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강원 정선에 있는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이하 센터)를 40대 남성이 노크했다. 지난 봄 카지노에서 돈을 모두 잃고 이곳에서 귀가 여비를 지원받았던 사람이다.
부인과 1남 1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는 당시 스스로 카지노 출입 정지를 요청했으나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출입 정지 해지를 위한 상담을 받기 위해 센터를 다시 찾은 것이다.
다행히 이 상담자는 아직 중독 상태까지 이르지 않았다. 여러 절차 끝에 출입 정지가 해지돼 다시 카지노를 찾았지만 이내 자신의 의지대로 게임이 풀리지 않는다고 판단, 또다시 출입 정지을 요청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상담을 맡았던 강성군 전문 상담원은 "센터를 찾은 상담자들은 대부분 이 남자와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 하지만 정작 상담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중독자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도박을 끊을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몸은 도박장을 떠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도박 중독은 치유될 수 있는가. 센터 관계자들은 쉽지 않지만 중독자의 의지와 주변의 노력이 잘 어울린다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도박 중독이란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으로 도파민 등 뇌 속의 신경 전달 물질이 불균형을 이뤄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현재 국내 도박 중독자는 성인 인구의 약 4%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오늘도 경마·경륜·카지노 등 합법적 사업장은 물론 성인오락실·카지노바 등 불법 도박장을 전전하고 있다.
도박 중독으로 인해 재산 탕진은 기본이며, 가정 파탄을 넘어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떠밀리는 등 사회적 피해도 적지 않다.
이처럼 도박 중독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국내 유일의 내국인 대상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는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01년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이하 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중독 예방을 위한 홍보·상담·치유 지원, 관련 학회 및 단체와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건전한 게임 문화 정착과 도박 중독 문제에 우선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전문 상담 기관이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5000명 이상을 상담·치료했고, 이 중 도박 중독 징후가 있는 500여 명은 전문 병원과 단도박 모임 등으로 연계했다.
센터 설립 첫해인 2001년 106건을 시작으로 2002년 362건, 2003년 423건, 2004년 1600건, 2005년 2098건, 2006년 2912건을 상담해 왔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 1917건을 상담했다.
상담자를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PC방·카지노바 등 불법 도박, 카지노·경마·경륜 등의 합법 도박, 그리고 이들 두 영역을 넘나들면서 전천후 도박을 즐기는 부류 등으로 나뉜다고 센터는 밝혔다.
눈에 띄는 점은 2004년 이후 상담 건수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도박 중독자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서울상담소를 설치하면서 접근이 쉬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센터는 2004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분소를 개설했고, 지난해 6월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로 이전하면서 3명의 전문 상담사를 보강하는 등 대대적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 결과 센터의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센터는 중독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한편 전국 12개 연계 병원을 통해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상담 치료까지 비용을 부담한다. 상담 결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한편 입원비까지 한 달에 최대 200만원을 제공한다. 기한은 3개월이며, 필요할 경우 3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센터 관계자는 "도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를 찾아 상담받기를 권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과 달리 도박 중독 피해자를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은 없다는 것이다. 경마와 카지노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와 마사회가 운영하는 유캔센터 등 민간이 운영하는 기관이 단 두 곳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민간센터에서는 단기 치료 위주로 상담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근본적 치료와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국가가 직접 나서 치료하는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정선=박상언 기자 [separk@ilgan.co.kr]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는 올해 상반기에 1917건의 상담을 진행하는 등 도박 문제 해결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도박 중독자가 전문 상담원으로부터 상담받고 있는 모습.
일간스포츠(IS)는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와 함께 도박 중독 예방과 치유를 주제로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UCC 동영상·수기·표어 등 3개 분야로 최우수상 1000만원(UCC 동영상) 등 4550만원의 상금이 주어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일간스포츠 홈페이지(www.isplus.com) 또는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홈페이지((www.gamblerclinic.or.kr)를 참조하면 됩니다. 공모 마감은 7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