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 29일 새벽 월요일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8일 일요일로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연휴가 이어졌다. 우리의 현충일과 같은 경건한 날이다. 메이저리그 게임 전에도 미국 국립묘지로 화면을 옮겨가 한국 전쟁에서 산화한 이들의 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3명의 한국인 빅리그 투수들이 선발 등판해 모두 쉽게 잊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말았다. 일요일 낮 경기였다.
먼저 미국 동부 워싱턴 시각 오후 1시5분 RFK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워싱턴 내셔널스의 경기에 LA 다저스 서재응(29)이 선발 등판했다. 미국 서부 LA 시각으로 오전 10시5분 시작됐는데 2승2패를 기록 중이던 서재응은 0-1로 뒤진 3회말 1사1,2루에서 라이언 짐머만에게 좌중월 3점홈런을 맞는 등 3회에만 워싱턴 9타자에게 6안타로 추가 5실점하고 교체됐다. 겨우 2⅔이닝 투구로 자신의 선발 역대 최소 이닝 투구였다. 서재응이 계속된 2사2루에서 폭투로 2사 3루 위기를 불러 들인 뒤 8번 마이크 벤토에게 6점째를 주는 좌전안타를 허용하자 LA 다저스 그래디 리틀 감독은 불편한 표정으로 서재응을 강판시켰다. 투아웃에서 다음 타자가 워싱턴 선발 투수인 라몬 오티스여서 서재응에게 이닝을 끝내게 할 수도 있었는데 교체한 것을 보면 참을성으로 유명한 그래디 리틀감독이 얼마나 노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디 리틀감독은 경기 후 "서재응의 장점은 좋은 구위로 타자를 상대로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것인데 오늘은 아무것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서재응이 1시간도 못 버티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곧 바로 LA 시각 오전 11시5분, 미 중부 시카고 리글리 필드 현지 시각 오후 1시5분 시카고 컵스의 신인 우완 류제국이 애틀랜타전에 선발 등판했다. 류제국의 메이저리그 2번째 경기이자 첫 선발 등판으로 상대 투수는 통산 181승으로 현역 다승 랭킹 10위에 올라있는 존 스몰츠였다. 류제국은 1회초 1사 후 애틀랜타 에드가 렌테리아에게 중월 솔로홈런을 맞았지만 1회 11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으로 잘 넘겼다. 5연패를 기록 중이던 시카고 컵스 타선은 1회말 9타자가 공격에 나서며 4점을 뽑아내 4-1로 리드를 잡아줬다.
그러나 류제국은 곧 이은 2회초 첫타자인 5번 애덤 라로쉬에게 중월 솔로홈런, 1사 후 7번 라이언 랭거한스에게 우월 솔로홈런을 맞았다. 류제국은 8번 토드 프랫에 중전안타를 내준 뒤 9번 투수 존 스몰츠에게 몸쪽 커브를 던지다 우월 2루타를 내줬다. 투수에게 안타를 맞는 가장 나쁜 상황이 나온 것이다. 이어 류제국이 1번 마커스 자일스에게 좌월 3점홈런을 내주고 다시 2번 에드가 렌터리아에게 중전 안타를 맞자 컵스의 더스티 베이커감독은 버티지 목하고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겨우 1⅓이닝 동안 모두 28개의 공을 던져 무려 4개의 홈런으로만 6실점한 것이다. 23세의 류제국은 패스트볼 최고 시속이 91마일에 그친데다가 볼끝도 눈에 들어올 정도로 밋밋했다.
이어 LA와 같은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 시각 1시5분 콜로라도 김병현이 선발 등판한 콜로라도-샌프란시스코의 경기가 시작됐다. 김병현은 이 경기에서 시즌 3승째를 따냈으나 4회 배리 본즈에게 역사적인 715호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6회말 1사1,3루에서 콜로라도 클린트 허들감독은 김병현을 교체했는데 6-2로 앞선 상황에서 김병현이 83개 밖에 던지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배리 본즈 홈런의 악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메이저리그 현지 시각으로 28일 일요일은 미 동부, 중부, 서부에서 선발 출장한 서재응 류제국 김병현에게 '블랙 선데이(Black Sunday)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