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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발사각 11.4도…이정후의 타구가 '홈런 비행'을 멈췄다

키움 이정후(23)의 타구가 '홈런 비행'을 멈췄다. 이정후는 지난해 홈런 15개를 때려냈다. 종전 개인 최고 기록인 6개를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전년 대비 홈런이 두 배 이상 늘었고, 장타율(0.524)까지 데뷔 첫 5할대에 진입했다. 비결은 간단했다. 타구 속도가 빨라졌고, 발사각이 더 높아졌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 타구추적시스템(HTS)에 따르면, 인플레이 타구 기준 이정후의 2019년 발사각은 15.8도, 타구 속도는 시속 133.1㎞였다. 지난 시즌에는 발사각이 17.9도까지 올라가더니 타구 속도도 시속 137.6㎞로 데뷔 후 최고점을 찍었다. 공을 띄우는 데 성공하니 이정후의 땅볼/뜬공 비율이 데뷔 후 최저인 0.62까지 내려갔다. 플라이볼 타자로 전환했고, 자연스럽게 홈런까지 증가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8월 12일 인상적인 홈런을 때려냈다. 고척 한화전 2-2로 맞선 연장 10회 말 생애 첫 끝내기 홈런으로 짜릿한 손맛을 봤다. 당시 홈런 타구의 발사각이 22.8도. 타구 속도는 시속 159㎞였다. 이른바 '배럴(Barrel)'에 근접했다. 배럴은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가 만들어 낸 이상적 타구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발사각 26~30도와 타구 속도 시속 98마일(157.7㎞) 이상인 경우가 해당한다. 좋은 발사각에서 힘 있게 타격하니 공의 비행시간과 비거리가 모두 길어졌다. 올 시즌에는 상황이 다르다. 발사각이 11.4도까지 떨어졌다. KBO리그 데뷔 첫 시즌인 2017년(10.2도) 수준. 그해 이정후는 홈런 2개에 그쳤다. A 구단 데이터 담당자는 "발사각 10도 근처에서 홈런을 만드는 건 진짜 어렵다. 보통 15도 이상은 나와야 홈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발사각이 낮다고 모두 홈런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타구 속도가 빠르면 라인드라이브로 펜스를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이정후는 타구 속도마저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시속 136.1㎞이다. 발사각이 내려간 데다 타구 속도까지 느려지니 좀처럼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 땅볼이 쏟아지니 땅볼/뜬공 비율이 1.60까지 치솟았다. 이정후는 "의도적으로 발사각을 낮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발사각이 지난해보다 내려갔고, 땅볼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훈련하면서 중요시하는 부분은 발사각보다 타구의 질이다.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가치는 여전하다. 콘택트 능력은 여전히 리그 최상급이다. 시즌 초반 부침에도 불구하고 타율과 출루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타격 페이스나 선수 컨디션 모두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런에 기반을 둔 장타율 하락은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는 지난해 "(이정후의) 장타력이 좋아지면서 상대에게 주는 위압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정확도에 파워까지 갖춘 완성형 타자로의 진화. 발사각이 내려간 이정후가 과연 어떤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4.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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