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이순철 LG 감독은 팀의 리더들이 선수단 내 선의의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에 크게 고무돼 있다. 이적생 마해영(36).주장 서용빈(35).`해결사` 최동수(35).`차세대 간판타자` 박병호(20) 등 거포 4명이 하와이에서 치열한 주전싸움을 하고 있어 다른 포지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팀 공격의 핵을 맡아야 할 이들은 동계훈련부터 팀 경쟁력에 불을 댕겼다. 치열한 1루 다툼이 다른 포지션의 경쟁 분위기까지 파급시켰다. 자리 다툼에서 밀려난 선수가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연쇄 작용`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부진한 원인의 하나로 붙박이 주전들이 타 팀에 비해 많은 것을 꼽은 바 있는 LG는 팀 전력의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주장을 맡고 있는 서용빈은 전훈지 합류가 늦었지만 솔선수범하는 리더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경쟁하는 선수들에 비해 파워가 떨어지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장점인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에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주전도 어렵지 않다고 여긴다. 내가 1루를 맡으면 다른 1루수보다 투수는 물론 야수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떠나야 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며 의욕을 보이는 중이다.
스토브리그 때 트레이드된 마해영은 지난 2년 동안 기아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후배들의 훈련 도우미를 자청하기까지 하는 그는 "1루든 지명타자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1루 수비는 언제든 자신있다. 이제는 정말 잘해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말한다.
최동수는 시즌 초에 밀려났다가도 중반이면 어느 덧 주전을 차지하곤 했다. "올해 유난히 심하지만 최근 몇년간 경쟁상대는 항상 있었다. 늘 앞에서 뛴 게 아니라 뒤에서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고 기회는 언제든 찾아왔다. 묵묵히 노력하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는 그의 말에서 노련함이 엿보인다.
교통정리를 해야 할 이 감독은 "사실 고민이 많이 된다. 현재는 4명 모두 컨디션이 좋고 너무들 열심히 한다. 3월에 가면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박병호는 1루와 3루 수비 연습을 병행시키고 있다. 개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3루 수업을 시키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문제는 스스로가 수비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