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에 밀려 주머니 속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동전이지만 때로는 인간의 운명을 바꿔 놓을 만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호주에서는 한 조폐공사 직원이 다량의 동전을 훔치다 체포되는가 하면 한국에서는 동전을 훼손하면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
▧훔치려다 잡히고
호주 조폐공사 직원이 몰래 훔친 430만 원 상당의 동전을 지폐로 바꾸려다 덜미가 잡혔다고 호주 언론들이 15일(이하 한국시간) 보도했다. 수도 캔버라에 있는 호주 조폐공사의 한 직원(48)이 기계에서 금방 나온 따끈따끈한 동전들을 작업장에서 신는 장화와 도시락 속에 숨겨 훔쳐낸 뒤 이 동전들을 지난 12일 호텔에서 지폐로 바꾸려다 호텔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호텔 주인은 "동전을 보는 순간 양이 엄청나게 많기도 했지만 모두 금방 나온 새 돈이라는 사실이 수상하게 생각됐다"고 경찰에 신고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조폐공사 직원은 작업장에서 2호주달러(1440원)짜리 동전을 6000호주달러(432만 원)나 훔쳐낸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재판에 회부됐다. 그러나 연방 경찰이 그의 자택에 대한 추가 수색을 통해 10만 호주달러(7200만 원) 이상의 새 동전들을 찾아냄에 따라 새로운 혐의가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훼손하면 수갑 차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고의로 동전을 훼손하면 거액의 벌금형이나 최고 징역형까지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야 의원들이 화폐 훼손을 금지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데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 등도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5일 한은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등에 따르면 신국환 의원(국민중심당) 등 여야 의원 23명은 최근 주화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용해 또는 분쇄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신 의원 등은 "최근 동전을 임의로 훼손해 장신구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법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성수 국회 재경위 수석 전문위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화폐의 훼손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서는 주화를 훼손하는 경우 벌금형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등 캐나다와 영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서도 관련 법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