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1999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7년 만에 정상 탈환에 나선다. 한화는 17일 막을 내린 PO에서 정규시즌 2위 현대를 3승1패로 일축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해 PO까지 나갔으니 올 시즌은 그 이상을 목표로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팬들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시즌 전 전문가들로부터 우승 전력으로 꼽혔으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전=정회훈 기자 [hoony@ilgan.co.kr]
△우승후보?
시즌 전 구단의 공격적인 투자로 한화는 단숨에 우승후보로 뛰어 올랐다. 자유계약선수(FA) 유격수 김민재의 영입으로 고질적인 내야의 불안을 해결했고. 우승청부사 구대성을 6년 만에 복귀시키며 뒷문도 보강했다. ‘덕장’ 김인식 감독의 지휘력과 살인적인 다이너마이트 타선까지 곁들이면 지난해 우승팀 삼성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봄바람을 타고 훨훨
예상대로 5월까지는 삼성·현대와 선두 싸움을 벌였다. 공격력은 지난해보다 떨어졌으나 ‘괴물신인’ 류현진과 문동환은 8개 구단 최강의 원투펀치를 이루면서 한화의 고공비행을 이끌었다. 최영필-구대성으로 이어지는 '황금불펜'도 위력을 발휘하며 승수쌓기에 힘을 실었다. 타력의 팀에서 마운드의 팀으로 탈바꿈한 한화는 5월까지 25승1무16패로 선두를 질주했다.
△최영필 부상 도미노
그러나 불펜에서 마당쇠 구실을 하던 최영필이 지난 5월 31일 잠실경기에서 왼발목 골절상을 입으면서 시련이 닥쳤다. 최영필의 공백은 생각 외로 컸다. 2명의 몫을 떠맡은 구대성은 지쳐갔고 조원우·김민재·클리어 등 주력 타자들도 잔부상에 시달렸다. 시즌 초반부터 잠잠했던 방망이는 단 한 번도 화끈하게 폭발하지 않았다. 자연히 패수가 많아졌고. 6월부터 한달 반 동안 11승(16패)만 보탠 채 4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믿음야구의 힘
김 감독의 ‘믿음야구’는 더 이상의 추락을 허용치 않았다. 후반기에 출발하자마자 6연승으로 원기를 회복한 한화는 8월 연패와 연승을 거듭하며 현대와 2위 싸움까지 벌이기까지 했다. 결국 67승2무57패의 3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전 우승후보치고는 아쉬운 성적표. 그러나 포스트시즌이 남아 있었다. 시즌이 끝난 것으로 보였던 최영필은 목발을 짚고 공을 뿌리는 각고의 재활 끝에 9월 중순 합류했다. 어느 새 한화는 시즌 전력으로 돌아가 있었다.
△가을의 기적
막상 가을 잔치의 뚜껑을 열자 전력의 허점이 보였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하기 위해 KIA(준PO)·현대(PO)를 거쳐야 하는 부담도 컸다. 선발 문동환·류현진은 6회 이상을 넘기지 못했고. 구대성을 제외하고 이기는 불펜 권준헌·최영필도 큰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매경기 깜짝 스타가 탄생하며 승리의 릴레이를 펼쳤다. 준PO에서는 고동진·이범호가 방망이를 폭발시켰고. PO 2차전에서는 정민철이 승리투를 던지며 시리즈의 흐름을 되돌려 놓았다. PO 3차전에선 이도형이 이번 포스트시즌(PS) 20타석 만의 첫안타를 결승 솔로포로 연결시켰다. 두 차례 선발에 실패한 문동환은 3·4차전에서 셋업맨으로 나서 승리를 뒷받침했다.
위태위태하지만 결코 추락하지 않는 독수리 군단은 이제 21일부터 시작되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서 ‘V2’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