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주말이었다.
미국에서 뛰고 있는 해외파 투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블루 위크앤드'를 보냈다.
새 팀 휴스턴으로 옮겨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선 '맏형' 박찬호(34)는 첫 시험무대(AAA)에서 크게 부진했고, 백차승(27·시애틀)은 빅리그 4승 도전에 또 다시 실패했다.
김선우(30·샌프란시스코) 역시 마이너리그 경기서 9피안타 5실점의 뭇매를 맞았다. 미국 국적의 백차승을 제외하면 유일한 메이저리거인 플로리다 김병현(28)은 '땜방 선발'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땜방 선발'로 전락? - 김병현
다음 선발 등판일이 '오리무중'이다. 부상 중인 기존 선발들이 합류하면서 아직 등판일을 통보받지 못하고 있다.
돌아가는 상황으로는 23일 미네소타전이 유력하지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로테이션상 지난 14일 클리블랜드전(5⅔이닝 4실점)에 던진 김병현의 다음 등판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3연전 첫 경기인 19일.
그러나 플로리다는 이날 선발로 부상에서 돌아온 조시 존슨(23)을 예고하면서 그의 시즌 데뷔전으로 지목했다. 시즌 개막 전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이탈한 존슨은 지난해 12승 7패를 기록한 플로리다의 '젊은 피'다.
그렇다고 하루만 밀린 것은 아니다. 20일은 에이스 돈트렐 윌리스(25), 21일에는 세르지오 밀트레(26)가 선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팜비치 포스트·마이애미 헤럴드 등 지역 언론은 16일 경기서 왼팔 통증을 호소한 윌리스가 나가지 못할 경우 김병현이 윌리스의 자리에 대신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17일 불펜피칭을 소화한 윌리스가 "19일 등판에는 문제없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플로리다의 선발 로테이션은 윌리스-밀트레-릭 벤던허크-스콧 올센(23)-존슨 순으로 짜여진다. 17일 캔자스시티전에서 승리를 거둔 벤던허크가 6이닝 6실점(5자책)으로 다소 부진한 게 위안이지만 '땜방 선발'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어긋난 첫 단추 - 박찬호
17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산하 트리플A 라운드락 익스프레스 유니폼을 입고 첫 선발 등판한 앨버커키(플로리다 산하)와의 원정전에서 3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탈삼진 4개에 볼넷 3개, 투구수 70개에 스트라이크 42개를 기록했다.
뉴욕 메츠에서의 마지막 등판에서 호투(7⅔이닝 1실점·솔트레이크전)로 빅리그 재진입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날 부진으로 '롤로코스터 피처'라는 이미지를 지우지 못했다.
1회에만 4안타 2볼넷으로 5실점했다. 볼넷 2개로 처한 2사 1·2루에서 4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2회 무사 3루와 3회 1사 만루의 위기를 잘넘겼지만 전체적으로 타선을 압도하는 피칭은 없었다.
박찬호는 0-5로 뒤진 4회부터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고, 팀은 2-9로 패했다. 박찬호의 올 시즌 트리플A 성적은 4승 5패(평균자책점 6.09)가 됐다.
이로써 박찬호는 데이브 월러스 휴스턴 투수코치가 지켜보기로 한 22일 멤피스(세인트루이스 산하)전에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여줘야 할 처지가 됐다.
▲마(魔)의 4승 - 백차승
4승에 3번째로 도전에 나섰지만 결과는 시즌 3패째였다. 17일 휴스턴과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4이닝 동안 1홈런 포함 9피안타 2볼넷(4K) 7실점(6자책)으로 두둘겨 맞고 패전했다. 시애틀의 4-9 패.
제구(투구수 86·스트라이크 56개)가 전체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등 뭇매를 자초했다. 1회 3루수 실책을 빌미로 첫 실점을 하는 등 행운도 따르지 않았다.
0-2로 뒤진 2회 1사 2·3루에서 그레이크 비지오에게 좌월 3점 홈런을 얻어맞고 초반에 'KO' 당했다. 이후 4회까지 매이닝 점수를 내줘 평균자책점은 5.22에서 5.74로 치솟았다.
백차승은 "휴스턴 타자들이 모든 공을 받아 쳤다. 공을 낮게 던지려 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이크 하그로브 시애틀 감독은 "1회 초구부터 흔들렸다"고 혹평했다.
한편 박찬호가 빅리그 재진입을 위해 끌어내려야 할 베테랑 선발 우디 윌리엄스(41)는 6⅔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3승(9패)째를 챙겨 대조를 이뤘다.
▲머나먼 빅리그 - 김선우
2연승 후 2연패를 당했다.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A 프레스노 소속으로 17일 콜로라도 스프링스(콜로라도 산하)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6이닝 동안 8피안타 1볼넷 7K 5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12일 새크라멘토(3⅔이닝 7자책)전 이후 2경기 연속 패전. 시즌 성적은 2승2패가 됐고, 평균자책점은 6.59에서 6.75로 더 높아졌다.
김선우는 지난달 26일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뒤 5경기에서 23⅔이닝 동안 22자책을 기록하고 있다. 4-6 프레스노 패.
정회훈 기자 [hoony@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