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날이다. 절로 흥이 나려 한다. 덩달아 미각도 산뜻함을 원하는 요즘 참살이(웰빙)에 걸맞은 음식에 대한 욕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독특한 향취와 맛으로 입맛을 돋우는 봄철 나물이 갈수록 사랑받으면서 자연스레 채식에 대한 관심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참살이 열풍`에 힘입어 한 채소 요리 특선이 눈길을 모은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호경전에서 열리고 있는 `대만 건강 채소 요리 특선`(20~31일)은 채식 요리로는 세계 최고라는 대만의 자부심이 듬뿍 배어 있다. 지난 24일 이곳에서 만난 대만 채소 요리의 대가 추핑싱(邱平興.58) 주방장은 "한국도 앞으로 대만처럼 채식 인구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신감에 충만한 예상이었다.
그에 따르면 대만의 채식 인구는 무려 500만 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가 약 2200만 명이니 네 명 중 한 명이 채식주의자인 셈이다. 대만의 전 식당은 세 집 건너 한 집꼴로 채식 전문이며, 서너 명이 한 테이블에 앉으면 반드시 한 명은 채식주의자이다. 때문에 대만의 모든 식당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을 갖추고 있다.
약 150만 명의 불교도가 채식을 엄격히 지키고 있는 것이 원동력. 1990년대 초 불어닥친 건강 열풍과 맞물려 이제 채식은 사회적 대세가 됐다.
45년 요리 경력으로 대만 특급 호텔인 야투판팅 호텔 총주방장을 역임한 그는 항주 요리(상하이 요리)를 바탕으로 중국 채식 요리만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왔다. 요리 특징은 색소를 전혀 안 쓴다는 점. 고기.생선 등과 똑같은 모양새와 맛을 가지면서도 채소만을 재료로 쓴 요리를 개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대만 건강 채소 요리 특선`에서는 장어를 대체한 `야채 장어`와 새송이 버섯으로 스테이크 분위기를 낸 `파프리카 소스의 새송이 버섯` `야채소스의 연두부 샐러드`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채식은 맛있고 보기 좋다. 채식이 육식보다 영양소가 결핍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콩과 버섯으로 고기를, 해초로 해삼을, 계란 흰자 등으로 생선을 만든다. 파프리카로 여러 가지 색깔을, 과일을 첨가해 요리의 맛을 낸다.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무궁무진하다."
그는 채식으로 몸소 건강을 실천하고 있다. "아침과 점심은 정상적으로 먹고, 저녁은 반드시 채식을 한다. 저녁을 많이 먹으면 혈액 속에 산성이 남아 있게 돼 아침에 정신이 맑질 못하다. 사실 저녁을 굶는 게 가장 좋지만, 그러면 인생의 낙이 없지 않은가. 채식 요리 세 개, 탕을 하나 만들어 저녁을 먹는다. 나이가 예순에 가깝지만 병치레 한 번 없다."
대만의 사회 지도층 인사들 중에도 채식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대만을 이끄는 대기업 EVA 그룹의 회장도 열렬한 채식주의자이다. "채식은 그 나라의 경제 능력과 관련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아직 채식에 편견을 갖고 있는 듯하지만 결국 채식을 즐기게 될 거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인은 대만인에 비해 살이 별로 찌지 않은 듯싶다. 김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치만 먹는 것은 좋지만 술과 김치를 함께 먹으면 위장에 좋지 않다"라고 충고했다.
■야채 장어 조리법
▲재료: 김밥용 김 한 장. 콩비지(눌린 것) 60g. 팽이버섯 40g. 계란 한 개. 전분 15g. 아스파라거스. 은행. 파프리카.
▲만드는 순서
1. 팽이버섯을 튀긴다.
2. 콩비지 눌린 것을 잘라서 튀긴다.
3. 기름 뺀 1. 2번에 계란·전문·소금간을 묻힌다.
4. 김에 만다.
5. 7분간 찐다.
▲소스: 소금·설탕·후춧가루·정종을 약간씩 넣어서 끓인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파프리카 소스의 새송이 버섯
▲재료: 새송이 한 개. 버터 약간. 물. 소금.
▲만드는 순서
1. 파프리카 양파 마늘을 잘게 썰어 버터로 볶는다(그 과정에서 물을 30g 넣는다).
2. 1번을 끓여 식힌 후 믹서기에 간다.
3. 다시 2번을 끓이면서 생크림을 넣는다.
4. 무를 모양 내서 소금을 넣은 물에 찐다.
5. 새송이도 소금물에 5분간 담가 둔다.
6. 5번을 버터기름에 굽는다.
7. 브로콜리도 소금물에 삶는다.
8. 접시에 담아서 소스를 얹고 내놓는다.
▲소스: 파프리카 빨간 것 한 개. 노란 것 1/4개. 양파 15g. 마늘 5g. 당근 30g. 생크림 약간.
장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