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7·군포 수리고)가 23일 태릉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제88회 전국동계체육대회 피겨스케이팅 여고부 싱글 A조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출전, 지난해 동계체전 이후 1년 만에 국내 대회에 선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후 두달 여만에 실전에 나선 데다 그동안 허리 부상으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에 이날 태릉빙상장에는 200명 가까운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4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김연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김연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보통 국내 대회는 마음 편하게 치르는데 기자와 관중들이 많이 와 혼자 경기를 하면서도 국제 대회보다 더 부담이 컸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번 동계체전 여고부 A조에는 김연아가 혼자 출전해 일찌감치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남녀 선수들을 초·중·고·대학별로 기량에 따라 A·B·C·D조로 나누고 매년 두 차례 승급 대회를 통해 등급을 결정한다.
김연아가 연기를 마치자 관중들은 20여 개의 꽃다발과 인형·초콜릿 등을 경기장에 던져주며 세계 피겨 여왕의 연기에 화답했다. 김연아가 빙판에 떨어진 선물을 두 번에 나눠 주워 담으며 다소 힘겨워 하는 모습에 관중들의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김연아는 경기 후 "선물 때문에 다음 선수에게 지장을 줄까봐 불편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취재진 중에는 일본 기자들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피겨 전문 잡지인 '월드피겨스케이팅'의 신인하 기자(재일동포)는 "일본에서는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의 라이벌 대결에 관심이 많다. 김연아의 허리 부상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영화 '물랭루즈'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록산느의 탱고' 선율에 맞춰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허리 통증과 새 스케이트부츠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전체적으로 연기의 난이도를 낮추었다. 그러나 회전 중에 발을 바꾸는 스핀 콤비네이션과 플라잉 싯 스핀(공중 점프 뒤에 바로 앉아서 회전하는 연기)을 최고 난도인 레벨 4로 소화해 '역시 김연아'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연아는 연기 중반 트리플 러츠 점프(공중 3회전) 뒤 착지 과정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공중 2회전 반의 더블 악셀도 1바퀴 반으로 처리해 1점 감점을 받았다. 결국 김연아는 47.14점으로 자신의 최고 점수인 65.22점보다 18.08점이나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김연아는 "컨디션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허리 통증도 경기 중에는 없었다"며 "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나흘 전에 바꾼 새 부츠가 발에 잘 맞지 않아 남의 신발을 신은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아는 24일 같은 장소에서 동계체전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치른 뒤 27일 캐나다로 출국해 세계피겨선수권대회(3월 19~25일·일본 도쿄)에 본격적으로 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