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워너 계열의 인기방송 뉴욕 CW11 아침 7시50분 뉴스에서 “안녕하세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또렷한 한국말 방송 멘트가 나왔다. 곧이어 뉴욕의 ‘한국교민의 날’을 맞아 한복전문가 이영희씨의 한복패션이 4분간 특집 방송됐다.
이 뉴스를 기획한 기자가 CW11방송의 대표주자로 미국 방송뉴스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장주영(28·미국명 줄리장)씨이다.
“한국어 인사는 순전히 내 아이디어였는데. 데스크에서도 순순히 승낙해주었다. 최고의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 뉴욕 어디에서나 중국인으로 착각했던 나를 교민들이 알아봐준다.”
미국에서도 방송국 입사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뉴욕 진출은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방송뉴스에서 자기 주장을 관철할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연차가 아닌 이상 힘들다. 한국어 멘트는 CW11 입사 2년차인 그가 방송국에서 어느 정도 위상인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워너계열이었다가 작년 9월 CBS와 합쳐지면서 새이름 CW11을 알리는 방송국 홍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장씨가 나서기도 했다.
2001년 명문 미시건 대학 경제학과 재학시절 방송기자를 꿈꾸면서 데모테이프를 만들어 방송국 문을 노크했다. “28일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무조건 1시간반거리의 방송국을 찾았다. 나중엔 방송국 안내자가 질렸는지 뉴스국장을 소개해주어 기어코 인턴십 자리를 따냈다.”
장씨는 오하이오 FOX TV를 거쳐 일리노이 NBC TV에서 2년간 기자와 앵커로 활동하다 2004년 방송의 메카 뉴욕으로 진출했다. 그는 뉴욕에서 일한 지난 2년동안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다.
“일주일 내내 오전 3시에 출근해 새벽5시부터 오전 9시까지 매시간 아침뉴스의 리포터를 맡고 있다. 오후에는 주2회 특집프로 ‘줄리의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차 뉴욕 시내를 구석구석 누비고 다닌다.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보면 미국인 상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녀의 악착같은 근성과 톡톡 튀는 프로그램 진행이 미국 방송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미국 텔레비전 방송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에미상 교육프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4월1일 수상자를 발표하는데 후보로 오른 것 만해도 기쁘다. 뉴욕에 와서 처음엔 CNN창업자 테드 터너나 힐러리 클린턴 같은 유명인들을 인터뷰할 수 있어 신났다. 요즘은 묵묵히 사회 한쪽에서 자기 몫을 다하는 사람들을 취재하는데 더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에미상 후보작도 그런 인식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은 뉴욕 슬럼가의 아이들을 위해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식으로 영어단어 공부를 힙합스타일 노래로 만든 재미있는 선생님 이야기이다.
그는 한국 관련 취재라면 주저하지 않는다. 작년 비의 뉴욕공연도 그가 나서서 했다. 뉴욕의 한국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뿌리를 잊지말라”는 아버지의 당부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아버지가 디트로이트 현대자동차연구소장으로 부임하면서 8살 때 미국에 왔다. 한국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지만 한국말은 능숙하다. 오는 3월 23일에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ASTA(미주여행업협회)제주총회 취재차 한국에 온다.
장씨는 “NBC 전국방송의 앵커우먼이 되어 휴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한국의 통일을 보도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