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2시. 능동 서울 어린이 대공원 근처 군자동 4거리에 있는 ‘인형체험방’. 대로변에 버젓이 간판이 걸려있는 이 업소는 대낮인 관계로 드문드문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리얼돌(real doll). 즉 섹스인형을 갖고 노는(?) 이 업소에는 주인 말에 따르면 하루 평균 15명이 찾는다고 한다.
이번 정기국회 국정 감사장에까지 등장한 섹스인형이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경찰에서조차 실태 파악이 안된 인형체험방은 벌써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도대체 리얼돌이 어떻게 생겼길래. 인형체험방은 어떤 곳이길래 이렇게 화제가 될까. 손님을 가장해 몰래 잠입 취재했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니 한쪽 벽에 전시된 성인용품이 눈에 들어온다. 입장료는 2만5000원. 24시간 영업이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 남자가 콘돔과 젤. 유사 성기가 든 비닐 봉지를 들고 방으로 안내한다. 15평방미터 남짓한 작은 방이다. 작은 침대. PC 한 대. 의자. 재털이가 전부다. 야시시하고 은은한 조명이 비추고 있다.
작은 침대 위에 스타킹을 신고. 하얀 레이스 잠옷과 빨간색 팬티를 한 여자가 다리를 약간 벌린 채 누워 있다. 키는 140cm 정도로 작은 편이지만 실제 여성과 흡사해 깜짝 놀랐다. 벽에는 ‘인형 사고 많이 일어나니 양해를 구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파손시 인형가격 410만원을 전액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직원이 이 리얼돌의 사용법과 PC로 ‘야동’(야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유명 포털의 성인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음란 동영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것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수원과 전주에서 입건된 인형체험방 업주의 혐의가 리얼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음란물 배포였기 때문이다.
음란 동영상을 다운 받거나 저장되어 있는 것을 틀면 음화배포 행위로 법적 규제 대상이다. 그런데 요사이는 유명 포털 등의 성인사이트에 가입해 연간 회원등의 돈을 내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몇 개씩 보유하고 있다.
■실제 피부같은 느낌. 교성도 흘러나와
리얼돌은 실제 피부와 질감이 비슷했다. 실리콘 재질인데도 오히려 더 부드럽고 말랑말랑했다. 하지만 촉감은 차가웠다. 인형을 더듬으면 낮은 숨결의 교성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영화 메이크업에서 출발했다는 ‘리얼돌’의 체험방 버전은 대체적으로 조악한 느낌이다. 구체관절인형처럼 손가락·무릎·발가락 등의 모든 관절이 움직이는 것도 있다지만 이곳에서는 다리만 움직인다.
리얼돌은 사실 수입금지 품목이다. 그래서 대부분 완구로 들여온다. 성기 부분을 막고 인형처럼 위장하지만 밀수품으로 취급돼 엄격하다. 유통업자 김모씨는 “최근 들어서는 교재 완구로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 가격은 재질에 따라 다르다. 보통 85만원. 195만원짜리 등이 있다”고 말했다.
업소를 나올 때 주인처럼 보이는 50대의 남자에게 슬쩍 “손님은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보았다. 방이 네 개인 이 인형체험방을 찾는 남성은 “하루 15명 정도”다. 그러니까 한달 수입은 얼추 1100만여 원 내외다.
대낮이었지만 이곳을 찾은 손님을 밖에서 기다린 끝에 잠깐 만나 직접 얘기를 나눴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과대포장된 느낌이다. 별로인 것 같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파는 다른 여타 기구보다 못하고. 동영상도 하품들이라 하품이 났다”고 혹평을 했다.
인형체험방은?
인형체험방은 시간당 2만 5000원 정도의 요금을 내면 밀실에서 포르노물 등을 보며 인형과 성행위를 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제작돼 ‘리얼 돌’(real doll) ‘더티 와이프’(dirty wife) 등으로 불리는 인형은 실리콘이나 라텍스로 만들어져 사람과 신체 구조나 피부가 비슷하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성매매가 어렵게 되자 유사 성행위 업소인 인형체험방으로 발길을 돌리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밀실에서 포르노물 등을 보며 인형과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인형체험방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유행이 지난 성인채팅방이나 전화방 등과 접목해 프렌차이즈화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자유업종으로 사업자등록만 하면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어 제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법적 단속 근거는?
지난달 11일과 30일 수원과 전주에서는 인형체험방을 개설 운영한 업주가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및 음화반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손님들에게 한 차례당 2만5000원을 받고 유사성행위를 하도록 해 16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하지만 경찰은 이 업소에 대해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를 놓고 고민해야 했다. 인형과의 성행위 제공에 대한 마땅한 처벌 법규가 없기 때문. 결국 찾아낸 처벌 근거는 음란물 동영상 제공혐의였다. 또 인형과의 성행위를 한 남성들에 대한 처벌의 근거도 없어 난감해 했다.
결국 경찰은 밀실 내에서 틀어주는 음란물을 문제 삼아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과 형법상 음화반포를 적용해 사법처리를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제약은 있다. 인형체험방을 운영하되 음란물을 틀어주지 않으면 처벌이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용자도 처벌하기 어렵다.
국회 국감장의 리얼돌
지난달 19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국감장에는 난데없이 리얼돌이 등장했다. 노현송 열린우리당 의원이 리얼돌(단백질인형)을 들고 나타난 것.
노 의원은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지 3년째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최근 경기지방을 중심으로 성인 인형을 이용한 신종 성매매가 생겨나고 있다”며 “인형방의 경우 풍속을 저해하는 물품으로 국내 반입 금지 품목이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공장을 차려 놓고 인형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