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마이어는 전 공군조종사인 빌 스텔리와 함께 미국 볼티모어에 1984년 마이크로프로즈사를 설립한다. 그 후 7년이 지난 1991년에 그를 전설적인 게임 개발자 반열에 오르게 한 게임 <문명> 을 만든다.
<문명> 시리즈는 폭발적인 인기 속에서 무려 14년간 그 명성을 이어가며 지난해 4편까지 출시됐다. 4편은 올해 3월 미국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나올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켜 왔다.
실제로 이 게임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많다. 마이크로프로즈사가 2편까지 제작하고 문을 닫은 뒤 시드 마이어는 1996년에 파이락시스사를 설립한다. 이때 마이크로프로즈사의 개발자 대부분이 들어간 액티비전사는 <문명> 이라는 이름의 사용 권리를 주장하고 시드 마이어는 법정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결과야 어쨌든 그만큼 대단한 게임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지난해에 나온 최신작까지도 턴 베이스 전략 시뮬레이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지도 위에서 각각의 플레이어가 교대로 실행하며 전략을 충분히 생각한 뒤 하는 장르이다. 현재 게이머들에게는 생소한 장기나 체스를 연상하면 쉬울 것이다. 1탄부터 균형 잡힌 인공 지능과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향상된 그래픽으로 인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 게임의 단점은 인터페이스를 숙지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 출시된 <문명> 시리즈의 매뉴얼을 보면 소형 책자 수준이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접근성의 어려움 때문에 마니아층만 형성하고 있다.
<문명> 의 가장 큰 매력은 5000년의 인간 역사를 자기 스스로 건설한다는 재미일 것이다. 로마나 그리스.몽골 등 과거 역사를 대표했던 민족들은 자기만의 특색을 가지고 게임 속에 등장한다. 각 종족은 고유한 몇가지의 기술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출발을 한다. 사다리로 이뤄진 기술 트리들을 따라 연구를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은 게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목표는 모든 나라를 점령하거나 우주선을 만들어 알파센터우리 별에 도착하면 끝이 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역사의 교훈과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핵을 많이 쓰면 사막화가 가속되고 2000년이 넘어 끝이 날쯤되면 지구 온난화로 경작지가 점점 줄어든다. 이처럼 교육적인 면과 재미 두 토끼를 잡은 명작 중의 명작이다. 여러 번 해도 질리지 않는 이유는 할 때마다 다른 방향으로 역사를 진행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군사적으로 땅따먹기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시대가 지날수록 각 턴과 턴 사이 시간 간격이 너무 길어 기다리기 지루한 감은 있다. 이 점은 최신작인 4편도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 미국서는 <에이지오브엠파이어3> 와 1위를 다툴 정도로 관심을 끌었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아직도 출시되지 못했다. 아마도 실시간 전략게임의 득세하는 환경적 요인속에서 멀티플레이가 되기 힘든 턴방식 게임은 한국에서 살아남기 어려운가 보다( <문명> 4편은 12명까지 멀티가 가능하다). 국내 모바일 업체서 <문명> 3편을 모바일에 이식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PC게임도 한글화되어 우리나라에도 출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