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세계 그림 시장에서 거래 최고가(경매 기준)는 잭슨 폴록의 '넘버5 1948'이다. 지난해 1억 4000만 달러(약 1300억원)에 멕시코 금융업자에게 팔렸다.
러시아 부호가 서병수씨에게 제시한 3억 달러는 이 금액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거의 믿어지지 않는 천문학적 액수다. 더구나 이 부호는 실제 그림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도 이 어마어마한 금액을 "기꺼이 지불할 뜻이 있다"라고 밝혔다. 당연히 진품임을 확신했기에 가능한 제안이다. 그렇다면 이 부호는 무엇을 근거로 그러한 확신을 갖게 됐을까?
그것은 사진이다. 그것도 원판 자체가 아닌, 원판을 스캐닝한 사진이다. 서씨 측은 3년 전 암스테르담 고흐미술관의 요구에 맞춰 2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일본에서 텅스텐 사진(17장)을 찍은 바 있다.
상하·좌우 사방 45도 각도에서 그림을 찍는 텅스텐 사진 작업은 (사진1) 한 컷을 촬영하는 데만도 몇 시간이 소요될 만큼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하다.
이 작업을 한 야노 히데토시는 일본의 유수한 작품 사진 공모전에서 그랑프리를 2회 수상한 사진작가로 이름이 높다고 한다. 서씨 측은 최근 이 텅스텐 원판 가운데 일부를 스캐닝, 그림을 보기를 원하는 측을 비롯해 세계 몇 군데에 보냈다.
고도의 전문가들은 이 스캔 사진만 보고도 진위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러시아 부호를 비롯,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을 원하는 측은 각자 나름대로 정보망을 동원해 이 스캔 사진을 본 뒤 진품임을 확신,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며 구매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서씨는 "고흐학회에서도 이 스캔 사진을 보고 진품이 틀림없다고 판단, 공식적으로 감정사를 한국에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