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 세계랭킹 6위의 멕시코 감독은 "강하면서도 빠른 선수들이어서 인상적이었다"고 혀를 내둘렀고 수많은 경기를 지켜본 멕시코 축구전문 기자들은 "한국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독일 월드컵 16강의 청신호를 켰다. 2002년의 기적을 다시 한번 재현할 희망이 보인다.
세계 31위 한국월드컵 대표팀은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인 `아즈텍`의 후예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전반 15분 이천수의 오른발 프리킥을 잡아낸 멕시코 골키퍼 오스왈도 산체스가 킥을 하기 위해 무심코 앞으로 내던졌다. 모든 선수들이 하프라인 부근으로 올라갈 준비를 했지만 GK에게 편안한 킥 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남아 있던 이동국이 이를 낚아채 골에어리어 정면에서 가볍게 왼발로 차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산체스 등 멕시코 선수들은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골아웃에 따른 골킥이 아닌 `인플레이 상황`이었기에 이동국의 인터셉터와 슛은 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연히 인정받았다. 아차하는 순간 방심한 멕시코 GK 산체스는 쓸데없는 항의로 경고만 받았다.
이날 멕시코전은 여러모로 중요한 평가전이었다. 장수가 자리를 비워(장모상에 따른 아드보카트 감독의 네덜란드행) 위기라면 위기라 할 수 있는 가운데, 4만명이 넘는 멕시코 팬들의 광적인 응원이라는 중압감 속에, 또 비록 유럽파가 빠졌지만 한국축구의 최정예 멤버를 동원한 평가전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축구의 위기관리 능력과 세계 속의 현 주소가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1-0이라는 스코어보다 멕시코 코칭스태프.선수.관중.언론 모두로부터 "한국이 완벽하게 장악한 경기였다"라는 고백을 이끌어낸 것이 중요하다. 이 정도라면 2006월드컵 본선 G조 상대인 토고 스위스는 물론이고 프랑스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골을 뽑아낸 이동국이 김진규를 얼싸안은 채 고개를 돌려 환호하는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은 김두현. LA=백종춘 일간스포츠USA 기자
이날 한국은 4-3-3시스템을 축으로 경기를 풀어 나갔다. 이동국을 원톱으로 삼아 정경호와 이천수가 좌우에 배치됐다. 김두현이 미드필더의 꼭짓점이 됐고 김남일과 이호가 밑변을 맡았다. 포백은 김동진-김진규-최진철-조원희가, 골문은 이운재가 지켰다. 박주영은 후반 추가시간에 잠깐 모습을 보였다.
이번 승리로 한국은 멕시코와 상대전적에서 4승2무5패로 어느 정도 균형을 잡게 됐으며 21세기 들어 3번 모두 승리했다. 이번 전훈동안 통산 5승1무3패(11골 8실, 미국과의 비공식 평가전 포함)를 거둔 한국대표팀은 시리아와의 아시안컵 예선(22일 오후 9시30분)을 위해 17일 LA를 출발, 런던을 거쳐 19일 시리아 알레포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