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가 창간되고 난 후 폭발적이고 경이적인 판매 부수에 도전하고자 펜트하우스·허슬러 등 다른 수많은 잡지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잡지들은 플레이보이의 문화성은 배제하고 도색적인 사진들만 싣는 화보집일 뿐 기타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물론 이런 그림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것 이상의 선물은 없겠지만 진정한 남성 잡지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보 방식의 잡지와 기사 방식의 잡지는 사실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리고 사진의 외설정도에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단적인 예로 플레이보이는 성기를 확대하여 촬영한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단지 잡지안의 여성들이 옷을 입고 있는 커트보다 벗은 커트가 더 많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잡지와 별 차이를 못 느낀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선 사람의 왕래가 잦은 지하철에서도 플레이보이를 보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플레이보이는 남자들이 원하는 광고나 각종 칼럼. 인터뷰등과 같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는데 단순히 도색잡지를 면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인터뷰는 그 인물들만 봐도 무게감을 짐작 할 수 있는데 알 파치노·키아누 리브스·폴 뉴먼·더스틴 호프먼·찰리 쉰·윌 스미스·짐 캐리 등과 같은 유명 배우. 스탠리 큐브릭·팀 버튼·쿠엔틴 타란티노와 같은 거장 감독들. 랜스 암스트롱·마이크 피아자 같은 스포츠스타들이 인터뷰에 응했다. 물론 이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는 도색잡지 플레이보이라면 인터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창간하면서부터 이런 사람들과의 공생을 유지하면서 그래도 플레이보이와 인터뷰 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자기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본인들에게는 영광을. 플레이보이는 그들의 지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나갈 수 있었다. 이외에 플레이보이는 인터뷰를 제외하고도 잡지안의 내용을 시사적인 내용이나 과학 등 잡지를 볼 수 있는 나이의 현대 성인남성이라면 알아야 할 것들로 알차게 꾸몄다.
말 그대로 놀기 좋아하는 플레이보이라면 놓치기 쉬운 사회문화를 52년 동안 잡지를 발행하면서 매달마다 게재하고 취재하여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것이 인터넷과 무료지가 넘치는 요즘에도 판매고를 올리는 노하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하지만 플레이보이도 어쩔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한 가지 있는데 젊은 층보다는 서른 살이 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도 그럴 것이 젊은이들은 사회문화나 정치보다는 원색적이고 강렬한 것에 더 신경을 쓰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플레이보이를 공식적으로 만나볼 수 없으므로 외국을 나갈 기회가 있는 사람이라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부 사서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들의 문화와 상식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자유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