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S 격돌’ 두산-SK, 소방수 맞대결 ‘흥미진진’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SK와 두산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팀이다.
양팀 모두 용병 투수가 선발 원투 펀치를 이루고, 기동력이 뛰어나며 베테랑과 신예들의 조화가 돋보인다.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켜본 코칭스태프와 전력 분석원, 일간스포츠 담당 기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양팀 핵심 요원들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SK 스카우팅 리포트
▲정대현= 컨트롤이 워낙 좋아 웬만해서는 장타나 연타를 맞는 법이 없다. 특히 바깥쪽 공략이 뛰어나 공 한 개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었다 뺐다 하는 재주가 뛰어나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타이밍에 살짝 빠지는 공, 반대 타이밍에는 스트라이크에 꽉 차는 공이 날아든다. 구속은 느리지만 릴리스 포인트가 낮고, 체중이 실려 있어 공이 땅바닥에 붙어오는 듯 한 착각이 들게 한다.
내야 땅볼이 필요할 때는 싱커, 삼진을 잡기 위해서는 갑자기 몸쪽 직구를 찔러넣기도 하기에 주의해야 한다. 연투 능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어 타자로서는 투구수를 늘리는 것이 해법.
▲레이번= 최고 구속 151㎞를 자랑하는 직구와 140㎞에 육박하는 슬라이더가 주무기. 체인지업도 종종 섞는다. 구위 자체는 에이스로 손색 없다. 수준급 투수답게 우타자 몸쪽으로 과감하게 승부를 걸 줄 안다. 그러나 시즌 후반 '빈볼 논란'으로 몸쪽 승부에 부담을 갖고 있기도 하다.
첫 한국시리즈에서도 대범한 몸쪽 승부를 펼칠지가 관건.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바깥쪽 승부를 즐겨한다. 볼끝이 좋은 편이 아니고, 타자당 투구수가 많은 스타일이기 때문에 타자로서는 유인구(슬라이더)를 얼마나 잘 참아냐느냐가 열쇠다.
▲채병용=묵직한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스타일이다. 최고 140㎞를 겨우 넘는 채병용의 직구는 보이는 것 만큼 치기 쉽지 않다. 워낙 무브먼트가 좋아 이때다 싶으면 타이밍을 빼앗긴다. 제구력도 좋아 경기 초반 무너지는 법이 없다. 몸쪽 승부 70%, 바깥쪽 승부 30%의 비율을 보인다.
▲박경완= 상대 타자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포수다. SK 전력분석팀의 막대하고 정확한 데이터와, 프로 18년 동안 머리와 몸에 저장된 경험으로 상대의 약점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상대 타격 훈련을 보면서 당일 컨디션과 스윙 궤적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일단 약점이 파악되면 안타를 맞을 때까지 타자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필요하다면 같은 구종·코스로 4~5개 연속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파악된 약점'이 있다고 생각되면 타자는 특정 구종·코스만 노려야 할 것이다. 또한 안타를 허용하면 즉시 볼배합을 바꾸는 스타일이다. 타자로서는 안타 이후 타석에서는 반대공을 노리는 것도 방법. 또 지나치게 신중한 박경완의 심리도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
타자 박경완은 특정 코스와 구종을 노려 크게 휘두르는 스타일이다. 카운트가 불리해도 확신에 찬 스윙을 하기 때문에 어중간한 승부는 금물. 스윙 헤드가 돌아나오는 탓에 몸쪽 코스에 약하다.
▲이호준= 전형적인 풀히터다. 특히 바깥쪽 코스에 아주 강해 그와의 승부는 바깥쪽 컨트롤에 달려 있다. 이호준은 공이 바깥쪽으로 날아들면 대부분 스윙을 시작한다. 이 공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면 십중팔구 얻어맞는다. 그러나 워낙 의욕적으로 바깥쪽을 치기 때문에 스트라이트존에서 살짝 빼서 던지면 파울이 많이 난다.
쉽게 카운트를 벌 수 있다. 그는 왼쪽 다리를 크게 들었나 놓으며 스트라이드를 한다. 때문에 직구와 슬라이더 등 빠른 변화구에 강점이 있다. 커브 등 각이 큰 변화구에는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한다.
▲이진영= 상대하기 가장 어려우면서도 어떨 때는 쉬운 타자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한 타격을 한다. 컨디션이 좋은 날 이진영은 약점이 거의 없다. 높은 공이 주 공략 코스인데, 무릎 높이로 낮게 깔리는 공을 제외하면 거의 쳐낸다.
직구뿐만 아니라 느린 변화구까지 자신있게 공략한다. 대신 이럴 때는 의욕이 넘치기 때문에 공 하나씩을 빼는 것이 방법. 타격감이 나쁘면 스윙밸런스가 무너져 스스로 헛손질 하는 경우도 많다.
