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여름의 시작을 알리기도 하지만 순국 선열의 열정과 땀을 기리는 '호국 보훈의 달'이기도 하다. 반 만 년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외세에 저항하는 선배들의 호국혼이 없었다면 지금의 번영은 남의 차지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소한 6월 한 달만큼은 호국과 관련된 지역을 찾아보자. 생활의 재충전을 위한 여행과 역사 교육이란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분단의 아픔 간직한 임진각
6월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분단'일 것이다. 한반도는 하나의 핏줄임에도 이데올로기의 벽을 넘지 못해 50년 이상 등을 돌린 채 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 임진각 주변이다.
임진강을 따라 가는 자유로가 끝나는 지점에 자리한 이 지역에는 임진각 외에 평화의 종각, 포로 교환을 위해 세워진 자유의 다리, 평화누리 공원 등 통일을 염원하는 조형물이 많다. 통일을 향한 물꼬를 튼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17일 개성까지 시운전을 위해 열차가 50여 년 만에 통과한 지역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특히 2005 세계평화축전을 개최하면서 조성된 4만 5000여 평의 자연 친화적 공간인 평화누리 공원은 마치 외국에 온 듯 멋진 풍경이 이채롭다. 파주시청 문화관광과(031-940-4362).
■임진왜란 승리의 시발점 옥포
경남 거제도의 옥포는 400여 년 전 왜적의 침략으로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처지에 놓였던 조선을 되살리는 계기가 된 옥포대첩의 현장이다. 충무공의 첫 승전지이기도 한 이곳에 옥포대첩 기념공원이 있다.
옥포대첩은 1592년 4월 13일 부산에 상륙한 후 파죽지세로 한양까지 점령한 왜군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갖기 시작하게 만든 승리이기도 하다. 그해 5월 7일 거제의 옥포에 있던 왜선 30여 척은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이끄는 함대에 완파당한다. 그 현장에 기념관·이순신 장군 사당·기념탑 등을 세워 임진왜란의 발발과 전개, 이순신장군의 활약상 등을 배우며 쉬어갈 수 있다.
한편 거제에는 한국전쟁과 그로 인한 전쟁 포로의 역사가 응축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이 있다. 또한 바람의 언덕·해금강·외도 등에서 보는 바다 풍경도 수려하다. 옥포대첩 기념공원 관리사무소(055-639-8129).
■울돌목 물살은 자주를 꿈꾸던 삼별초의 눈물
전남 진도군 군내면과 해남군 황산면을 가르며 거칠게 뿜어내는 울돌목의 물살소리는 삼별초를 위한 진혼곡이다. 고려의 자주를 꿈꿨던 삼별초가 몽골의 공격을 피해 저항을 계속했던 열정을 녹여 낸 물살은 거친 숨소리를 내며 오늘도 거침없이 흐르고 있다.
울돌목을 품고 있는 진도의 동북 지역이 벽파진이다. 언덕에 녹진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오르면 진도의 관문인 진도대교와 울돌목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옛날 고려의 자주를 꿈꾸며 몽골군과 항쟁했던 삼별초 일행도, 이들을 토벌하려던 여몽 연합군도 험한 물살을 헤치고 벽파진으로 향했다.
독립국가로서 고려를 꿈꿨던 용장산성, 삼별초 항쟁의 주역인 배중손 장군이 최후를 맞은 남도석성에선 아직도 피맺힌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하다. 진도군청 문화관광과(061-544-0151).
■백야·만해가 독립혼 키운 고장 홍성
충남 홍성은 백야 김좌진 장군과 만해 한용운 선생이 태어난 고장이다. 백야기념관에서는 노비 문서를 불태우고 가산을 팔아 호명학교를 세운 후 교재를 직접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쳤던 청년 김좌진과 독립 자금을 모금하다 검거·투옥된 후 만주로 망명해 독립군으로 생을 마감한 장군의 일생을 만날 수 있다.
만해의 생가터에 세워진 기념관도 그의 일생을 조명한다. 특히 이곳에는 만해를 비롯한 민족 시인 20명의 시가 새겨진 민족시비공원이 산자락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갈산면 동성리에 자리한 전통 옹기 체험장 갈산토기와 광천읍 매현리에 자리한 수목원 그림이 있는 정원도 빼놓을 수 없는 홍성의 볼거리다. 홍성군청 문화관광과(041-63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