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地勢)를 일컫는 배산임수. 풍수지리에서 건물을 지을 때 이상적으로 여기는 배치다. 땅의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는 복잡다난한 의미와 함께 단순한 진리가 담겨 있다.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룬 ‘친환경’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백운 호수는 완벽한 배산임수다. 하지만 주거촌이 아닌 먹을거리 촌이다. 이곳에서는 땅과 물의 기운이 ‘맛’에 집약되는 모양이다. 강가의 도로를 따라 식당과 카페만 150여 개에 이르는 거대한 맛집촌이다.
30년 전만 해도 백운 호수는 오지나 마찬가지였다. 산세가 험하진 않지만 청계산·백운산·모락산 등에 둘러싸여 완벽한 밀폐구도를 갖춘데다 이렇다 할 길도 없어 몇몇 강태공만이 낚시를 하러 이곳을 찾곤 했다. 어종이 풍부해 낚시꾼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식품점과 매운탕집도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4년 어획이 금지되면서 낚시꾼들을 위한 매운탕 집은 점차 사라졌고 지금은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퓨전 한정식집과 카페. 레스토랑 등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또한 백운호수 곳곳이 그린벨트로 묶여 자연 환경이 잘 보전되어 산책로나 드라이브코스로도 애용되고 있다.
동네의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곳에서 가장 많고. 번창하는 음식점은 퓨전 한정식이다. 식당 수도 20여 곳에 이른다. 수많은 퓨전한정식당 중에서 제대로 된 맛을 내는 곳은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와 뜰안채를 꼽을 수 있다.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수 최진희씨의 얼굴을 보고자 호기심에 들른다. 하지만 한번 음식 맛을 보면. 20여 가지에 이르는 반찬수와 정갈한 맛에 끌려 단골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때문에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매일 홀에서 손님의 만족 상태를 묻거나 서빙을 도우며 맛이나 서비스를 직접 관리하는 식당주인 최진희씨의 모습이 이들의 가열찬 행렬에 불을 지피는 이유이기도 하다.
호수에서 좀 떨어진 뜰안채는 산속에 묻혀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진입과 동시에 차창을 열고 300m 정도를 달리어 삼림욕으로 몸을 정화하는 식전행사는 필수다. 음식은 가을에 말려둔 꽃잎이나 낙엽. 혹은 벚나무 가지를 얹어 접시를 장식한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그야말로 ‘꽃나라 진수성찬’이다. 여성들이 많이 찾는 만큼 맛은 새콤달콤한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소스에 과일과 발효유를 많이 쓰는 덕분이다.
먹을거리 촌마다 당연스레 존재하는 오리고기전문점. 물론 백운호수에도 있다. 가나안 덕 등 체인점도 있지만 자신만의 노하우와 맛으로 단골을 이끄는 삼원민심의 오리는 특히 더 맛나다. 캐러멜처럼 검붉게 익은 오리고기는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쫀득한 씹는 맛이 일품이다. 가마에서 참나무로 훈제한 것이 조리의 비밀. 그냥 먹어도 좋지만. 함께 내온 묵은 김치. 묵은 깻잎과 같이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정통 이탈리아 식당이 하나있다. 바로 올라Ⅱ다. 일관성 있고 정통에 충실한 음식으로 단골이 줄을 잇는다.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다소 높은 가격대에 봉사료 10%까지 붙는다는 것이다. 조금 저렴하게 맛을 보고 싶다면. 호박 수프와 누룽지 해산물 스파게티를 추천한다. 양도 많고 두 음식의 맛이 상호 보완하며 조화를 이룬다. 매콤하면서 시원한 해산물 스파게티는 널따란 냄비에 바글바글 끓여 내와 보는 맛도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