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두메지가 본격적 시즌에 돌입하였다. 대부분의 저수지들이 산란을 마치고 모내기를 위한 배수에 들어가기 때문에 조황이 들쑥날쑥하는 가운데 두메지는 떡붕어의 씨알이 점차 굵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두메지는 총연장 280m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잔교좌대를 보유하고 있는 탓에 휴일이면 전국 규모의 각종 낚시대회가 개최되곤 한다. 10만 평이 넘는, 관리형 낚시터로는 손꼽힐 정도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두메지를 찾을 때면 지난달 방문한 일본 군마(群馬)현 후지오카(藤岡)시에 위치한 산나코(三名湖)가 생각나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두메지와 비슷한 규모의 산나코는 우선 운영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첫번째로는 산나코에서는 연안낚시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여하한 경우라도 산나코에서는 200여 척의 낚싯배와 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잔교좌대 이외의 장소에서는 낚시할 수가 없다. 이는 낚시터 주변의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그들만의 배려가 깃든 규칙이다.
두번째로는 풍부한 어자원의 조성이다. 떡붕어낚시보다 일반 올림낚시를 하는 손님이 많은 두메지로서는 그러한 손님들을 대상으로 항상 많은 양의 수입 붕어와 잉어 등을 방류하고 있지만 떡붕어의 방류는 미미할 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떡붕어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잡은 붕어를 바로 방생해야 하지만 일반 올림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잡은 고기를 가져가도 무관하다.
산나코에서는 매년 20여t의 떡붕어를 방류한다. 계속 이런 식으로 방류한다면 5년 후에는 100t의 개체 수를 자랑한다는 이야기인데 특별히 정해진 대회 규칙이 아니면 산나코에서는 절대로 살림망을 사용할 수 없다.
■사업장 허가 기간과 시설 투자와의 관계
세번째로는 낚시 시간의 제한이다. 국내 대다수 관리 낚시터의 경우 입장료를 내면 12시간, 또는 24시간의 낚시 시간이 주어지는데 반해 산나코에서는 당일 아침 6시에 오픈하여 오후 4시면 모두 퇴장해야 한다.
때문에 새벽 5시 정도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린다. 시설 이용을 주어진 시간에만 하게 함으로써 그들은 또 다음날의 손님들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할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다.
네번째로는 사업장의 허가 기간이다. 산나코는 관리인에게 특별한 사정이 생겨 해당업에 종사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제한 기간이 없다. 하지만 국내 관리 낚시터는 짧게는 3년 길어야 10년이므로 자신이 영업장에 시설 투자를 하기가 힘들다.
두메지는 수용 인원에서나 주변 경관에서도 결코 일본의 산나코에 뒤떨어지지 않는 곳이다. 아니 현재의 열악한 제도하에서 그만큼 투자하고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어쩌면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두메지뿐만 아니라 국내 낚시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취미로 낚시를 즐기는 500만 낚시인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두메지 가는 길 및 조황 문의: 중부고속도로 일죽 나들목으로 나와 안성 방향으로 우회전, 5분쯤 가다 17번 국도로 진천 방향으로 간다. 칠장사 입구를 지나 5분쯤 가면 오른쪽에 슈퍼마켓이 있고 전면에 제방이 보인다. 칠장사로 들어가서도 상류권으로 진입할 수 있다. 031-672-7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