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지난 해 말 대구의 한 헬스클럽에서 복근 강화운동인 크런치를 하면서 힘에 겨운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이승엽(30.요미우리)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터뜨린 5홈런 중 3개는 이렇게 극적이었다. 톱클래스 투수들의 까다로운 공을 쉽게 쳐낸 것처럼 보여졌다. 그의 폭발력에 세계가 놀랐다. 2003년 56홈런을 터뜨렸을 때만 해도 미국은 이승엽의 힘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한국야구 수준을 폄하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장의 크기도 문제 삼는 등 이승엽의 파워를 의심했다. 그리고 2년 여가 지났다. 이승엽은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들의 공을 메이저리그 구장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 대체 이승엽이 달라진 비결은 뭘까.
▲덤벨(이두근) 12㎏→35㎏
이승엽의 하드웨어를 만든 오창훈 세진헬스클럽 관장에 따르면 그가 들어올리는 무게는 2년간 2.5배 이상 늘어났다.
이승엽은 2004년 겨울 오 관장의 도움을 받아 역기를 들었다. 이두근을 키우는 덤벨(아령) 무게는 12㎏. 어깨 높이에서 귀 옆까지 10회 정도 반복했다. 오 관장은 “처음 이승엽의 힘은 보통 선수 수준에 그쳤다. 어떻게 56홈런을 쳤는지 의심됐을 정도”라고 회고했다.
이승엽은 지난 겨울 헬스클럽에서 가장 무거운 35㎏ 덤벨을 15회씩 자유자재로 들어올렸다. 수치만 따지면 3배 정도 파워가 증가한 셈이다. 37㎝였던 팔 두께도 2년간 42㎝까지 늘었다. 오 관장은 “팔 두께는 2㎝ 늘리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팔힘이 늘어나면 스윙 때 테이크백이 짧아도 충분한 파워를 낼 수 있다. 일본 투수는 변화구가 좋고. 메이저리그 투수는 공에 힘이 넘치기 때문에 예전 이승엽의 스윙으로는 당해내기 힘들었다. 그러나 짧은 스윙으로도 강한 힘을 발휘한다면 수준 높은 투수의 공을 받아칠 수 있다.
이승엽이 이시이로부터 빼앗은 홈런은 그의 팔힘을 여실히 증명했다. 높은 슬라이더를 툭 하고 맞힌 것이 관중석 중단에 떨어졌다. 당시 이승엽은 “몸살 탓에 힘들여 치지 않았는데 홈런이 됐다”고 밝혔다.
▲스쿼트(하체) 100㎏→250㎏
야구선수에게 팔힘보다 중요한 것은 하체 파워다. 이승엽은 처음 스쿼트(역기를 등에 지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했을 때는 100㎏을 10번 정도 소화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오 관장의 집중훈련으로 2개월 만에 250㎏을 30회씩 들었다.
오 관장은 “6개월 이상 아무리 열심히 해도 70%를 늘리기 힘들다. 그러나 이승엽은 2개월 만에 250% 증가된 무게를 들어올렸다. 그만큼 잠재된 힘이 많았다”고 놀라워했다. 이승엽은 스쿼트를 할 때마다 마루바닥에 비오듯 땀을 흘렸다. 무릎이 좋지 않을 때도 야구의 기본인 하체 단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승엽이 로페즈와 윌리스로부터 터뜨린 홈런은 낮은 공을 강타한 것이다. 튼실한 하체 덕에 중심이 무너지지 않은 채 무릎을 낮출 수 있었다. 예전에는 걷어 올렸을 낮은 공을 이제는 그대로 받아쳐 라인드라이브타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비지땀…토악질…중독증
오 관장은 이승엽이 처음 세진헬스클럽을 찾은 2004년 11월 17일을 잊지 못한다. 그의 몸은 지바 롯데서 1년을 뛰면서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었다.
이승엽은 롯데로부터 받아온 훈련 프로그램을 오관장에게 보여줬다. 오 관장은 “이건 밸런스 위주의 훈련이다. 너는 근력이 많이 떨어져 있으니 우선 힘부터 키우자”며 지옥훈련을 제안했다. 일본 진출 후 자존심이 상해 있던 이승엽은 오 관장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승엽은 말그대로 비지땀을 쏟았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단련된 몸이 아니어서 역기 몇 번만 들면 땀이 줄줄 흘렀다. “매일 한 컵 이상의 땀을 흘렸다”는 것이 오 관장의 증언.
오 관장의 채찍질에 이승엽은 수차례 구토까지 했다. 특히 하체훈련과 등근육 강화훈련은 속을 뒤집어 놓을 만큼 지독했다. 이승엽은 묵묵히 견뎌냈다.
이승엽은 지난 해 30홈런을 터뜨린 뒤 웨이트트레이닝 ‘중독증’이랄 만큼 쉬지 않고 운동했다. 운동의 맛을 느낀 것이다. 지난 겨울 하와이 우승여행을 갔을 때도. 설 연휴에도 쉬지 않았다. 이렇게 이승엽은 피눈물 나는 ‘육체 개조’ 과정을 거쳐 세계를 놀라게 할 파워를 갖추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