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MLB인사이드] A.로드의 500호 홈런과 서스펜디드 게임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32)는 지난 28일 캠든 야드에서 한 달 만에 속개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서스펜디드 게임 9회 한 차례 타석에 나섰으나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이 경기는 지난 6월 29일 양키스가 8회 초 공격에서 8-6으로 역전 시킨 후 투아웃 상황에서 폭우로 중단한 게임을 마친 것이다.
서스펜디드(Suspended) 게임은 '일시정지'된 경기를 말한다. 규약에 따른 시간제한, 조명 고장, 악천후 등으로 이닝 도중 콜드 게임이 선언됐을 때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다음에 끝낼 것을 조건으로 중지한 게임이다.
느닷없이 뉴욕 양키스의 서스펜디드 게임 결과에 주목한 이유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500호 홈런 기록 때문이다. 로드리게스는 26일 캔자스시티전에서 자신의 통산 499호 홈런을 날렸다.
그런데 USA 투데이는 물론 LA 타임스의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들은 새삼스럽게도 서스펜디드 게임의 세부 규칙에 대해 독자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볼티모어와의 서스펜디드 게임 9회 유격수 미구엘 테하다에게 굴러가는 땅볼이 아니라 홈런을 날렸다면 그 홈런은 시간의 흐름 순서로는 그의 메이저리그 통산 500호 홈런이 된다. 그런데 공식 기록상으로는 500호가 아니고 493번째 홈런이다.
서스펜디드 게임의 조건과 결과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물론 로드리게스가 홈런을 치지 못해 시간을 되돌릴 일은 없어졌으나 만약 쳤다면 493호로 공식 기록될 새로운 홈런 하나를 한 달 전에 더 날린 것으로 바뀐다.
여기서부터 하나씩 순서가 밀려 25일 캔자스시티 전에서 기록한 499호 홈런이 통산 500호 홈런이 되는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499호 홈런 볼을 소유하고 있다. 카우프만 스타디움 우중간 담장을 넘긴 볼을 관리인이 주워 전달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로드리게스가 서스펜디드 게임에서 홈런을 쳤으면 메이저리그 사상 최연소(종전 지미 폭스, 32세 338일) 500호 홈런볼로 둔갑해 양키스 박물관 영구 전시 영광을 누릴 뻔한 공이었다.
로드리게스는 통산 496호 홈런을 기록한 이후부터 진품 공인을 위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특별히 마크된 볼을 치고 있다.
서스펜디드 게임 덕에 자신의 메이저리그 선수 경력에서 유일한 1경기 5안타 기록을 보유하게 된 현역 감독도 있다. 뉴욕 양키스의 조 토리 감독이다.
그는 세인트루이스 시절 내셔널리그 MVP가 된 시즌이었던 1971년 필라델피아전서 5안타를 기록했다. 4안타를 친 상황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됐고 무려 두 달 후 속개된 게임에서 1안타를 추가해 5안타를 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장윤호 기자[changyh@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