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투타 개인 타이틀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00년 이후 6년 만에 용병 타이틀 홀더가 단 1명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된 것일까. 아니면 용병들의 실력이 떨어진 것일까.
▲외국인 선수 전멸?
12일 현재 투수 6개·타자 8개의 타이틀 중 용병이 1위를 달리고 있는 부문은 하나도 없다. 타이틀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홈런 부문의 호세(롯데)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 동료 이대호에게 1개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호세는 장타율에서도 2위(.533)이지만 1위 이대호(.587)에게 크게 뒤져 있다.
투수 중에선 그레이싱어(KIA)가 탈삼진 2위(155개). 리오스가 평균자책점 2위(2.70)에 올라 있으나 1위 한화 류현진(184개·2.33)과 격차가 워낙 커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도루·안타에서는 10걸 내에 용병이 아예 1명도 없다. 지난해만 해도 서튼(현대)이 홈런·타점·장타율 3관왕. 데이비스(한화)가 득점. 리오스(두산)가 탈삼진에서 공동 1위에 올랐다.
▲용병도 이제 후보?
용병 도입 초창기인 1990년대 말. 모 구단에서는 ‘비싸게 데려온 용병을 왜 주전으로 쓰지 않느냐’는 사장과 감독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용병=중심 타자 또는 선발·마무리’라는 공식은 옛말이 됐다.
LG는 카라이어를 줄곧 중간 계투로 기용하다 13일 KIA전에서 처음으로 선발 등판시켰고. 한화 클리어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벤치를 지킨 경우가 많아 83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다.
▲국내 선수 기량 향상?
올시즌 국내에서 뛰고 있는 용병들의 기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결국 국내 선수들의 실력이 이제는 용병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올시즌에는 류현진(한화)·장원삼(현대)·구대성(한화) 등 빼어난 투수들이 대거 등장하거나 복귀했고 이대호(롯데)·이택근(현대)·이종욱(두산) 등 신예 타자들의 성장도 두드러졌다.
여기에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용병 흉년’에 폐지론 솔솔
“3명으로 늘리자” vs “아예 없애자”
프로야구 각 구단은 이미 내년 시즌부터 팀별 용병 수를 ‘보유·출전 각 2명’에서 ‘보유 3명. 출전 2명’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외국인 선수들이 도입 초기와 같은 맹활약을 보여주지 못하자 용병 제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도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이제는 국내 선수와 용병의 기량 차가 거의 없다. 규정보다 훨씬 많은 거액을 들여가며 외화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정환 KIA 감독도 “용병으로 주로 영입되는 미국 트리플 A 선수들은 이제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며 폐지론에 동조했다. 어떤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최향남이 마이너리그에서 맹활약(8승 5패·평균자책점 2.37)한 것을 봐도 트리플 A의 수준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구단에서는 여전히 팀 사정과 선수 수급을 위해 용병 수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고. 대다수 구단이 이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이종범)는 여전히 “용병은 팀별 최대 2명”이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외국인 선수 확대가 올 겨울 스토브리그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