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홍콩-미국으로 이어지는 해외 전지훈련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오는 16일 12시 30분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콜리시엄에서 열리는 멕시코전은 해외 전훈을 총결산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에 앞서 전지훈련을 통해 드러난 아드보카트 사단의 포지션별 주전 경쟁 현황을 짚어 보았다.
이운재 굳건한 골문 지킴이
■골키퍼
전지훈련을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골키퍼 부분에서 상당한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었다. 하지만 2002 월드컵서 4강을 이끈 이운재의 아성은 높았다. 이운재는 미국과의 비공개 연습경기와 LA 갤럭시전 후반전만 제외하고는 모든 경기서 골문을 굳게 지켰다.
이운재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김영광은 지난달 2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훈련을 하던 중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해 눈물을 삼켰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김영광은 적어도 1~2 경기에 출전해 아드보카트 감독으로부터 테스트를 받았을 것이다. 김영광은 골키퍼 훈련에 합류했지만 멕시코전 출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과의 평가전과 갤럭시전 후반에 골문을 지킨 조준호는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주전 골키퍼 교체에 매우 보수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다.
노장 최진철 두터운 신임
■중앙 수비수
전훈 기간 아드보카트 감독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바로 포백 수비의 완성이다. 포백을 완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적절한 중앙 수비수를 찾는 일이다.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이 수비라인을 진두지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경험 많은 노장 최진철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굳건한 신임을 받고 있다. 베어벡 코치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최진철에게 `수비 지휘관`의 역할이 맡겨졌다고 밝힌 바 있다. 최전철은 경험뿐만 아니라 헤딩볼 처리에도 능해 스위스, 토고, 프랑스 등 장신 공격수가 포진한 월드컵에서도 빛을 발할 전망이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김상식, 김진규, 유경렬, 김영철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네 명 중에선 김상식과 김진규가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김진규는 미국과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대포알 같은 프리킥 슈팅을 골로 연결시켜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김상식은 코스타리카전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파울을 범했지만 이번 전지훈련 동안 최진철 다음으로 많은 출전 기회를 잡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여러 평가전에서 중앙 수비수 조합을 다양하게 바꿔 가며 가능성을 검증해 왔다. 멕시코전에서 누구를 기용할지 가장 관심을 끄는 포지션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부분이다.
좌 김동진-우 조원희 우세
■좌우 풀백
왼쪽에 김동진, 오른쪽에는 조원희가 우선권을 거머쥐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진은 6차례, 조원희는 무려 7차례나 실전에 투입됐다. 두 선수 모두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장학영은 기량이 점점 발전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 최태욱은 부상으로 전지훈련 초반에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미국과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풀타임 출장했다. 최태욱은 원래 포지션이 윙포워드지만 수비수로서의 자질을 검증받고 있는 터라 주전 경쟁이 결코 쉽지 않다.
이호-백지훈 '눈에 띄네'
■미드필더
이호와 백지훈이 단연 눈에 띈다. 이호는 원조 `진공청소기` 김남일보다도 더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인상마저 심어주고 있다. 지난 12일 코스타리카전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좀더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의 수를 한 명 줄이는 과정에서 이호를 남겨두고 김남일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백지훈은 양발을 모두 잘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아드보카트 감독의 신임을 얻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더 기량이 발전하면서 `아드보카트 황태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감각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등 최근에는 부쩍 자신감을 얻으며 경기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미드필드에는 훌륭한 자원들이 넘쳐난다. 김남일은 이호와 더블 볼란테로 나서며 위력을 인정받았다. 김두현은 공격적인 면에서, 김정우는 경기를 풀어나가는 힘과 팀에 대한 헌신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주영, 홍콩 전훈부터 주춤
■윙포워드
전훈기간 동안 가장 화려한 비상을 한 선수는 이천수다. 지난해까지도 아드보카트 감독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던 이천수는 전지훈련에서 2골 2도움으로 득점 포인트 1위를 달리면서 자신의 진가를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감각적인 프리킥 능력,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여느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박주영은 그리스와 핀란드를 상대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두 골을 터트리며 급부상했지만 홍콩으로 건너온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주춤 하고 있다. 하지만 골을 터트리는 감각만큼은 아드보카트 감독도 인정하고 있다. 정경호는 빠른 돌파와 적극적인 플레이로 경기에 나설 때마다 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윙포워드 경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동국-조재진-정조국 삼파전
■스트라이커
이동국 조재진 정조국의 삼파전. 조재진은 덴마크전에서, 정조국은 미국과의 비공개 연습경기서 골맛을 보았지만 아직 이동국이 쌓아 놓은 아성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전훈 초반 골 가뭄에 시달렸던 이동국은 지난 5일 열린 LA 갤럭시전에서 통렬한 왼발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동국은 2002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쓰린 경험이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