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오감자의 맛있는골프] 음주한 男캐디?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오늘 걸리는팀 최상의 서비스해주겠어'라는 마음으로 항상 하루를 준비한다.
오늘은 4빽 남자. 쪼아~
클럽들을 보아하니 프로 뺨치는 클럽의 조화.
다만 웨지가 많은게 무슨 클리브랜드 전시회도 아니고 피곤하다 피곤해~~
고객님들이 나오셨다.
역시나! 의상도 프로. 선그라스 하나씩 다 모자에 끼시고 과다하게 바른 썬크림.
티박스로 이동해서 하나씩 티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무늬만 프로일뿐 진행은 전혀 신경도 않쓰고 볼만 몇개씩 더 치시려는 저 태도.
그중에서도 한 고객님은 유난히 신중한 어드레스를 취해 아주 주무시는줄 알았다.
나: 고객님 죄송하지만 앞팀과 차이가 좀 나서요. 샷하실땐 신중히 하시되 이동은 스피드하시게….
고객: 응~~아라써~어~
아시다시피 말로만 알았다고 하시고 행동으로 안옮기는 고객님들. 아시져!
드뎌, 그늘집에 도착하였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고객님들은 나올 생각을 안했다.
그늘집 유리창을 통해 그늘집 아가씨에게 고객님 내보내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얼마후 고객님이 나왔다.
고객: 삼촌 뭐 좀 마셨어? 이것좀 들이켜~~
멀리서 보니 웬 물컵같은 곳에 물한잔을 떠오는것이 아닌가.
나: 아뇨, 괜찮습니다. 티박스로 이동하시죠.
고객: 아~ 마셔 날도 더운데. 먹어봐 이거 !!
나: 괜찮은데….(받아서 살짝 마셨다. 근데 이건 미지근함과 동시 알콜 냄새? 그렇다 그건 정종이엇다) 으윽~~고객님 이건~~(컵을 입에서 떼는 찰나에)
고객님이 한손으로 내 팔목을 한손으론 내 팔꿈치를 잡고 들이밀었다. 홀짝홀짝. 카~~~
나: 읍~~~아, 혼나는데 이런거 걸리면. 쩝~~~
고객: 에이~ 괜찮아, 괜찮아. 안주 대신 이거라도 먹어~
카스테라 한조각을 입에 넣어주었다.
나:(이건 무슨조화야. 퉤퉤퉤~)
그러곤 진행을 위해 티샷을 준비하라고 했다.
전홀 아너가 먼저 티샷을 하고 두번째 고객님이 티박스에 오르셨다.
그 고객님은 그늘집에서 이쑤시개를 뭔 폼인지 입에 물고 나오셨었다.
잠시후에 굉장한 비명소리와 티샷하러 올라간 고객님은 무릎을 꿇고 두손으로 머리카락을 쥔채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고객: 으~~아아악~~아흐~~~으흐흐~~~
나: 왜 그래여~ 왜 그러시는데여?
그렇다. 여러분들도 클럽을 들고 연습스윙을 해보시면 알겠지만 왼쪽 어깨가 입술 부분을 짖누른다는 것을….
이쑤시개를 물은걸 생각 못하고 연습스윙을 그대로 하시다가 그만 이쑤시게님께서 '앗싸~'하고 입술을 관통하셔 그대로 꽃히신거다.(어우~소름끼쳐)
옆에 일행분들은 서로 부등겨 안고 배꼽을 잡고 웃고 계셨다.
고객: 사츠아~~~이걱응 어꺼에 해아(삼촌아 이것좀 어떻게해봐. 뭐 이렇게 대충 해석된다)
나: 아파도 참으세요(일단 그 고통속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서 이쑤시개를 살짝 잡고 쑤우욱~ 뽑았다)
그 야릿한 기분.
아무튼 말도 안듣고 살짝 얄밉기만한 고객이었지만 막상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맘이 아팠다(조금 살짝).
고객: 뭐 구급약 가진거 없어?
나: 대일밴드 정도….
고객: 그걸 어따써. 붙여? 엉? 붙이냐고? 다른건….
나: (다소 퉁명스럽게)아니면 뿌리는 파스정도 밖에…. 아니면 소화제나 투통약 설사약?
고객: 알아따.
그래도 그 고통속에서도 일행들 돈따시겠다고 악착같이 샷 남발하는 고객님께 박수를 보낸다. 무사히 라운드를 마치고 올라왔다. 우리조 백대기들이 나와서 백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동료1: 수고했어!
동료2 : 오늘은 별일 없었어?
나: 야야! 오늘 우리 고객님 뭔일 있었는줄 아냐? ㅋㅋㅋ
조장님: (킁킁) 누가 어제 또 새벽까지 술마시고 출근해서 술냄새 풍겨?
동료1: 전 아닌데요.
동료2: 저두 아닌데.
조장님: (나를 보시며)너 뭐먹었어. 뭔 냄새야 이거. 어제 냄새가 아닌데.
나: 아녀~~ 제가 그걸 마실려고 마신게 아니고 고객님께서요….
선배: 엇! 이거 정종컵 아냐? 이게 왜 니 카트에 있냐!
나: 아녀~~~그~러~니~까 그것이~~
조장님: 야! 잡어~
나: 그게 아니라니깐여….
다행이 설명 잘드려서 주의만 받고 끝났다. 역시 오늘도 이래 저래 지적만 받았다. 암튼 잊지 못할 고객님들과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