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본 개념은 자유다. 그리고 휴식이다. 먼 길을 떠나야 한다는 부담만 털어버린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는 여행이 주는 특권이다.
자유와 더불어 쌓인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휴식이 곁들여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충남 태안 안면도는 자유와 휴식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철 지난 바닷가에서 호젓함을 누리고. 그림엽서에 나올 만한 공간에서 몸을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태안 안면읍 나문재펜션
안면읍 창기리 3구에 자리한 나문재펜션(www.namoonjae.co.kr)은 섬 안의 섬에 있다. 길이가 약 1㎞. 폭이 60여m의 작은 섬으로 쇠섬이라 불린다. 전에는 갯벌이 안면도와 갈라놓았는데. 그 사이에 삼우염전이 들어서면서 둑방길이 생겨 이젠 육지가 됐다.
태안에서 77번 국도를 이용해 연육교인 안면대교를 지나 창기리 삼거리에서 좌회전. 황도 방향으로 가다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고개를 넘으면 작은 마을을 만난다. 마을을 벗어나면 약 500m의 비포장 도로가 나오는데. 염전 옆 둑방길이다. 가을걷이를 끝낸 논과 억새가 가을의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둑방길 끝 정문을 지나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넓은 잔디정원을 중심으로 동화속에서나 나올 듯한 예쁜 건물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나문재펜션의 특징은 바다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바닷가에 무수한 펜션이 들어서 있지만 언덕에 의지한 채 바다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 뿐 이곳처럼 바다와 하나가 된 듯 아늑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은 드물다.
여섯 동의 객실 어디에서든 천수만과 그 너머 서산 간척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객실은 15평. 20평. 30평형 등 세 종류인데. 주방시설이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제격이다.
외부는 담쟁이덩쿨이 붉은 옷으로 갈아입어 가을을 알리고. 실내는 소라껍데기로 전등을 만들고. 벽은 나룻배를 잘라 붙였다. 식탁도 배 모형으로 돼 있다. 곳곳에 세워진 책꽃이. 그림이 걸려있는 화장실. 오디오와 TV 등 모든 인테리어는 빌려주는 집이라기보다 식구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란 느낌이 강하다.
특히 30평형 로얄의 경우 원룸형으로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준비된 객실이다. 벽과 천장은 은은한 파스텔톤으로 칠해져 있고. 한켠에는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위한 작은 바도 마련돼 있다. 잠시나마 묵는 객실은 세상과 담을 쌓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나만의 별장’이 된다.
원래 이 섬은 사장인 유한선(57)씨가 17년 전 놀러왔다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은퇴 후 노후생활을 위해 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혼자 보기 아까워 펜션으로 개발했고. 지금은 평일에도 80% 이상의 예약률을 자랑하는 명소가 됐다.
“평일은 평균 18개 이상 예약되고. 주말은 올 연말까지 모두 예약이 끝난 상태입니다.” 콘도 운영을 담당하는 아들 유석준(31)씨의 설명이다.
나문재펜션에는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여러가지 놀거리도 있다. 섬 외곽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호젓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약 한 시간 코스로 안면도의 상징이 되다시피한 소나무 숲이 뿜어내는 향긋한 솔향을 맡으며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면 세상 시름이 모두 잊혀진다.
또 물이 빠질 때 갯벌에서 생태체험도 할 수 있다. 갯벌은 바닷물의 흐름이 빠르지 않은 탓에 개흙이 많지 않아 빠질 염려는 없다. 요즘에는 농개나 고동 등이 많은데. 펜션에서 준비한 장화와 호미를 갖고 나서면 반찬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풍성한 수확’을 체험할 수 있다. 바비큐 파티도 가능하다. 펜션에서 빌려주는 기구를 이용해 해질녘 바다를 바라보며 숯불에 구워먹는 맛은 일품이다.
지난 2004년 4월 개장한 나문재펜션은 올 겨울 수영장을 만드는 등 또다른 변신을 준비중이다. 유석준씨는 “섬에 화려한 시설을 갖출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손님들의 편의와 환경을 고려해 필요한 것으로 최소화할 것입니다”고 말했다. 펜션 이용료는 주중 10만~20만원. 주말은 15만~30만원 수준이다. 041-672-7634.
우럭젓국·간장게장 ‘밥도둑들’
태안에 가면 밥도둑이 많다. 그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것은 바로 우럭젓국과 간장게장(사진)이다.
태안읍 법원등기소 가는 길목에 자리한 토담집(041-674-4561)은 30년 동안 우럭젓국과 간장게장만을 고집하는데. 태안 사람이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식당이다.
토담집에 들어서면 세 가지에 놀란다. 우선 이름과 달리 콘크리트 건물이다. 윤순철(58·여) 사장은 “토속음식을 팔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유명세와 달리 식당은 불과 10개의 식탁만 갖춰진 작은 규모다.
마지막으로 맛이다. 우럭젓국은 마치 사골국물처럼 뿌연 색을 띄는데. 한 술 떠보면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30년째 같은 맛이란다. 다음은 윤사장이 소개한 우럭젓국 조리법이다.
갓 잡은 우럭의 내장을 발라낸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춰 하룻밤을 지샌 다음 2~3일 햇볕에 말린다. 그리고 말린 우럭을 손을 찢어 태안6쪽마늘과 함께 쌀뜨물에 4~5시간 끓이는 것으로 준비는 끝난다. 이후 주문이 있을 때마다 대파·청양고추·실두부 등을 넣어 다시 끓여내면 우럭적국은 완성된다.
또 하나의 별미는 간장게장이다. 매년 5월 알이 꽉찬 꽃게만 구입. 냉동보관한 다음 매일 필요한 만큼만 해동시켜 냉장고 안 간장독에서 사흘간 숙성시켜 내놓는다. 그래서인지 게딱지를 열면 노란 알이 가득하고. 간장은 짜지 않고 감칠맛이 감돈다. 간장게장만으로도 밥 한 그릇이 금세 사라진다. 우럭젓국 8000원. 간장게장 1마리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