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은 최근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일촌’을 맺고 싶은 사람이 갑자기 두 명이나 떠오른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남동생 박태환(17)과 여동생 김연아(16)가 그 주인공. 두 10대 스포츠 스타의 미니홈피는 마치 누가 더 인기가 많은지 경쟁이라도 하듯 방문객 숫자가 쑥쑥 늘어나고 있다. 특히 10대 소녀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관심을 끌고 있다.
김연아가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17일. 미니홈피 방문자는 3만 명에 육박했다. 이날까지 총 방문객수는 약 52만 명. 17일 하루에만도 방명록에 글을 남긴 사람은 1200명이나 됐다.
그 중에서도 방문록에 “언니 축하해요”(김다예)처럼 10대 여중생이나 초등학생으로부터의 축하와 격려가 많이 쏟아진 점이 이색적. “천사같아요” “요정같아요” “백조가 아닐까” 등 경기하는 모습에 반해 글을 남긴 누리꾼도 비슷한 나이 또래의 소녀들이 대부분이다. “당신은 진정한 대한민국 여동생입니다”(이은진)라며 지금까지 대표 여동생으로 불렸던 영화배우 문근영과 비교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김연아 미니홈피 방명록에서 두드러진 또 하나의 특징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의 반응. “일본에서 연아양 덕분에 너무 행복한 아줌마예요”(최애령)라거나. “일본에 있는 유학생입니다만. 매일 TV에서 일본 선수들 파이팅 뭐 이런 광고가 떠서 은근히 속상했는데 1위 하셨다니 정말 기쁘네요”(정보라)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일본 선수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를 제치고 우승을 이루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김연아의 인기는 팬카페에서도 알 수 있다. 2004년 9월에 개설된 ‘은반 요정 김연아’라는 팬카페에는 17일 603명이 물밀듯이 가입하는 등 회원만 7811명에 이른다.
도하 아시안게임 수영 3관왕. MVP를 수상한 박태환(17)의 미니홈피 인기 또한 김연아 못지 않다. 아시안게임 3관왕을 달성한 지난 8일에는 하루에만 2만 3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들었다.
15일 MVP 수상 이후에도 매일 꾸준히 5000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방문객수는 16만여 명. 팬카페 또한 점차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올해 8월에 개설된 ‘한국 수영의 대들보 박태환’이라는 카페엔 회원이 벌써 930명을 넘어섰다.
박태환의 미니홈피에 남겨진 글 중에는 박군을 이성으로 생각하며 쓴 글이 많은데. 주로 10대 소녀들이라는 점에서 김연아의 팬층과 상당부분 겹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확히 5년 뒤 저희 집으로 데려오겠어요”(정다혜)라는 애교스러운 프러포즈나 “아이고. 일촌해달라는 사람 다해주면 엄청나겠네”(박연희)와 같은 약간의 질투 섞인 글 등 보다 가까이 하고 싶은 소녀들의 열망이 미니홈피를 달구고 있다.
두 스타들에 대한 최근의 이런 폭발적인 관심은 자칫 10대 소녀들이 박군과 김양의 미니홈피에서 인기대결을 보이고 있는 모양새로 읽혀질 수도 있다. 한 스포츠전문가는 “동성과 이성에 대한 선의의 경쟁처럼 보이는 이런 열기가 두 선수에 대한 전폭적인 사랑과 격려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