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운영본부가 이른바 ‘라인 구도’의 편성을 앞으로 꾸준히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궁극적으로 모든 경주를 라인 구도의 편성으로 하려는 ‘플랜’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순조로울 경우 당장 내년부터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라인 경주가 일상적이지만 한국 경륜은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이를 시행하지 못했다. 공정 문제가 가장 컸고 선수 층이 얇아 라인 편성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에 한몫했다. 그러나 운영본부가 경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매출 증대 방안으로 이를 검토하면서 올들어 ‘명백한’ 라인 경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운영본부가 공식적으로 라인 경주라는 ‘타이틀’을 걸지 않고 있고 표면적으로는 ‘라인’을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올해 경주 편성을 보면 그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올들어 광명 스피돔에서 벌어진 252개 경주 중 약 40경주 정도가 라인 경주로 해석되고 있다. ▲강축 1명에 기량이 4~5번째 되는 라인 선수를 붙이거나 ▲축 없이 2개 라인 구도로 엮는 것이 일반적인 편성 방법.
지난 4월 7일 한정훈-주석춘(전라고)을 붙여놓은 것이 전자의 예이고. 4월 8일 공민규-박정식(가평) vs 신호재-김종력(창원)을 붙인 것이 후자의 대표적인 예이다. 또 지난 3월 열린 10기 vs 11기의 ‘이벤트 경주’도 운영본부가 라인 경주를 확대시키기 위한 야심작 중의 하나였지만 10기와 11기 선수들이 승부에만 연연하다 ‘확실한’ 라인 플레이를 펼치지 않으면서 운영본부를 머쓱하게 했다.
본부는 예년 같으면 경고나 실격 사유인 연대 행위에 대해 이렇다할 제재를 하지 않고 있어 간접적으로 그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연대 행위에 발생하면 경주가 끝난 후 경위를 듣고 심지어 배당과 매출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은근히 칭찬하고 있다.
라인 경주를 확대할 경우. 우리의 사정에 비춰 강제적인 라인 배분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3-2-2의 대결 구도로 경주마다 해당 선수들에 임무를 강제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이다. 단 각 라인에서도 내부적으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지난 해 한일친선경륜 때처럼 한 선수가 ‘희생양’으로 무작정 때리고 빠진 뒤 다음 선수가 바통을 이어받아 끄는 방식의 행위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인끼리 입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되 그 안에서 또 1착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인 구도라고 해서 어떤 특정 라인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라인에서 1명씩 입상하는 경우도 많다. 이른바 ‘라인 크로스’로 4월 15일 13경주 현병철-공민규(가평) vs 김치범-박진우(부산)의 대결은 라인끼리 치고 받았으나 결국 기량대로 현병철과 김치범이 입상에 성공했다.
반면 지난 주 일요일 12경주 장보규-민원영(과거 워커힐 훈련팀) 라인은 장보규가 한바퀴 선행 승부를 펼치고 민원영이 쉽게 따라가면서 라인 플레이의 전형을 보여주며 동반 입상에 성공했다. 운영본부 한 관계자는 “라인 경주 편성을 조금씩 늘리면서 선수들이 이에 익숙해지도록 할 계획이다. 그에 따라 연대와 관련한 현재의 규정을 개정하는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