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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무,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 배역 탐났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에서 왕자는 궁궐을 탈출한다. 왕도 365일 왕 역만 하면 물리기 마련이다.
다음달 5일 첫 방송하는 KBS 2TV '못말리는 결혼'(극본 마석철, 연출 이교욱)을 통해 데뷔 34년 만에 시트콤에 도전하는 임채무(58)가 그렇다. 80년대에는 멜로 드라마의 대명사로 시대를 풍미한 그지만 요즘은 "시트콤 연기에 목말랐다"고 고백한다. 집안과 전통을 고수하며 졸부인 심말년 여사(김수미) 집안과 갖가지 해프닝을 벌이는 50대 공무원인 구국 역을 맡았다.
"정말 시트콤을 해보고 싶었다. 제작자들이 연기자의 연기 패턴을 고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 동안 시트콤 배역이 들어온 적이 없다. 데뷔 이후 '독일병정'이란 별명을 얻었기 때문이 아닐까. 얼굴이 각지고, 성격은 '스타카토'다. 알고 보면 내게 '쌈마이'(삼류라는 뜻의 연예계 속어) 기질이 있다. 시트콤을 통해 폭 넓은 연기를 인정 받고 싶다."
나이에 비해 '동안'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평소 시트콤을 눈 여겨 봤다. 가장 하고 싶었던 역은 MBC TV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 순재 역이었다고. "SBS TV '순풍산부인과'의 오지명 역도 탐났다. 나이도 문제될 게 없다. 나 역시 이제 예순을 바라보고 있다."
시트콤 연기에 대한 계산도 다 끝난 상태다. "제작진에게 절대 오버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 했다. 내게 오버 액션을 기대한다면 개그맨을 쓰는 게 나을 거다. 극본 자체의 상황이 웃기면 거기에 맞춰 표현하겠다. 시청자들이 내 얼굴을 보고 웃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점이 불리하기는 하다. 딱 5%만 오버하겠다."
사실 그는 몇 년 전 '돼지바' CF에서 모레노 심판 연기를 통해 코믹한 이미지를 얻었다. "당시에도 일부러 웃기려고 한 건 아니다. 호루라기 불며 뛰어가는 장면은 콘티에 없는 것이었다. 대전운동장에서 저녁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찍는데 너무 추웠다. 모두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웃겨주려고 뛰어본 것이 카메라에 포착돼 TV에 나갔다."
돼지바 CF로 인기를 얻고도 그는 그런 이미지를 살려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무슨 이유였을까. "당시 멜로 드라마 '하늘이시여'를 하고 있었고, 임성한 작가는 내가 코믹한 이미지로 보이기를 바라지 않았다. 언론 인터뷰도 하고 싶었지만 자제했다."
품 안에서 조의금 봉투를 꺼내보이며 인터뷰를 정리한 임채무의 마지막 말. "요즘 경조사가 주말에 4~5건씩 있다. 너무 바쁘다. 인간 노릇 하기가 연기보다 훨씬 힘들다."
장상용 기자[enisei@ilgan.co.kr]
사진 김민규 기자[mgkim@ilgan.co.kr]