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곧잘 듣게 되는 말이 ‘한국적인 사고’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CBS 방송이 심야 프로 ‘레이트 쇼(Late Show)’의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코미디언)과 4년 연장 계약한 것과 메이저리그에서 이뤄진 자유계약선수(FA) 계약들은 ‘한국적 사고’로 접근하기 때문인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CBS는 데이비드 레터맨(59)과 2010년까지 4년 총액 1억 달러(연봉 3150만달러·추정)가 넘는 조건에 재계약한다고 발표했다. 제이 르노의 NBC 투나잇 쇼에 이어 2위인 레이트 쇼 진행자에 대해 그 많은 연봉에 장기 재계약한 것에 대해 고개가 갸유뚱 해졌다.
제이 르노가 2008년을 마지막으로 투나잇 쇼를 그만 둘 예정이고, 또 레터맨이 1992년 처음 CBS로 왔을 때 잠시 제이 르노를 누르고 1위에 올랐던 사실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오클랜드는 샌디에이고의 FA 포수 마이크 피아자와 1년간 80억 원(850만 달러)에 계약했다. 지명타자(DH)로 뛰는 조건이다. 내년이면 39세인 피아자는 그동안 포수를 고집했으나 이번에는 자신도 나이를 의식한 듯 양보했다. 그래도 스위스피드가 현저하게 떨어진 그를 그 정도의 액수에 1년 간이라도 잡은 것은 수긍하기 힘들다.
샌디에이고도 만만치 않다. 젊은 박찬호(33)와의 재계약을 고민하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나이 40인 그렉 매덕스(1966년 생)와 2007시즌 93억 원(1000만 달러) 보장에 2008년에도 ‘기본 연봉 59억 원(600만달러)+투구 이닝 인센티브’로 최대 93억 원(1000만달러)까지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2008년 매덕스의 나이는 42세가 된다. 물론 그는 현재 333승의 위대한 투수이다.
LA 다저스는 31세의 외야수 제이 디 드루가 팀을 박차고 FA 시장으로 뛰쳐 나가 더 많은 돈을 받고 보스턴 유니폼을 입자 아예 은퇴 직전의 베테랑 왼손 외야수인 루이스 곤잘레스(39)를 영입했다. 샌디에이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세인트루이스와 디비전 시리즈를 벌일 때 박찬호가 구원 등판했던 날 그를 만났다. 당시 그는 ESPN의 해설 위원으로 펫코 파크에 일하러 왔었다. 그런데 곤잘레스는 40세가 되는 내년에 LA 다저스의 주전 좌익수로 뛰는 조건으로 1년간 68억 3550만 원(735만달러)에 계약했다. 늙으면 힘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해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한편으로 ‘젊은’ 선수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돈을 ‘늙은’ 선수들에게 투자하는지 의문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