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이 따로 없다. '도하 대참사'를 겪은 야구 대표팀이 도하 아시안게임 선수촌에 틀어박혀 마치 수도원의 수도사처럼 두문불출하고 있다.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과 같은 형색이라 보면 된다.
대표팀은 6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중국전을 앞두고 경기가 없는 5일 저녁 예정돼 있던 훈련(현지 시간 오후 6시 반~7시 반)을 취소했다. 그냥 각자 방에서 휴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금메달은 물건너갔고 망신은 당할대로 당한터라 마지막 경기인 중국을 앞두고 괜히 복잡한 이동과 준비·훈련을 생략하기로 했다.
대표팀은 지난 2일 일본전 패배 이후 사실상 '선수촌 외출 금지' 생활을 하고 있다. 오직 경기를 위해 선수촌과 알 라얀 스포츠클럽 내 야구장을 오가는 것이 선수촌 밖을 나가는 유일한 기회다. 선수촌 내에서도 방과 식당을 오가는 다람쥐 쳇바퀴 신세다.
선수촌 내에는 당구장과 탁구장 PC방 등이 있지만 등이 있지만 각국에서 온 수천명의 선수들로 인해 미리 예약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등 여가 시설이 여의치 않다. 더구나 한국 선수단의 다른 종목 선수들과 만나는 것도 어색하다.
잠을 많이 자는 편인 야구 선수들은 주로 잠으로 시간을 때운다고 한다. 오전 경기 후 선수촌으로 와서 밥을 먹고 낮잠을 잔 후 저녁을 먹는다. 그러고 나서 다시 일찌감치 잠자리.
대표팀은 대만전을 앞두고는 한국 식당에서 하루걸러 점심·저녁을 번갈아 먹었다. 불편하고 무료한 선수촌 생활 탈피를 위해 단체로 쇼핑몰 구경도 시켜주기도 했다. 하지만 '굴욕'을 당한 이후로는 오직 선수촌의 방-식당을 오가는 것으로 급변했다.
한편 카타르로의 출국 전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1인당 300만 원의 격려금을 받은 대표팀 선수들은 동메달을 딸 경우, 대한올림픽위원회(KOC)로부터 1인당 200달러(약 20만원)의 격려금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