2사 뒤 연속 볼넷을 내주자, 아웃카운트 1개만 더 잡으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던 그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박세웅은 교체를 위해 그라운드 나선 배영수 투수 코치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벤치의 결단에 불만은 없어 보였다. ‘발야구’는 구단 사이 상관관계로 인해 흥미가 배가됐다. KIA는 지난 주말 3연전에서 LG 트윈스에 전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는 김규성의 홈 스틸을 포함해 도루 6개를 기록, 당시(4월 29일) 기준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도루를 시도하며 기동력을 강조하던 LG 앞에서 한 수 세련된 주루 플레이를 보여줬다. 롯데는 그런 KIA를 상대로 말로 역전 득점을 해냈다. 2-2로 맞서 있던 2회 초 1사 1·3루에서 1루 주자 박승욱이 2루로 뛰었고, 반 박자 뒤에 3루 주자 한동희가 홈으로 쇄도했다. 포수 주효상의 송구를 받은 유격수 박찬호가 바로 홈 송구를 시도하려 했지만, 손에서 공이 빠지고 말았다.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해도 타이밍상 한동희는 득점에 성공했을 것 같다. 롯데는 6회 초, 2사 뒤 박승욱·김민석·고승민이 연속 3안타를 치며 추가 2득점했다. 5회부터 마운드에 올린 임기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교체를 하지 않은 KIA의 선택은 다소 의아하다. 전세가 기울지 않은 상황이었다. 반면 롯데는 7-3, 4점 차로 앞선 7회부터 필승조를 투입했다. 김상수와 구승민이 각각 7·8회를 실점 없이 막았고, 역시 4점 차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원중도 1실점하고 26구를 던지며 고전했지만, 리드를 지켜냈다. 불펜 투수 소모를 감수한 서튼 감독. 9연승으로 얻는 게 더 많다고 본 것 같다. 승리를 향한 벤치의 필승 의지도 돋보였다. 롯데 박승욱은 8회 말 선두 타자 한승택의 안타성 타구를 잡은 뒤 몸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로 러닝 송구를 시도해 타자주자를 잡아냈다. 주 포지션이 1루수가 아닌 안치홍이 바운드 송구를 잘 잡아내며 명장면을 합작했다. 롯데가 왜 현재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KIA는 3일 2차전에서 신인 윤영철을 내세운다. 신인이지만 지난달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기세가 올랐다. 롯데는 4월 4승·평균자책점 1.34를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해준 나균안이 나선다. KIA도 이번 시리즈 전 9경기에서 8승을 거두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순위가 앞서 있던 LG를 상대로 마운드 운영과 작전 구사,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모두 앞섰다.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엔 여느 화요일의 3~4배 수준인 8892명이 입장했다. 온라인 응원도 뜨거웠다. 최고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전국구 인기 구단 사이 맞대결. 3일 2차전도 관심이 모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5.03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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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한동희 맹타' 롯데, KIA 꺾고 5358일 만에 9연승

롯데 자이언츠가 14년 8개월 만에 9연승을 거뒀다. 거인의 진격이 파죽지세다.롯데는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주중 3연전 1차전에서 7-4로 승리했다. 상·하위 타선 가리지 않고, 필요한 순간마다 팀 배팅과 적시타를 쳤다. 신인 김민석이 데뷔 첫 3안타를 치며 공격 선봉장 역할을 해냈고, 4월 부진했던 한동희도 타점 2개를 올리며 반등을 예고했다.롯데는 수비도 탄탄했다. 선발 투수 박세웅이 5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불펜 투수들이 제 몫을 다했다. 4월 1위 롯데가 연승 숫자를 '9’로 늘렸다.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이었던 2008년 8월 30일 이후 5358일, 14년 8개월 2일 만에 9연승을 거뒀다. 당시 기록은 11연승이었다. 시즌 15승 8패를 기록하며 리그 1위도 지켰다.롯데는 1회 초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신인 김민석이 1번 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로부터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쳤다. 후속 타자 고승민은 희생번트 작전을 수행했고, 3번 타자 잭 렉스는 볼넷으로 출루했다. 전준우가 팀 배팅으로 타구를 외야에 보내 3루 주자의 태그업 득점을 이끌었다. 선취점.선발 투수 박세웅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이어진 수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선두 타자 류지혁에게 안타, 후속 고종욱과 김선빈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최형우와의 승부에서는 우전 적시타를 맞고 2점을 내줬다. 롯데는 2회 초 선두 타자 노진혁과 후속 한동희가 연속 2루타를 치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4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율이 가장 낮았던 한동희가 반등 발판을 만들었다.롯데는 이어진 상황에서 유강남이 희생번트로 주자를 3루에 보냈고, 박승욱이 볼넷을 얻어내며 1·3루를 만들었다. 김민석의 타석에서 두 주자가 이중도루를 시도, 성공하며 추가 득점까지 했다. 3-2 역점.3회도 메디나를 공략했다. 1사 1루에서 투수 폭투로 3루까지 진루했고, 타자 안치홍을 적시타를 쳤다. 앞선 2회 연속 안타로 동점을 합작한 노진혁과 한동희가 연속 안타를 치며 다시 이닝 2번째 득점을 해냈다.박세웅은 3회 말 2사 뒤 최형우에게 2루타, 변우혁에게 볼넷,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줬다. 박세웅도 피안타가 너무 많았다.래리 서튼 감독과 배영수 투수 코치는 냉정한 결단을 내렸다. 박세웅이 5회도 주자 2명을 내보내자, 승리 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를 1개만 남겨둔 상황에서 그를 교체했다.하지만 이 결단은 통했다. 2번째 투수 김진욱이 대타 이우성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추격을 막았다. 롯데는 6회 초, 2사 뒤 박승욱·김민석이 연속 안타를 치며 다시 기회를 만든 상황에서 고승민이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3루타를 치며 7-3까지 달아났다.롯데는 7회 김상수, 8회 구승민이 등판해 4점 차 리드를 지켰다. 홀드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팀의 연승을 위해 나서 임무를 완수했다.롯데는 마무리 투수 김원중까지 세이브 획득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등판, 1실점으로 리드를 지켜내며 9연승 달성에 기여했다. 주자 2명을 내보낸 채 이창진과의 승부했고, 공 9개를 던지며 고전했지만, 결국 2루 뜬공으로 잡아냈다. 롯데의 봄이 이어지고 있다. 안희수 기자 2023.05.0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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