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이하 한국 시간) 플로리다와의 원정 경기에서 7-3 승리로 9연승을 내달린 후 홈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최하위팀 탬파베이에서 지는 것에만 익숙해 있다가 지난 1일 다저스로 이적한 내야수 훌리오 루고가 놀랐다. 빅 마켓(big market)에 연고를 둔 다저스 급의 선수들은 9연승에도 덤덤해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보면 훌리오 루고의 생각은 착각인지도 모른다. 그렉 매덕스를 데려온 트레이드와 연승에 가려져 터질 것이 터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재 다저스는 ‘크레이지 독(Crazy Dog)’에 ‘매드 독(Mad Dog)’은 물론 구단 전체가 물려 있는 형국이다. 감독에 대한 선수의 항명 사건을 어영부영 넘어 가고. 동료의 수비에 대해 손가락질을 하는 사건까지 이어졌는데 징계 타이밍을 놓친 구단과 ‘매드 독’이라는 별명의 그렉 매덕스가 함께 물려 있다.
트레이드 마감일인 1일 다저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렉 매덕스는 4일 신시내티전에서 배번 36번을 달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렉 매덕스하면 31번을 떠올리는 팬들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이유는 분명했다. 가이드 북을 뒤졌더니 31번을 올 시즌 두 차례나 ‘크레이지’한 일을 벌인 투수 브래드 페니가 달고 있었다. 항명에 손가락질까지 했는데 그렉 매덕스가 뭐 대수였을까.
그렉 매덕스는 메이저리그에서 31번을 달고 4542⅔이닝을 던지며 3133 스트라이크아웃과 327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36번으로는 이제 1승에 자신의 통산 328승째를 올리고 있다.
다저스 구단은 매덕스가 오면 페니가 양보할 것으로 쉽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통이 있는 팀에 기강도 서 있을 때의 얘기다. 페니는 “내가 좋아하는 다른 번호를 누가 양보해주면 나도 매덕스에게 31번을 주겠다”고 버티고 있다.
하기는 케니 로프턴의 수비에 손가락질한 일도 LA 다저스 그래디 리틀 감독은 페니에게 신시내티에서 선수단 전체에게 저녁 한번 사게 하는 것으로 넘어가게 했다니 뭐가 되겠는가.
어쨌든 팬들은 페니가 압력에 굴복해 31번을 양보할 것인가 아니면 굳세게 버틸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진다면 매덕스는 김병현과 선발 격돌하는 9일 콜로라도전에 다시 31번을 달고 나올지 모른다. 그 때까지 못 빼앗아 오면 징계처럼 또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