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한 백화점이 선보인 한 병(5ℓ)에 1500만원짜리 프랑스 최고급 와인. 라벨에 황금양을 번뜩인 이 무똥 로쉴드 2000년산의 등장은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세를 상징했다.
불황 속에서도 와인·위스키 등 고급술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급일수록 더 잘 팔리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와인 수입액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22% 늘어난 3888만 1000달러(약 375억 7500만원)를 기록했다. 저가의 와인보다는 점차 고가의 와인 수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9배가 넘는 위스키와 수입액 격차도 6년 만에 2.66배로 좁혀졌다. 이 속도대로라면 연내에 2.5배 안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위스키 업계도 최고급을 중심으로 웃음을 짓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제품 등급별 위스키 판매량은 17년산인 슈퍼 프리미엄급이 32만 3890상자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 12년산인 프리미엄급은 1.5% 늘었다. 반면 6년산 스탠다드급은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1만 9765상자로 지난해 동기보다 3% 줄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130만 2663상자)에 비해 2% 늘어났다. 업체별 시장 점유율은 ‘윈저’ 브랜드의 디아지오코리아와 J&B 판매법인인 기네스UDV를 포함한 디아지오 계열이 38.8%(51만 7109상자)로 1위를 차지했다.
진로발렌타인스와 페르노리카코리아를 합친 페르노리카 계열이 그 뒤를 이었다. 김혜주 더블U(와인 마케팅사) 대표는 “와인의 경우 국내 술 소비 형태가 저도주 중심으로 바뀌면서 힘을 받고 있다.
젊은이들이 와인 마시기에 가세하고 있다. 와인이나 위스키 등 고급 술이 잘 팔리는 것은 불황 속에서도 그것을 소비해 온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뚜렷이 느끼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