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고장인 진천에서 열리는 생거진천 농다리축제. 천 년 가까이 민초들의 발때가 묻은 농다리에서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작지만 알찬 축제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풍수지리에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충북 진천군이 사람 살기에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진천을 생각하면 막상 유명한 여행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내세울 것이 있다면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에 있는 농다리. 농교(籠橋)라고도 하는 이 다리는 고려 때 처음 생겼다고 전해진다.
길이 93.6m 너비 3.6m 두께 1.2m, 그리고 교각 사이의 폭은 약 80㎝ 정도다. 그 옛날 동네 주민들이 하천에 놓인 자연석을 쌓아 만든 다리로서 석회 등을 바르지 않고 돌과 돌을 이어 밟으면 움직이고, 잡아당기면 돌아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사실 이 다리도 7년 전 농다리축제가 열리기 전에는 크게 유명세를 떨치지 못했다. 그런 것을 구곡리 주민들이 앞장서 농다리를 보다 잘 알리고 보존하자는 취지로 축제를 열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축제의 주최 또한 지역 주민이며, 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족 단위 여행객이다. 축제의 규모 또한 크지 않다. 오는 24일부터 4일 동안 계속되는데, 매년 1만 명 정도 찾는 게 고작이다.
프로그램 또한 소담하고 아기자기하다. 주제는 '옛 것'에 맞춰져 있다. 문백면 주민들이 주인공이 돼 옛날의 풍경과 추억을 되살린다. 25일 아침 농다리 앞에서 진행되는 소두머니 용신놀이는 예전 이 근방에서 용이 소를 잡아갔다는 전설의 내용을 재연한다. 축제의 서막을 여는 고수레인 셈이다.
이어 같은 날 농다리 놓기 재연이 있으며, 이 다리로 상여를 메고 건너는 상여 다리 건너기도 볼 만하다. 26일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가족 농다리 콘테스트가 열린다. 진짜 농다리를 보고 똑같이 만들거나 창의적으로 만든 가족에게 1등이 돌아간다.
이 밖에 장승 깍기 체험·맨손 물고기 잡기·농다리 씨름대회·농다리 사진 공모전 등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많이 열린다. 가족애를 다질 수 있는 알찬 축제 마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축제 마당
▲농다리 특설 무대
거의 모든 행사가 농다리 건너기 전 공터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서 열린다. 24일 전야제 행사로 7080 콘서트가 있으며, 25일 소두머니 용신놀이를 시작으로 저녁에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농다리 가요제·국악 공연·스포츠댄스 행사가 열린다.
▲농다리
농다리 위에 올려진 판석 위에서 직접 낚시대를 드리울 수 있는 가족 견지 낚시대회가 25~26일 두 차례 열리며, 다리 위에서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인 견우·직녀의 만남 행사가 26일 오후에 진행된다. 이 행사가 끝나면 곧바로 상여 다리 건너기가 재연된다. 상여를 메고 좁은 돌다리를 건너가는 장면은 요즘엔 좀처럼 찾기 힘든 일. 전국의 아마추어 작가들이 촬영하기 좋은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몰려든다고 한다.
▲농다리 행사장
행사장은 농다리 바로 근방이다. 24일 전야제 때 불꽃놀이가 있으며, 25일 가족 농다리 콘테스트·농다리 놓기 재연 행사, 26일 가족걷기 대회·보물 찾기 대회·맨손 물고기 잡기·장승 깍기·농다리 사진 공모전 등이 열린다. 행사장 옆 씨름장에서는 25일부터 이틀간 농다리 장사 씨름 대회가 있다.
■꼭 참여해 보세요
▲가족 농다리 콘테스트
가족이 함께 농다리를 만들면서 세계적으로 문화적 가치가 놓은 자연석 돌다리에 대한 애정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 예쁜 다리보다는 독창성이 뛰어난 작품이 좋은 점수를 받는다. 농다리 앞 하천에서 26~27일 두 차례 열리며, 사전·현장 접수 모두 가능하다. 군청 문화관광과(043-539-3602).
