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 베어벡 한국축구대표팀 감독(51)이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최고의 멤버로 경기를 치러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2006 독일 월드컵이 끝난 후 아드보카트 감독을 승계한 베어벡 감독에게는 산넘어 산, 시련의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2006아시안게임에서 이란, 이라크에 잇달아 패하며 4위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는 등 이렇다할 전적을 남기지 못했다. 화끈한 공격력이 부족하다, 천편일률적이다, 조언자로 적역일 뿐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승부사다운 용병술이 부족하다는 비난에 시달려왔다.
7일 오전 영국 런던서 열린 그리스전도 베어벡에게는 위험한 도전이었다. 채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선수들을 데리고, 적지나 다름없는 유럽에서, 한창 리그를 치르며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FIFA랭킹 16위의 강호 그리스와의 맞대결은 어찌보면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그래서 베어벡은 경기 전 "승패보다는 경험이 중요한 일전"이라고 다소 어정쩡한 출사표를 던지기도했다.
그동안 베어벡은 단 한차례도 최고 멤버를 가동한 적이 없다. 이런 저런 일로 바라던 선수를 차출할 수 없었고 당대 최고라는 이동국(28·미들즈브러), 안정환(31·수원)이 부상과 무적선수 굴레에 얽매여 이용치 못했다.
그리스전에서도 베어벡은 불만을 느꼈다. 선택가능한 공격카드, 즉 공격옵션이 없다는 것. 가동할 수 있는 최전방 중앙 스트라이커는 조재진과 정조국 뿐이었다. 좋은 선수지만 한국 에이스라고 부르기에는 무게가 떨어지는조합이었다. 역시 이동국, 안정환)만한 최전방 자원이 없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
최근 베어벡 감독은 기회 있을 때마다 "안정환은 빼어난 스트라이커이다. 그가 소속팀에서 제자리를 찾는 것이 한국축구를 위해 좋은 일이다"고 칭찬했다. 이동국을 그리스전에 동원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운 듯 "미들즈브러에서 출전기회를 잡는다면 오는 3월24일 A매치 데이 때 부를 생각이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 했다.
베어벡은 3월 24일 서울에서 벌어질 A매치에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등 프리미어리그 4총사를 모두 동원할 예정이다. 안정환도 소집검토 대상이며 박주영도 올림픽 대표팀과 소속팀서 활약을 펼칠 경우 재승선 명단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3월 24일은 모처럼 베어벡 감독이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순간이다. '뭐 하나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는 일부 냉소적 비난이 틀렸음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이다. 이를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제 이동국 안정환이 할일은 베어벡 감독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일 뿐이다.
이해준 기자 [hjlee@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