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궁도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아졌다. 드라마 속 태자 경합에서 아버지 해모수로부터 활을 배운 주몽이 눈을 가린 채 전광석화처럼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은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부식의 <삼국사기> 에 의하면 “7세 때 스스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쏘면 백발백중이었다. 부여의 속어에 활 잘 쏘는 것을 주몽이라 했으므로 이를 이름으로 삼았다”라고 나와 있듯이 주몽은 명궁이었으니. 드라마의 모습이 꼭 과장된 것만은 아닌 듯하다. 혹시 우리 몸속에도 고구려 시조인 주몽의 피가 흐르고 있진 않을까?
가까운 사정(射亭)에서 활시위를 당기며 주몽의 꿈을 꾸어 보자.
■나무처럼 굳건히 서라
“드라마 <주몽> 은 제대로예요” 궁도 2단인 호미숙씨는 주인공 송일국이 활 쏘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고 칭찬한다. 특히 “5단 이상의 명궁들만이 쓰는 각궁을 쓰는 자세가 정확하다”며 많은 시간을 공들였을 거라고 말한다. 그냥 활시위를 당기면 되는 줄 알았는데 ….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듯싶다.
궁도를 알기 위해 찾은 곳은 서울 남산공원에 있는 석호정. 궁도 6단인 정대우씨가 직접 자세를 지도했다. 하지만 화살을 쏘는 몸의 자세보다는 마음의 자세를 강조한다. 화살을 쏠 정도가 되려면 1주일에 4일 이상. 2~3개월 걸려야 가능하다고 한다. 일단 기본 자세만 배워 보기로 했다.
발은 사선을 중심으로 왼발의 앞 끝이 사대선에 닿도록 하고. 오른발은 어깨 넓이 정도로 넓히고 30도 정도 앞 끝을 벌려 약간 뒤로 물린다. 이때 엄지발가락이 땅을 움켜쥐듯 하고. 오금·단전·괄약근에 모두 힘을 줘야 한다. “괄약근 사이에 밤을 놓았을 때 쪼갤 정도로 힘을 주세요” 궁도는 상체 운동이 아니라 오히려 하체 운동임을 강조한다.
■과녁을 보지 말고 나를 보라
연습용 활을 당겨 본다. 활대 가운데의 줌을 왼손 하삼지로 움켜잡고. 오른손 가운데 세 손가락으로 시위를 당긴다. 하늘 방향으로 들어올렸다 오른손이 이마 앞 부분까지 도달했을 때 줌울 쥔 손(이하 줌손)을 이마와 일직선이 되도록 한다. 시위를 당기는 손은 얼굴 쪽으로 바싹 당긴다. 줌을 쥔 손은 부들부들 흔들린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하다 보니 조금 안정이 된다. 정 6단이 여성용 활을 건넨다. 안정됐던 줌손은 또다시 흔들린다. 시위를 당기는 게 만만치 않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말은 궁도에서 제일 중요해요. 그래서 처음에 약한 활로 자세를 바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갈피를 못 잡는 줌손을 보고 있자니 이해가 된다. “자세가 먼저예요. 과녁에 하나라도 더 맞히려고 하면 실력은 들쑥날쑥이 돼요. 비록 더디더라도 자세가 안정이 되면 명중될 확률은 높아지죠”
■화살은 살아 있다
“혹시 요즘에도 주몽 같은 명궁이 있나요?” 애써 묻어 두었던 질문을 던졌다.
“1년이면 전국 대회가 40여 개이지만 두 번 이상 우승한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궁도가 매력적이라고 한다. 그날의 마음 자세와 몸의 컨디션만이 아니라 대회가 치러지는 장소의 지형.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잘 파악했는지에 따라 성적은 달라진다.
“화살은 머물러 있는 것 같아도 요동치고 있죠” 정 6단의 설명이 선문답처럼 들린다. 빈 화살을 시위에 걸고 과녁을 바라본다. ‘쉬~익.’ 화살은 과욕과 성냄의 과녁에 도달했으려나 ….
■궁도 장비
초보자는 사정에서 빌려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익숙해지면 개량궁(25만원)을 구입. 화살(카본 화살)은 개당 7000원. 5단 이상이 되면 각궁(70만원)을 사용한다. 각궁은 물소의 뿔과 소 힘줄·뽕나무·참나무·민어부레풀 등으로 만들어져 보관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각궁엔 대나무와 꿩 깃으로 만든 죽시(3만~3만 5000원)를 쓴다.
이외에 쇠뿔로 만들어 시위를 당길 때 엄지손가락에 끼는 각지. 활을 싸 두는 천으로 활을 낼 때에는 허리에 둘러 화살을 끼우는 궁대가 있다. 과녁은 가로 약 2m. 세로 2.66m로 사대 전방 145m 거리에 세운다.
■궁도의 승단
매년 두 차례 대한궁도협회에서 승단 대회를 치른다. 다섯 발씩 아홉 번을 쏘는데 1단이 되려면 25발 이상. 2단은 28발. 3단 29발. 4단 30발. 5단 31발. 6단 33발. 7단 35발. 8단 37발. 9단 39발 이상을 맞혀야 한다. 과녁의 어딜 맞히든 상관없다.
5단 이상이 되면 명궁으로 불린다. 승단 대회와 별개로 1년에 약 40회 전국 대회가 개최되는데 다섯 발씩 세 번 쏘게 된다. 열다섯 발을 모두 명중시키는 사람은 각 대회마다 1~2명 정도. 보통 상금은 남자 개인이 150만원 전후다. 대회를 순회하며 전국을 일주하는 사람도 있다.
■궁도를 배우려면
전국적으로 사장은 200곳이 넘는다.
보통 10~50만원 정도의 입회비를 내고. 2~3개월 교육을 받아야 사대에 올라 활을 쏠 수 있다(각 사정에 따라 2주에서 한 달 사이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석호정(02-2273-2061)에선 다음달까지 매주 토요일 초등생 40명을 대상으로 활쏘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parks.seoul.go.kr. 또는 남산공원관리사무소 02-753-7060). 황학정(02-738-5784). 수원 연무정(031-255-8910). 부산 낙동정(051-301-2500). 대구 관덕정(053-656-4664). 광주 관덕정(062-671-8383). 강원 죽서정(033-574-4739). 경주 호림정(054-743-5933). 제주 한라정(064-755-4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