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이 윤이 나는 긴 머릿결을 자랑하고 있다. 옆에 있던 후배가 전지현의 머리를 부러운듯 잡으면서 “짧은 머리 어때?”라면서 잘라보라고 유혹한다. 이에 전지현은 “왜 욕심 나니”라고 말하면서 후배의 염장을 지른다. 한 샴푸의 광고 장면이다.
질투처럼 강렬한 감정이 있을까. 최근 여성의 질투심을 교묘하게 이용한 광고가 늘고 있다. 일명 인사이트(Insight) 광고. 원래 ‘인사이트’라는 말은 통찰력이라는 뜻이지만 ‘인사이트 광고’는 소비자 마음 속의 잠재 심리를 보여주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드러내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주제를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영상으로 풀어 내 광고를 보는 소비자에게 재미와 공감을 전달하는 것이다.
질투를 중심으로 하는 최근의 경향은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기업들의 제품 광고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선보인 섬유유연제 피죤 광고는 기존의 것과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화려한 색채와 패션모델. 최고급 호텔과 자동차를 등장시킨 영상과 오케스트라 버전의 ‘피죤송’까지 더해져 기존 생활용품 광고와 차별화된다. 이 광고의 주제는 질투와 개성.
똑같은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두 여자가 서로를 발견한다. 한 여자가 왜 자신의 옷은 맵시가 나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화면에는‘몸매는 죄가 없다’는 자막이 나온다. 섬유유연제가 옷의 질감을 우수하게 해준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피죤을 통해 여성의 스타일까지 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누구나 느껴봤을 부러움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여자의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제품의 속성뿐만 아니라 특별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함께 전달해 주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의 샴푸 엘라스틴 광고 또한 이런 여자 심리를 자극한다. 고운 머릿결 관리를 위한 샴푸의 장점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전지현의 “왜 욕심 나니”라는 멘트 하나로 얘기하고자 하는 모든 메시지가 쉽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CJ홈쇼핑의 오픈마켓 엠플닷컴도 마찬가지. ‘적이 나보다 이쁠지라도’ ‘나보다 옷을 잘 입더라도’란 자막은 정려원과 윤은혜 두 모델의 질투와 시기심을 부추기는 설정으로 흐른다. 연이어서 ‘적의 쇼핑을 방해 말라’라는 자막을 통해 엠플닷컴은 여성 심리 경쟁을 자연스럽게 쇼핑으로 연계시킨다.
피죤 광고를 기획한 남상일 제일기획 AE는 “직접적으로 여자의 내면을 표현하는 광고는 주요 고객층이 여성 소비자인 기업 입장에서 효과적 마케팅 수단이 된다”며 “한 컷. 한 줄의 상황 설정으로 소비자의 수긍을 이끌어 내는 여성 인사이트 광고는 앞으로도 소비자 공략을 위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