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한국이 낳은 세계적 성악가 조수미 씨(44.본명 조수경). 받은 이는 조 씨의 외삼촌이자 저명한 시인인 김건일 씨(64.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다. 1980년 11월 22일에 쓴 이 편지는 최근 김 씨가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kimkunilsiin)를 개설하면서 일반에 공개해 누리꾼들에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당시 조 씨는 대입 예비고사를 마친 뒤 서울대 입학을 위해 실기고사를 앞두고 있던 고교(선화예고) 3학년 수험생이었다. "오늘은 눈이 많이 온다는 소설이었죠. 하지만 너무나 좋고 따뜻한 날씨라 눈이 안 왔어도 별로 서운하진 않았답니다"라고 말문을 연 조 씨는 편지를 통해 풍부한 감수성과 함께 예술과 신앙에 대해 깊고도 성숙한 인생관을 나타내 예술가로서 대성할 자질을 일찌감치 엿보였다.
"삼촌과 저는 예술 속에 인생을 영위한다는 그 큰 명제만으로도 서로 무언가 통하는 것 같아요. 문학과 음악은 너무나도 일치하는 예술의 표현 방식 같아요.(중략) 예비고사가 끝나고 저는 `자아 반성`에 들어갔어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애송이인 내 자신의 지적 수준과, 버릇없던 교만심과 도도함에 대해서 말이에요.(중략) 전 명동성당에 나가기로 했어요. 나에게 주어진 재능과 모든 감사한 것들을 주님의 은총으로 돌리려고 말이에요. (중략) 인생을 험한 예술의 길로 정해진 내 운명을 좀더 개척하며 아름답고, 고난의 세계에서 살고 싶어요. 물론 운명과 하나님의 뜻이라면요. (후략)"
조 씨는 삼촌에게 "보내 주신 두 편의 시 너무 고마웠어요. 앞으로 자주 작품 보내 주세요. 저도 글을 써 보려 해요"라고 글을 마무리한 뒤 "참?? 오늘이 제 생일이었어요. 눈이 안 와서 섭섭했지만 즐거운 하루였어요"라고 여고생답게 발랄한 목소리로 추신을 달았다.
조 씨의 편지에 대해 누리꾼들은 "나는 저 나이에 무슨 생각으로 살았나 싶네요. 특별한 재능과 예술적 감성을 가진 사람은 어려서부터 저리 다른가 봅니다"(미루언니), "소녀 시대에 저런 성숙함을 보여 주다니 …. 감탄을 자아낸다"(오츠그), "소녀의 명랑함과 어린 예술가의 당당한 다짐이 느껴지네여"(톰톰), "참 맑은 영혼을 가지고 계시구려"(chju0413), "감동입니다! 예술을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는 자료 감사합니다"(dillinger) 등 감동과 찬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삼촌 김 씨는 일간스포츠(IS)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몇 년 전 한 문학지에 (조)수미에 관한 글을 올리려 자료를 정리하다가 이 편지를 발견했는데 지난주 개인 블로그를 열면서 공개하게 됐다"며 "수미가 수험생으로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감옥 같은 생활을 하던 시절 농촌 문학을 위해 경남 의창군(현 창원시)에 머물던 시게에 내게 보낸 편지"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국문과를 나와 73년 <시문학> 으로 등단한 김 씨(개인 홈페이지 pentown.co.kr/kimkunil)는 건국대 문인회장 등을 역임한 뒤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과 사랑방 시낭송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02년 서포 문학상 대상과 96년 자유시인상, 92년 흙의 문예상 본상 등을 수상했고 시집으로는 <풀꽃의 연가> , <땅따먹기> , <뜸북새는 울지도 않았다> , <꿈의 대리경작자> 등이 있다.
신화섭 기자
■피아노에서 성악으로 전공을 바꾼 사연은?
김건일 씨는 조수미 씨의 어린 시절에 대해 "수미의 초등학교 시절 몇 년간 같은 집에서 생활했다. 수미는 어려서부터 착하고 명랑했으며 눈이 초롱초롱했다. 부지런한 어머니(김말순 씨.71)를 닮아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루 네 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는다. 원래는 피아노를 잘 쳤는데 초등학교 시절 KBS TV의 어린이 노래 프로그램인 <누가 누가 잘하나> 에서 상을 받은 뒤 성악으로 바꾸었다. `열심히 해서 세계적 음악가가 되라`고 조언했는데 꿈을 이뤄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수미는 목소리를 아버지 쪽에서 타고났고, 예술성은 어머니(김 씨의 둘째 누나)와 나를 비롯해 외가 쪽의 영향을 받았다. 수미의 어머니도 시를 좋아했다"라고 전했다. 누가> 꿈의> 뜸북새는> 땅따먹기> 풀꽃의>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