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환갑 넘긴 작가, 독자 찾아 '디지털'로 가다
"독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
이메일도 쓰지 않던 중견 작가 박범신(61·서울문화재단 이사장)씨가 독자를 찾아 사이버로 갔다. 신작 소설 '촐라체'를 지난 10일부터 포털 사이트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2005년 산악인 박정헌·최강식씨가 히말라야 촐라체(해발 6440m)에서 당한 조난 사고와 극적인 생환에 이르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남성적 문체의 본격 산악 소설이다.
소설은 내년 1월까지 매주 5회씩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된다. 작가는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나는 아직도 200자 원고지에 꼬박꼬박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인터넷은 거의 모른다. 하지만 독서 시장이 침체되어 있고, 또한 독자들 채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성마른 젊은 블로거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다. "젊은 인터넷 독자들의 비위를 맞춰 가며 소통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정통적 글쓰기를 통해 내 나름대로 아름다운 모험을 하려고 한다. 정보화 시대 젊은이들이 너무 일상화해 간다. 또한 인간 본성 안의 야성이 상실되어 간다. 조난당했다 생환한, 손가락 발가락을 다 잘라낸 전문 산악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야성을 가진 남자들의 모습을 젊은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의 어두운 그림자인 악플에 대해서도 "아직 상상이 안된다. 그렇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나? 악플이 있을지라도 정면으로 뚫고 나가겠다"며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위한 모험을 다짐했다.
만해문학상을 비롯해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인기 작가 중 한 명으로, 대표작으로는 '외등'·'흰 소가 끄는 수레' 등이 있다.
한편 네이버는 산악 등반 전문 용어, 지역 정보 등 소설과 관련한 다양한 전문 지식을 제공하며 연재를 지원한다. 또한 댓글을 통한 리뷰 및 작가 코멘트, 소설 관련 삽화 그리기, 트랙백 등 독자와 작가가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독자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작가를 만나 소설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만남도 연다.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