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로키스의 김병현(27)이 배리 본즈에게 715호 홈런을 허용한 다음 날 아침 LA 타임스(현지 5월29일 월요일자) 스포츠 섹션을 펼쳐 들었다. 전면 톱 기사의 큰 제목은 숫자 ‘715’였다. 그리고 소제목으로 배리 본즈가 ‘김(Kim)’으로부터 뽑아낸 홈런으로 베이브 루스와의 타이 기록을 깨고 통산 홈런 리스트 2위에 올랐다고 나왔다. 옆에는 LA 다저스 기사가 게재됐는데 다저스 선발 ‘제이 서(Jae Seo. 2승3패)’가 1회 1점. 3회에 5점을 허용해 워싱턴 내셔널스에 10-4로 패한 것의 희생양이 됐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2면에는 미국의 월드컵 대표팀이 28일 일요일(한국 시간은 29일) 코네티컷주 이스트 하트포드에서 열린 라트비아와의 최종 연습 경기에서 승리(1-0)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LA 타임스는 이번 주 목요일 독일 함부르그 월드컵 베이스로 떠나는 브루스 아레나 감독의 고민을 하나 하나 분석하며 월드컵에 대한 미국 팬들의 관심을 컬럼을 통해 반영했다. 3면에는 마리아 샤라포바가 프렌치 오픈에서 서비스를 하는 사진과 기사가 나왔고 몇장을 더 넘기니 7면에 배리 본즈의 ‘밤비노(베이브 루스의 애칭) 추월’ 특집 기사가 게재됐다. 그래픽과 함께 나온 통계 자료 중에 또 한명의 한국인 빅리그 투수 이름이 등장했다. ‘찬호 박(Chan Ho Park)’이다.
‘김’에 이어 ‘제이 서’. 그리고 ‘찬호 박’까지 나오니 문득 ‘빅 스리’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빅 스리’라면 2001년 6월 서울 잠실에서도 공연을 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를 생각나게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날 LA 타임스 스포츠 섹션에 같은 날 모두 등장한 박찬호와 김병현. 그리고 서재응이 한국인 ‘빅 스리’ 투수들이다. 한국인 ‘빅 스리’ 투수들이 LA 타임스에 같은 날 모두 나온 것도 처음인 것 같다.
박찬호는 배리 본즈에게 많은 홈런을 허용한 투수(Most homers-pitcher) 부문에 2위로 소개됐다. 현역 유일의 300승 투수인 그레그 매덕스를 비롯해 커트 실링. 존 스몰츠. 테리 멀홀랜드 등 4명이 8개로 1위를 차지했고 박찬호와 앤디 애쉬비. 데니 니글. 피트 슈렉이 7개로 2위다. 배리 본즈가 2001년 시즌 최종전에서 73호 홈런을 다저스 투수 데니스 스프링어로부터 뽑아내 한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는 내용도 나왔다. 박찬호가 허용한 71호. 72호 홈런은 언급되지 않았다.
김병현은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테로이드를 누가 먹었는지. 또 누구는 안 먹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스테로이드를 먹은 선수들이라고 해서 모두 홈런을 치는 것은 아니다. 배리 본즈는 좋은 타자다(He‘s a good hitter)”라고 말했다.
서재응은 ‘트리플A 투수가 아니냐’는 혹평을 했는데 지나쳐 보였다. LA 타임스는 서재응의 존재에 대해 배경을 이해하기 어려운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LA 타임스는 리틀 감독이 서재응을 선발에서 빼고 페레스를 쓸지도 모르겠다고 썼으나 서재응은 예정대로 6월3일(한국 시간) 필라델피아전에 선발 등판한다고 공식 예고됐다.‘빅 스리’가 모두 나온 LA 타임스였지만 읽고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