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대학 졸업생 김형진(26)씨는 지난해 직무 적성-인성 검사(인·적성 검사)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김씨는 1년 해외 연수에 인턴십 경력까지 갖춰 취업을 자신했지만 그만 A그룹 2차 인·적성 검사에서 떨어졌다.
직무 적성 중 언어·수리·상황 판단 능력 테스트는 그럭저럭 보고. 인성검사에서도 ‘좋은 게 좋은’ 쪽으로 동그라미를 쳤기 때문에 합격엔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씨는 불합격의 쓴잔을 마셨다. 김씨는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일반 기업·공기업 신입 사원은 물론 국가 공무원 채용 시험에 인·적성 검사의 중요성이 매년 커지면서 취업 준비생들이 ‘인·적성 공포’에 떨고 있다. 9~10월 본격 취업 시즌에 돌입하면서 별도로 준비하기 어려운 이들 검사에서 발목 잡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기업체 사원 채용 면접관으로 자주 참석했던 정유미 잡코리아 본부장은 “단순한 인성 파악에서 채용의 당락을 결정 짓는 중요한 잣대가 된 인성검사에 대한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적성 검사는 학점이나 시험 성적보다 입사 후 조직 생활을 잘할 수 있는지. 업무 능력을 키울 기초 소양이 갖추어졌는지를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삼성네트웍스 1년차 황모(26)씨는 “별도로 준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이 기출 문제집을 들고 달달 외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제가 매번 달라져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정답이 있는 직무 적성검사는 그나마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인성검사인 경우엔 그야말로 지뢰나 마찬가지다. 가령 “평범한 사람보다 괴짜가 낫다”. “융통성보다는 원칙을 중요시한다”. “생각은 오래하되 결단은 빨리 내린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잘 먹는 편이다” 는 인성 검사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중학교 윤리 시험처럼 좋은 쪽으로만 ‘예스’를 했다가는 거짓말로 판명돼 점수가 대폭 깎인다.
서미영 인크루트 HR 부문 상무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써야 하지만 아울러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시험 전에 자신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해서 그에 맞는 목표를 세워 지원서를 제출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정유미 본부장은 “특정 기업의 인·적성 검사에서 떨어졌다면 그 기업에 재차 지원하는 걸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각 기업마다 필수로 치루는 직무 적성-인성검사 때문에 취업에 발목 잡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은 기출 문제를 달달 외우지만 전문가들은 소용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난 7일 서울 모대학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팁> 이런 면접생은 실패!
▲오버 액션형: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 “열 번 떨어져도 이 회사에 계속 지원하겠다”라고 답하면 일단 탈락 대상이다. 1970~1980년대에 인기 있었던 돌쇠형이지만 이제는 안 통한다. 보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나 홀로 OK: 아무리 개인주의 시대라지만 서구식 개인주의는 아직도 우리 기업 풍토에 맞지 않는다. “회식 자리와 개인 약속이 겹칠 경우엔 어떻게 하겠냐”라는 질문에 “개인 약속이 먼저”라고 우긴다면 조금 곤란하다.
▲내 인생은 나의 것: “10년 후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설명해 보라”는 흔히 듣는 질문이다. 이럴 때 “3년 후엔 MBA. 5년 후엔 창업”이라고 말하면 회사가 손해 보는 장사다. 개인 커리어 플랜으로는 완벽하지만 회사에는 절대 도움이 안되는 타입이다.
▲이성 상실형: 상대방을 꺾어야 내가 산다는 생각에 골몰해 상대와의 토론 중 말을 가로채거나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면접관 앞에선 누구나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성을 잃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