■주변 볼거리
▲이원 아트빌리지(www.ewonart.org)
건축가 원대연씨가 만든 복합 문화 시설로 진천군 이월면 2만 9700여㎡(약 9000평) 공간에 미술관·아틀리에·아트숍·카페와 함께 숲 속 정원 등을 아기자기하게 엮어 놓았다.
사방이 푸른 논과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다양한 문화 공간이 어우러진 공간은 차 한잔 마시며 쉬어가기에 너무나도 좋은 공간이다. 입장료 5000원, 043-536-7985.
▲진천 종박물관(www.jincheonbell.net)
종을 테마로 한 국내 유일의 박물관이다. 진천군 석장리는 국내 최고(最古)의 철 생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기념해 지난해 진천읍에 종박물관을 열었다.
종의 탄생·의미·역사를 설명하는 제1전시실과 종의 문양·제작 기술 등을 설명하는 제2전시실이 있다. 이곳에 전시된 대부분의 종은 중요 무형문화재 주철장이자 국내 종 제작의 대가 원광식씨가 기증한 것들이다. 덕산면 성종사에 가면 원씨의 작업장을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 1500원, 043-539-3847.
▲초평저수지
전국의 민물낚시꾼들이 몰려드는 명소다. 잔잔한 수면 위에 떠 있는 좌대에서 낚시와 함께 특별한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좋다. 농다리 주차장에서 다리 건너 이곳까지 산책도 너무 좋다. 걸어서 약 30분 걸린다. 또한 저수지 주변에 진천 향토 음식인 붕어찜 마을이 형성돼 있어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먹고 자고 어디로 갈까?
진천은 작은 군이지만 먹을거리는 풍부하다. 진천은 생거진천쌀로 유명한데 진천쌀밥집(043-534-3539·쌀밥정식 7000~1만 5000원)은 돌솥에 지은 쌀밥을 내놓는다. 초평저수지 근처의 민물고기, 특히 붕어찜이 이름 높다.
송애집(043-532-6228)에 가면 1인분 1만 2000원에 맛있는 붕어찜을 먹을 수 있다. 초평 면 소재지가 있는 화산리의 단골집(043-532-6171)은 도리뱅뱅이라는 독특한 민물고기찜을 내놓는다.
진천은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당일 여행 코스로 적합하며, 그래서 숙소도 많지 않다. 진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펜션인 별빛 고운 언덕(043-536-6114·www.ipension.net)은 전망과 객실 내부 모두 좋다. 초평저수지 바로 옆의 청소년수련원(043-532-9550)은 단체 여행객에게 좋다.
●"살기 좋은 생거진천, 하루만 살아 보세요" 유영훈 진천군수
-왜 진천군을 살기 좋은 고장(生居鎭川)이라고 하는지.
"진천은 수십 년 동안 비나 눈 피해를 보기 힘들 만큼 모든 자연 조건이 적당한 곳이다. 큰 산은 없지만 산림이 울창하고, 큰 강이 없는 대신 물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논과 밭의 면적도 사람 살기에는 적당하게 넓다.
-생거진천이란 이미지는 익숙하지만 정작 진천은 홍보가 안된 것 같다.
"진천은 이웃한 괴산군 한 면의 땅덩어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 아주 작은 군이라 홍보가 쉽지 않다. 하지만 생거진천쌀을 비롯해 진천 수박·관상어·장미 등 특산물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김유신 장군 생가와 사당, 국내 유일의 종박물관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오는 10월에는 김유신 장군 유적과 기존의 진천 쌀축제를 묶어 생거진천 화랑제를 열 계획이다.
-이번 농다리축제에서 가장 재미있는 거리라면
"올해 8번째를 맞는 농다리축제는 1만 명 정도 찾는 축제다. 하루에 수십 만이 모여든다는 큰 축제와는 다른 맛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램 또한 아이와 함께 하는 가족 참여 행사에 포커스를 맞췄다. 가족 농다리 콘테스트 등 가족끼리 함께 할 수 있는 행사와 함께, 생거진천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