▲박재홍= 크로스스탠스에서 오픈스탠스로 바꾸며 타격한다. 준비자세 때는 왼쪽 다리를 닫은 채 기다리다가 타격 때 다리를 바깥으로 확 빼는 스타일이다. 스트라이크존 몸쪽 코스로 들어온 공이 그에게는 한 가운데처럼 보이는 이유다. 바깥쪽 공을 맞히는 능력도 뛰아나다. 그러나 바깥쪽 낮은 코스에 변화구를 떨어뜨리면 효과적이다.
▲정근우= 덩치에 비해 꽤 무거운 방망이를 쓰면서도 배트 스피드가 빠르다. 지난해까지 몸쪽 공을 잡아당기는 스윙을 했지만 올해는 바깥쪽 공도 곧잘 밀어친다. 섣불리 정직한 승부를 했다가는 얻어맞을 확률이 크다. 몸쪽 낮은 공→바깥쪽 높은 공 등 대각선 볼배합으로 적당히 피해가는 패턴이 필요하다.
◎두산 스카우팅 리포트
▲정재훈=안정된 제구력과 커브·슬라이더·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최근 3년 연속 25세이브 이상을 올렸다. 몸쪽 직구와 느린 커브로 카운트를 잡아가며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원 바운드에 가까운 포크볼을 결정구로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로서 직구 스피드가 그다지 빠르지 않고 볼 끝의 힘도 다소 약한 편이다. 지난해보다 구위나 위기 관리 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오스=다승·평균자책점·승률 3관왕이 말해주듯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로 활약했다.
릴리스 포인트가 앞 쪽에 있고 투구 폼도 공을 끊어 던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어깨를 회전시키는 스타일이어서 직구의 위력이 더욱 강하다. 정규시즌 막판 들어 직구 위주의 힘 있는 피칭을 펼치고 있으며 유인구로 던지는 커트와 슬라이더의 제구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투 스트라이크 이후 승부를 빨리 내려다 안타를 허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8이닝 동안 91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하는 등 삼진을 노리기보다는 맞혀 잡는 피칭으로 투구 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랜들=시즌 초반 5연승의 강세를 보였으나 여름 이후 팔꿈치 통증으로 다소 위력이 떨어진 모습이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2회까지 무려 6개의 안타를 내주며 2실점했다. 그러나 3회 이후 특유의 침착한 마운드 운영으로 6회까지 추가 실점을 막아 승리 투수가 됐다. 뛰어난 제구력과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커트·투심 등 다양한 변화구가 강점. 특히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주로 변화구를 승부구로 사용한다. 직구의 위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지만 완급 조절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이승학=불펜의 핵으로서 경기를 치를수록 제구력이 안정되고 위기 관리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투심·체인지업·슬라이더 등 변화구로 병살타를 유도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오른손 타자에게는 직구로 카운트를 잡은 뒤 슬라이더·체인지업으로 결정구를 던지고, 좌타자에게는 직구 타이밍에서도 아웃 코스의 투심을 많이 던지는 편이다. 그러나 왼손 타자들에게 다소 약한 것이 단점. 플레이오프에서는 2경기에서 2⅓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하며 경기 감각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김동주= 타격의 정교함과 파워 뿐 아니라 선구안까지 뛰어나 상대 투수들에게는 요주의 대상 1호다. 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에서 고의 4구 2개 포함 무려 7개의 볼넷을 얻어 냈다. 몸쪽 볼에 매우 강하며 실투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도 뛰어나다.
반면 아웃 코스에 약하고 체인지업이나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3루 수비에서는 큰 덩치에 비해 유연성과 송구 능력이 좋아 호수비를 곧잘 선보인다. 최근 오른쪽 목 근육통으로 컨디션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이종욱=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최고 수훈을 세웠다.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 주루 센스 등을 두루 갖춰 만점 톱타자의 위력을 뽐내고 있다.
공을 맞추는 기술과 기습 번트 능력이 뛰어나며 변화구 공략도 수준급이다. 그러나 몸쪽 빠른 직구에는 다소 약한 모습. 중견수로서도 수비 범위가 매우 넓고 허슬 플레이가 돋보이지만 송구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고영민=지난해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뒤 올시즌에는 공수주 3박자를 겸비한 '만능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정규시즌에서 12홈런을 기록해 장타력도 갖추고 있으며 선구안과 유인구 대처 능력도 좋다.
아울러 도루와 주루 센스·작전 수행 능력도 뛰어나다. 몸쪽 공에 배트가 날카롭게 나오는 반면 아웃 코스 볼에는 다소 약점이 있다. 수비에서는 ƈ익수(2루수+우익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넓은 수비 범위와 민첩한 캐치 능력을 자랑한다.
▲최준석=장타력이 매우 뛰어나 몸쪽 높은 직구나 실투성 변화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느린 커브도 잘 받아치는 편이다. 그러나 아웃 코스 볼이나 낮게 떨어지는 유인구성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에는 상당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볼을 따라 다니는 타격을 해 삼진이 많은 편이다. 플레이오프에서는 3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부진했다.
신화섭 기자 [myth@ilgan.co.kr ]
김식 기자 [seek@je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