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형차 시장이 올 들어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내수 경기 회복세를 타고 대형차에서 레저용 차량(RV)·소형차·경차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유독 배기량 2000㏄급의 중형차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집계한 1~4월의 승용차 부문 판매 실적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대형차(8.0%)·RV(14.2%)·소형차(8.6%)·경차(43.4%) 등은 수요가 늘었다. 그런데 유독 중형차만 후진(-5%) 중이다.
■전방위 공세에 맥 못추는 중형차
중형차 시장에 대한 공세는 다양하고 또 막강하다.
우선 수입차 업계. 신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인하하거나 2000~3000만원대의 중·저가 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40~50대 중산층은 물론 20~30대 전문직 종사자 등 중형차 주 수요층을 겨냥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고급차의 대명사로 꼽히는 BMW는 최근 5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모델별로 540만~1900만원 가격을 낮췄다. 3.0리터 엔진을 장착한 528i의 경우 배기량이 같은 기존 525i(8650만원)보다 1900만원 싼 6750만원(부가세 포함), 뉴 530i는 기존 530i(9690만원)보다 540만원 싼 9150만원이다. 이들 모두 배기량은 기존 모델과 같지만 신형 엔진을 장착, 차량 성능은 좋아졌다는 것이 BMW코리아의 설명이다.
BMW코리아는 앞서 지난달 4일 출시한 뉴X5 3.0d 판매 가격을 디젤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가솔린 모델보다 4.7% 가량 낮은 8890만원으로 정했다. 일반적으로 디젤 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5~10% 비싼 점을 감안할 때 실제 가격 인하폭은 10~15%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는 2.7리터의 가격을 4980만원에서 500만원 인하된 4480만원, 3.5리터를 5980만원에서 5780만원으로 내려 판매하고 있다.
인피니티도 지난해 10월 세계 처음 국내에서 선보인 G35세단을 5020만원에서 4750만원으로 낮췄다. 2000~3000만원대의 중저가 수입차는 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또는 해치백 스타일의 5도어형 승용차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값도 중형차 시장에는 부담이다. 이로 인해 중형차 대신 준중형 이하의 소형차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차의 경우 1~4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3% 이상의 폭발적 신장세를 보이는 것이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
그렇다고 국내 완성차 업계가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형차 시장의 부활을 위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당장 신모델을 내놓지 못하는 현실에서 페이스 리프트(부분 개조) 모델을 출시하거나 다양한 이벤트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열세를 만회하자는 것이다.
우선 현대자동차는 '중형차의 맏형' 격인 NF쏘나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쏘나타 블랙 프리미엄'을 선보였다. 최고급 모델인 FS24S에 적용되는 사양을 2.0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했다.
기아차는 기존 내·외관 스타일을 바꾸고 동력 성능 등을 높인 로체 어드벤스로 승부수를 띄웠다. 엔진의 경우 2.0리터 모델의 출력을 144마력에서 151마력으로 향상시켰다. 중형차 최초로 리어램프·아웃사이드 미러·보조 제동등에 발광다이오드(LED)램프를 적용했다.
판촉전도 치열하다. GM대우는 토스카 출시 한 돌을 맞아 삼성 디지털프라자와 함께 각각의 제품 가격을 깎아 주는 한편 고객을 대상으로 토스카 2대를 경품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르노삼성은 교직원이나 보훈 대상자에게 SM5를 20만원 할인해 주고 있다.
택시 기사를 겨냥한 이벤트도 다양하다. 택시 기사들의 입소문이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조치다. 현대차는 오는 30일까지 개인 택시 출고 고객을 대상으로 50쌍을 추첨, 금강산 1박 2일 관광상품권을 지급한다.
또 올해 내 구입자에게는 금강산 관광 요금 10% 할인 혜택을 준다. 기아차는 전국의 택시 기사들에게 로체 어드벤스 택시의 시승 기회를 제공한다. GM대우는 지난해 300명으로 운영했던 토스카 택시 홍보대사를 올 말까지 2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