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사들의 다승왕 경쟁이 연말 경마의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올 시즌 기수 다승 레이스는 시즌 최다승 기록을 연일 경신하는 박태종 기수의 독주로 일찌감치 막을 내렸지만 조교사 부문은 점입가경이다.
과천벌의 터줏대감 신우철 조교사(34조)와 신흥명장 유재길 조교사(23조)가 지난 9월부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펼치며 과천벌을 후끈 달구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신우철 조교사에게 2승 뒤져있던 유재길 조교사는 10월 들어 6승 차이로 가물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11월에만 8승을 몰아치며 2승에 그친 신 조교사와 44승으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지난주 경마에서도 두 조교사는 나란히 1승씩을 추가하며 균형을 맞췄다.
두 조교사는 과천벌에서 소문이 지자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유 조교사가 2000년 조교사 개업 전까지 기수로 몸담았던 곳이 신 조교사 마방. 유 조교사는 신 조교사를 선배이자 스승으로 깍듯이 모시고 신 조교사도 유 조교사를 친동생처럼 대한다. 소속 조에 두 명의 기수를 둔 것도 같다.
돌발사고에 대비해 두 명의 기수를 두고 있어 다승왕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다. 유사 시 다른 조 기수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어렵게 모셔오더라도 소속조 마필 특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34조에는 다승 3위 조경호와 윤대근 기수가 있고. 23조에는 다승 4위 함완식과 서도수 기수가 활약하고 있다. 각각 주력 기수인 함완식과 조경호 기수는 박태종·김효섭·천창기 등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하며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피. 지난달 나란히 200승을 돌파하는 등 과천벌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온 실력파 기수들이다.
두 마방이 보유한 준마들의 면면이나 세력은 신우철 조교사가 조금 유리한 입장이다. 34조는 ‘순항함대’ ‘환상콤비’ 등 걸출한 1군 마필을 비롯해 30여 마리의 경주마를 보유하고 있고 남은 3주 동안 30마리 정도를 출주시켜 4~5승을 보탠다는 전략이다.
신 조교사가 다승왕을 차지하면 95·96년 연속 다승왕을 차지한 후 10년 만이다. 신 조교사는 “다승왕도 해봤고 항상 상위권에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다. 유 조교사가 하면 나도 기쁜 일 아니냐”며 짐짓 태연하다.
반면 ‘글라이딩빅터’ ‘노던빅터’ 등의 경주마를 보유한 23조 유재길 조교사는 신 조교사와 경쟁으로 비춰지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운 눈치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기 때문에 다승왕에 연연하지 않고 평소대로 남은 3주 동안 15마리 정도를 출주시켜 2~3승을 노리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해 다승 부문을 포함해 상금·승률·복승률 등 전 부문을 석권하고 시즌 최다승 기록(62승)까지 세운 박대흥 조교사(18조)는 40승으로 3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