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FA컵 특집] ‘칼레의 기적’ FA컵 국내외 이변사
2006년 1월 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버튼 알비온과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에서 격돌했다. 버튼 알비온은 잉글랜드 5부리그 소속의 팀으로 우체부·우유 배달원 등 낮에는 생업을 가지고 일을 하고 저녁에 모여 훈련을 하는 순수 아마추어 축구팀이다.
이들은 승리보다는 맨유와 대결을 벌인다는 것이 더 영광스러웠다. 어떤 선수는 킥오프에 앞서 웨인 루니의 사인을 받기도 했고, 경기 후 맨유 선수와 유니폼을 바꿔 입고 가길 학수고대 했다.
결과는 뜻 밖이었다. 0-0 무승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후반들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까지 기용하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끝내 득점에 실패했다. 버튼 알비온은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도 차지한 듯 환호했다.
하위리그 팀과의 원정서 무승부를 거둬 두 팀은 열흘 후 올드트래포드에서 재경기를 치렀다.
버튼 알비온은 칼을 갈고 나온 0-5로 무참하게 짓밟혔지만 선수들은 올드트래포드에 선 것 만으로도 감격을 느꼈다. 경기는 맨유가 이겼지만 승자는 버튼 알비온 이었다.
프랑스 FA컵에서는 더 믿기지 않은 드라마가 펼쳐진 바 있다. 2000년 프랑스를 열광으로 몰아넣은 칼레의 기적이다.
정원사·페인트 수리공·회사원·대학생 등이 주축이 된 4부리그 아마추어 팀 칼레는 16강에서 AS 칸·8강에서 스트라스부르·준결승에서 보르도를 잇달아 격파하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에메 자케 감독은 일일 감독을 자처하고 칼레 선수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고, 자크 시라크 대통령까지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지만 칼레는 결승에서 강호 낭트에 1-2로 패했다. 비록 우승컵을 거머쥐지는 못했지만 기적을 일군 칼레는 FA컵 돌풍의 대명사가 됐다.
이 밖에도 1997년 잉글랜드에서는 3부리그 체스터필드가 4강에 올랐고, 1993년 독일 FA컵에서는 아마추어팀인 베를린 스포츠 클럽이 결승에 진출한 바 있다.
한국 FA컵은 역사는 짧지만 하위리그 팀이 K리그를 거꾸러뜨리는 이변이 적지 않았다.
지난 2005년에는 울산 미포조선이 부산·대전·포항·전남 등 K리그 강호를 잇달아 꺾고 결승에 올라 전북과 선전을 펼친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인천 한국철도는 수원(1999·2001년)·전남(2001년)·인천(2004년)·부천(2005년)을 꺾는 이변의 단골손님이었다.
내년 FA컵부터는 두대 FC·은평 청구성심병원 등 K3 소속 팀의 FA컵 출전도 가능해 순수한 아마추어 팀들이 프로들을 상대로 거센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이해준 기자 [hjlee@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