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프로야구 신인왕 경쟁, 팀 성적에 달렸다
페넌트레이스는 종착역을 향해 치닫는데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생애 단 한 번뿐이라는 신인왕 경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올시즌 신인왕 레이스가 갈수록 오리무중에 빠져 들고 있다. 후보끼리 치열한 경합을 벌여서가 아니다. 어느 누구도 신인왕다운 성적을 올리지 못한 채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친 '투 톱'
그나마 눈에 띄는 후보는 두산 임태훈(19)과 현대 조용훈(20)이다. 둘 다 불펜진의 핵으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고졸 신인인 임태훈은 52경기, 지난해 출장이 없었던 2년차 조용훈은 62경기에 나서 나란히 14홀드로 공동 5위에 올라 있다. 임태훈은 지난 7월, 조용훈은 최근 들어 임시 마무리로 뛴 경력도 있다.
아쉬운 것은 두 투수 모두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풀 시즌을 치르다 보니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는 점.
조용훈은 22일 수원 LG전에서 최동수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 맞고 26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연장 10회 이대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는 등 잇달아 패전의 멍에를 썼다.
임태훈도 김경문 두산 감독의 '특별 관리' 속에 등판 간격을 조절하고는 있으나 시즌 초반보다는 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둘 모두 27일 발표된 대표팀 4차 예비 엔트리에서도 나란히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거액 신인들은 어디로
역시 성적은 몸값 순이 아니었다. 올시즌 신인 계약금 5걸 중 그나마 제 몫을 하는 선수는 임태훈(4억 2000만원)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1위인 5억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제2의 류현진'으로 기대를 모은 김광현(SK)은 줄곧 투구 폼 교정에 매달리며 고작 2승(7패)을 따내는 데 그쳤고, 2위(4억 5000만원) 이용찬(두산)은 팔꿈치 수술로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3억 5000만원을 받은 LG 김유선 역시 2군에만 머물러 있고, 2억 5000만원의 한화 정민혁도 10경기에서 1패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오히려 신인왕 자격을 갖춘 2년차 조용훈(계약금 5000만원·2007년 연봉 2000만원)과 두산 김현수(신고선수·연봉 2000만원)·한화 김태완(계약금 1억 1000만원·연봉 2200만원) 등이 적은 몸값에 비해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팀 성적이 변수
신인왕 경쟁은 결국 팀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인 성적으로는 누구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팀 기여도가 더욱 중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 따라서 4강 진입이 어려워진 현대 조용훈보다는 팀이 2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임태훈이 좀더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신인왕 투표가 한국시리즈를 모두 마친 뒤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김광현 등이 포스트시즌에서 깜짝 놀랄 만한 활약을 보일 경우 신인왕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화섭 기자 [myth@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